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제50회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채의숭 회장)가 문재인 대통령이 참가한 가운데 성대하게 치러졌다. 3월 8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는 문 대통령 내외를 포함 김삼환·소강석·이영훈 목사 및 교인 5000여 명이 참석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과 김진표 의원(민주당), 안상수 의원(자유한국당), 최성 고양시장 등 정치인들도 자리했다.

국가조찬기도회는 50주년을 맞아, 예년과 달리 장소를 변경하고 참가 인원을 두 배로 늘렸다. 참가자들은 이른 새벽부터 나와 대기했다. 행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과 동시에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문 대통령이 입장하자, 참가자들은 박수를 보내며 환호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강단에 서자 참가자들은 다시 한 번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가장 먼저 50주년을 맞은 국가조찬기도회를 축하했다. 그는 "성경에서 희년은 해방과 안식의 해를 뜻한다. 희년에는 약자가 속박으로부터, 강자가 탐욕으로부터 해방됐고 공동체가 다시 건강해질 수 있었다. 경계와 벽을 허무는 포용과 화합의 정신이 희년을 통해 나타난 하나님의 섭리라고 생각한다. 희년의 의미를 되새기고, 실천하는 기도회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130여 년 전 기독교가 이 땅에 전파되면서 대한민국이 자유와 진리를 향한 길을 걷게 됐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부당한 침략과 지배로부터 자유를 불평등과 억압으로부터 정의로운 나라를 세우는 숭고한 여정의 길에서 한국교회는 참으로 큰 힘이 됐다.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 꺼지지 않는 촛불이 돼 공의를 선포하고 실천했다. 또, 기독교는 대한민국 근대화와 민주화의 원동력이 됐다"고 했다.

사회 이슈인 '미투 운동'을 언급하면서 교회가 피해자들을 위로해 달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요즘 미투 운동으로 드러난 여성의 차별과 아픔에 대해 다시 한 번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드린다. 한국교회가 고통받는 미투 운동 피해자들을 위해 따뜻한 기도를 해 달라"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성원과 교인의 기도 덕분에 대북특사단이 평양을 다녀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사단 방북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큰 발걸음이며, 남북 대화뿐 아니라 미국의 강력한 지원이 만든 성과라고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비핵화까지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며 기도를 요청했다.

"오랜 반목과 갈등으로 인해 아물지 않은 상처가 우리 안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의 운명을 남에게 맡길 수 없는 노릇이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손잡고 북한과 대화하며 한반도 대화와 번영을 위한 초석을 놓겠다. 그것이 진정으로 상처를 치유하는 길이라고 믿는다. 포용하고 화합하는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여러분께서 한반도 미래를 위해 기도해 달라.(아멘)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지혜와 용기를 주시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란다."

끝으로 문 대통령은 "여러분 덕에 아주 좋은 기운을 듬뿍 받아 간다"고 했다. 참가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소강석 목사는 2년 만에 다시 국가조찬기도회 설교자로 강단에 섰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이날 설교는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가 '반성, 화해로 통일의 길을 열라'(시 85:10-12; 벧전 2:11-14)는 제목으로 전했다. 2년 만에 국가조찬기도회 강단에 다시 선 소 목사는 성공적으로 끝난 평창 동계 올림픽과 희년을 맞은 국가조찬기도회를 축하하고, 문재인 대통령을 격려했다. 그는 "기독교인은 하나님의 절대주권을 믿는다. 선거 때 지지하지 않았어도, 일단 대통령에 당선되면 나라와 민족의 발전을 위해 국가 지도자를 위해 기도하고 격려하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했다.

평창 올림픽 이후 한반도에 평화·화해의 무드가 드리워졌다며 여기에 만족하지 않도록 한국교회가 힘을 보태자고 권면했다. 소 목사는 "한국교회가 평화의 꽃밭을 이루고 화해의 꽃길을 여는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독일이 그랬다. 독일의 화해와 평화통일은 독일 교회가 선도적 역할을 해 이뤄졌다. 오늘 우리 상황도 마찬가지다"고 했다.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이 먼저 하나가 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 들어 진행 중인 '적폐 청산'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소 목사는 적폐 청산을 사랑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분명히 잘못된 적폐를 고쳐야 한다. 긴 세월, 사회 곳곳에 누적된 병폐와 부정부패를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적폐 청산이 또 다른 적폐를 낳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다. (중략) 우리는 적폐마저도 미움과 증오로 청산하지 말고 사랑으로 해야 한다.(아멘) 그리고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미래 지향적으로 나가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건강한 대한민국을 이루고 마침내 통일도 이룰 수 있다."

동성애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이 대목에서 소 목사는, 정부가 교회의 고유 영역을 침범·억압하지 말고, 교회가 원활한 활동을 펼칠 수 있게 교회 생태계를 보호해 달라고 했다.

그는 "한국교회는 동성애자들을 차별하지도 않고 처벌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서 누가 동성애자를 차별하고 있는가. 우리나라처럼 차별 없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 했다. 다만 성적 지향이 포함된 차별금지법이나 개헌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역차별을 당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하나님께서 문재인 대통령님과 함께 하셔서 평화의 꽃길을 여시고 통일의 초석을 이루어 주셨으면 좋겠다"고 한 소 목사는 문 대통령을 향해 간곡하게 부탁했다.

