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담임목사가 퇴직금 중간 정산을 이유로 교회 건축 적립금 통장을 요구했다가 역풍을 맞는 일이 발생했다. 교인들은 담임목사가 교회 재정을 착복하려 한다며 노회에 재신임 투표를 청원했다.

서울 구로구 ㅇ교회 장로들은 지난해 9월 3일 임시당회에서 담임목사 김 아무개 목사에게 당혹스러운 말을 들었다. 자기 퇴직금을 중간 정산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김 목사는 소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예장합신·박삼열 총회장) 총회가 하달한 지침에 따라, 종교인 과세를 대비해야 한다며 교회 법인 통장 중 하나를 자신의 명의로 바꾸라고 했다. 김 목사가 요구한 통장에는 교회 건축 적립금 용도로 4억 7000만 원이 입금되어 있었다.

장로들은 김 목사 강권에 못 이겨 그 자리에서 통장 명의를 변경하기로 결의했다. 하지만 당회가 끝난 후 장로들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건축 목적으로 관리한 법인 통장을 퇴직금 중간 정산을 위해 개인 명의로 변경하는 건, 금융실명제법과 소득세법에 저촉될 수 있는 일이었다.

장로들은 김 목사에게 다시 임시당회를 요청했다. 통장 명의를 변경하기로 했던 결의를 취소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김 목사는 이를 거부했다. A 장로는 3월 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담임목사가 오히려 역정만 냈다. 이미 결정된 사안을 무슨 이유로 번복하냐며 장로들을 다그쳤다"고 했다.

장로들은 11월 5일, 김 목사에게 결의 취소 이유를 적은 공문을 발송했다. 이들은 "탈세를 목적으로 퇴직금을 중간 정산하는 것은 위법이다. 교회의 모든 일은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실행해야 한다"며 당회를 열어 달라고 했다. 하지만 김 목사는 당회를 열지 않았다.

A 장로는 "지난해 9월 이후 지금까지 당회가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1년에 한 번씩 여는 예·결산 공동의회도 열지 못했고, 주일학교 동계 수련회도 하지 못했다. 교회 행정이 완전히 마비됐다"고 말했다.

담임목사가 퇴직금 중간 정산을 명목으로 4억 원을 요구했다.

교회 중직들은 담임목사가 사욕에 젖어 고집을 부리고 있다고 판단했다. 담임목사에게 실망한 교인들은 교단 헌법에 따라 담임목사 재신임을 묻기로 의견을 모았다. 예장합신 헌법에는 "지교회의 당회원 과반수 혹은 제직회원 과반수의 청원이 있을 때에는 공동의회를 열어 시무목사가 신임 투표를 받아야 하며, 그 표결 수는 투표자의 과반수여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헌법 8장 2조 신임 투표에 의한 사면)

장로들은 올해 1월 8일, ㅇ교회가 속한 예장합신 서서울노회에 '담임목사 신임 투표를 위한 공동의회 개최 및 공동의회 임시의장 파견'을 청원했다. 출석 교인 230여 명 중 193명이 재신임을 원한다고 이름을 올렸다.

김 목사는 장로들이 자신을 모함해 교인들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3월 8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나는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다. 돈을 착복하지 않았고 여자 문제도 없고 이단에 연루되지도 않았다. 왜 내가 재신임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돈 욕심을 부린다는 교인들 지적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김 목사는 "통장을 내 개인 명의로 바꿨다가 나중에 교회가 필요하면 다 내놓을 생각이었다. 장로들에게도 그렇게 말했다. 그러면 나중에 퇴직금 받을 때 중과세를 내는 게 옳은 일인가. 그걸 대비해 지금 선제적으로 방어해 과세를 피하자는 거다. 장로들도 모두 긍정적으로 듣고 결의한 건데, 이제 와서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고 했다.

예장합신 헌법에는 교인들이 원하면 담임목사 신임을 물을 수 있는 조항이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한편, 예장합신 서서울노회는 올해 1월 ㅇ교회 교인들이 요청한 '담임목사 신임 투표를 위한 공동의회 개최 및 공동의회 임시의장 파견' 건을 아직까지 미루고 있다. 

이를 두고 교인들은 노회 목사들이 고참인 김 목사를 두둔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A 장로는 "당회원 혹은 제직회원 과반수가 청원하면 담임목사는 신임 투표를 받아야 한다고 법에 나와 있다. 청원이 있으면 노회가 바로 이를 이행해야 하는데, 김 목사 눈치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서울노회장 김태영 목사는 아직 진행 중이니 좀 더 지켜봐 달라는 입장이다. 그는 노회가 일곱 차례 회의를 열어 논의한 끝에, 내달 정기노회에서 해당 안건을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법대로 제직회원 과반수가 청원했기 때문에 노회가 바로 시행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 목사는 "조항 하나만 보고 판단할 수는 없다. 헌법 전체를 따져 봐야 한다"고 했다.

교인들은 3월 8일, 노회와 시찰회에 청원 처리 지연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이들은 "노회가 헌법대로 조치하지 않을 경우 자체 공동의회를 열어 담임목사 신임을 묻고 예장합신 교단을 탈퇴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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