"나는 성평등한 교회를 위해 교회가 피해자 편에 서기 바란다."
"나는 성평등한 교회를 위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기 바란다."
"나는 성평등한 교회를 위해 여성 안수가 이루어지고 여전도회 등에서도 미투 운동이 확산되길 바란다."
"나는 성평등한 교회를 위해 피해자와 연대하는 교회가 되기를 바란다."
"나는 성평등한 교회를 위해 명예훼손죄가 폐지되길 원한다."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광화문광장에서 성폭력에 희생된 이들을 위한 촛불 기도회가 열렸다. 갑자기 떨어진 기온에도 얼굴을 꽁꽁 싸맨 참석자들이 하나둘 도착했다. 3월 8일 333차 촛불 기도회에는 60여 명이 참석해 성폭력에 희생된 이들을 기억하고, 성평등한 교회를 위해 실천해야 할 것들을 나눴다.

이날 참석자들은 현재 한창 진행 중인 미투 운동에 동참한 이들에 더해, 과거 일본군에 희생된 '위안부' 할머니들도 함께 기렸다. 참석자들은 미리 받은 분홍색 장미꽃을 단상에 올려놓고 묵념했다.

참석자들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생각하며 단상에 장미꽃을 쌓았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성폭력 피해자들을 상담해 온 기독교여성상담소 채수지 소장은 성폭력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가 심각하다고 했다. '현장의 증언' 순서에 발표를 맡은 그는 "성폭력은 성 문제가 아니라 폭력의 문제다. 가해자가 '성추행은 했지만 성폭력은 하지 않았고 강제성은 없었다'고 말하는 행위는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것"이라고 했다.

채수지 소장(기독교여성상담소)은 교회 내 성폭력이 '영혼의 살인'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채수지 소장은 교회에서 일어나는 성폭력이 신뢰를 이용해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더 질 나쁜 범죄라고 했다. 채 소장은 "교회 내 성폭력은 신뢰와 의존을 이용하는 범죄이므로 영혼에 대한 사기이자 살인이다. 피해자 신체·심리·영혼·인격을 사로잡는 어둠의 영처럼 피해자를 숨 쉬지 못하게 하는 범죄이자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는 죄다. 그리스도인이라면 교회 내 성폭력 피해자들이 아파할 때 함께 아파하고 응답해야 한다"고 했다.

설교를 맡은 김판임 교수(세종대)도 교회 구성원들이 미투 운동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피해자와 거리를 둘 때 아무 역사도 일어나지 않는다"며 피해자가 용기를 내어 증언할 때 함께 듣고 공감하면서 연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판임 교수(세종대)는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의 말을 막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특히 교회에서 성폭력 문제를 더 자주 더 많이 말해야 한다고 김판임 교수는 말했다. 김 교수는 "성폭력은 마땅히 청산해야 할 적폐다. 피해 생존자들의 아픔이 치유될 때까지 그들의 말을 막지 말아야 한다. 침묵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침묵은 이제 그만! 말하게 해야 한다. 그들이 말할 때 듣고 함께할 때 우리 사회가 건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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