"대통령께서 충분히 이런 역사적인 미션을 잘 이뤄 주리라 믿는다. 제가 알고 경험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반대편 사람의 의견도 잘 들어주는 넓은 마음을 갖고 계셨다. 그 넓은 마음으로 화해와 평화와 번영을 위해 국가 운영을 잘 펼쳐 주리라 믿는다. 특별히 나라의 분위기와 화해 무드로 조성되고 있다. 4월 말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도 잘 이끌도록 기도하겠다."

올해로 50주년을 맞은 국가조찬기도회에는 5000여 명이 참가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아래는 문재인 대통령 축사 전문.

존경하는 한국교회 지도자와 성도 여러분, 내외 귀빈 여러분 반갑습니다.

전국 각지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아침을 깨우며 나라를 위해 기도하는 분들이 이렇게 많으니, 나랏일이 잘될 것 같습니다.

올해로 50주년을 맞는 국가조찬기도회에 따뜻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특별히 올해는 희년의 해를 축복하는 자리여서 더욱 뜻깊습니다.

성경에서 희년은 죄인과 노예, 빚진 사람 모두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해방과 안식의 해였습니다. 약자는 속박으로부터, 강자는 탐욕으로부터 해방되어 다시 공동체가 건강해질 수 있었습니다. 경계와 벽을 허무는 포용과 화합의 정신이 희년을 통해 나타난 하나님의 섭리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우리 사회에서 희년의 의미를 되새기고 실천을 다짐하는 기도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성도 여러분,

130여 년 전, 이 땅에 기독교가 전파되고 대한민국은 자유와 진리를 향한 길을 걸어왔습니다. 부당한 침략과 지배로부터 진정한 자유를 찾고 불평등과 억압으로부터 정의로운 나라를 세우는, 숭고한 여정이었습니다.

그 길에서 한국교회는 참으로 큰 힘이 되었습니다.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 꺼지지 않는 촛불이 되어, 공의를 선포하고 실천했습니다. 지치고 힘든 국민들을 생명과 사랑으로 품어 주었습니다.

특히 한국교회와 대한민국의 성장에는 여성들의 기도와 눈물이 녹아 있습니다. 가장 약하고 낮은 곳으로 향했던 이분들의 사랑이 기독교 정신을 이 땅에 뿌리내리게 했습니다. 부드럽지만, 강한 힘이었습니다.

조수옥 전도사는 신사참배 거부로 온갖 고초를 겪었습니다. 평양형무소에서 만난 아이들이 눈에 밟혀 자신의 쇠약한 몸을 돌보지 않고, 1946년 9월 고아원인 마산 인애원을 세웠습니다. 그 후 부모 잃은 아이들을 돌보고 교육하는 데 평생을 바쳤습니다.

문준경 전도사는 병든 자의 의사, 문맹 퇴치 선봉자이자 '우리들의 어머니'로 불렸습니다. 1950년 순교하기까지 생명을 다해 이웃을 사랑한 흔적들이 전남 신안군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이 땅의 여성들은 정말 강합니다. 신앙과 사랑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요즘, 미투 운동으로 드러난 여성들의 차별과 아픔에 대해 다시 한 번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고통받은 미투 운동 피해자들에게 따뜻한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이 땅에 기독교가 들어오면서 근대 교육과 근대 의료가 시작됐습니다. 사회적 약자들에게 배움과 치료의 기회가 열렸습니다. 약하고 가난한 사람들이 학교·교회·병원, 지역사회 각 분야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고, 우리 사회를 깨어나게 하는 힘이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기독교는 대한민국 근대화와 민주화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하나님의 말씀과 봉사가 필요한 곳이면 세계 어디든지 달려갈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대북 인도적 지원과 북한 이탈 주민 지원에서도 한국교회의 역할과 기여가 큽니다. 묵묵히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고 실천해 온 성도 여러분의 발자취가 너무나 자랑스럽습니다.

존경하는 성도 여러분,

지난달 평창 동계 올림픽은 전 세계를 감동시켰습니다. 선수들의 노력과 성취에 우리의 가슴도 뜨거워졌습니다. 남과 북의 선수들은 함께 빙판 위에서 땀 흘리며 언니, 동생이 되었습니다. 국민들의 성원과 성도 여러분의 기도 덕분입니다.

이틀 전에는 대북특사단이 평양을 다녀왔습니다.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큰 발걸음이 됐습니다. 남북 간의 대화뿐 아니라 미국의 강력한 지원이 함께 만들어 낸 성과입니다.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지켜보신 분들이 많으실 것입니다. 나라를 위하는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한고비를 넘었습니다만,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에 이르기까지 넘어야 할 고비들이 많습니다. 오랜 반목과 갈등으로 인해 아물지 않은 상처가 우리 안에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운명을 남에게 맡길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함께 손잡고, 북한과 대화하며 한 걸음 한 걸음씩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초석을 놓겠습니다. 그것이 진정으로 상처를 치유하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포용하고 화합하는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여러분께서 우리나라와 한반도의 미래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지혜와 용기를 주시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존경하는 성도 여러분, 국민 여러분,

이제 내일부터 열흘간 평창 동계 패럴림픽이 개최됩니다. 넘어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오직 이 순간을 기다려 온 선수들입니다. 뜨거운 박수로 응원해 주십시오. 전 세계의 장애인 선수들과 함께 다시 한 번 평창이 가장 아름답게 빛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