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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신학자의 두 얼굴③] '여성들이' 요더 성폭력 밝혔다

[연중 기획 #교회_내_성폭력_OUT] 2015년, 신학교·교단 공개 사과 이끌어

이은혜 기자   기사승인 2018.03.08  13:3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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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성취했거나 진보적 목소리를 내 온 사람들이 줄줄이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성폭력 가해자로서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마땅한 법적·도덕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 사람이 이룬 업적은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요.

여기 메노나이트 교단을 대표하는 신학자 존 하워드 요더(John Howard Yoder)가 있습니다. 평화주의, 기독교 윤리학의 새 지평을 연 요더는 수십 년간, 많게는 100명에 가까운 여성에게 성폭력을 가했습니다. 그의 탁월한 신학과 저서를 볼 때 이런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미투 운동'으로 한국 사회가 요동치는 지금, 요더의 성범죄를 다룬 <야수의 송곳니를 뽑다>(대장간)가 출간됐습니다. 존경받는 신학자 요더의 성폭력과 학교 및 교단의 대처, 그것이 드러나기까지 과정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목회자 성폭력이 끊이지 않는 한국교회에 주는 시사점이 많습니다.

<뉴스앤조이>는 연중 기획 '#교회_내_성폭력_OUT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의 일환으로 요더의 성폭력을 통해 본 목회자 성범죄와 교회 문화를 조명합니다. ①요더가 어떤 방법으로 성범죄를 저질렀는지 ②신학교와 교회는 왜 치리에 실패했는지 ③그가 세상을 떠난 뒤 메노나이트교회는 어떤 과정을 거쳐 피해자들의 회복을 위해 힘썼는지 ④한국교회가 요더 사건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살펴봅니다. - 편집자 주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존 하워드 요더(John Howard Yoder)는 1997년 12월 급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요더는 사망하기 전까지 자신이 행한 각종 성적 행위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나님 안에서 한 몸이 된 형제·자매가 어디까지 친밀할 수 있는지 확인해 본 '성적 실험'(Sexual Expriments)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미국메노나이트교회(MCUSA)는 1996년 요더와 관련한 공식 입장을 정리해 발표했다. 공식 발표 내용에는 요더의 성폭력과 관련한 언급이 없다. 교단의 모호한 입장 때문인지, 요더는 이후에도 메노나이트를 대표하는 신학자로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렸다. 간간이 그의 '성적 비행'과 관련한 문제 제기가 있었을 뿐, 많게는 100명 가까이 이르는 피해자에 대한 어떤 논의도 없었다.

평생 지울 수 없는 기억을 남긴 신학자가 사람들에게 칭송받는 모습을 보며 피해자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MCUSA가 요더 문제를 다시 다루게 되기까지 피해자들 아픔에 공감하고 목소리를 내려는 사람들의 외침이 있었다.

"요더 저작·신학 소개, 역겹다"
공개 플랫폼에서 첫 문제 제기
교단, 묵살 않고 공식 연구 기구 설치

2010년 이후, MCUSA 여성 교인들을 중심으로 요더의 성폭력을 고발하는 홈페이지가 하나둘 생겨났다. 1982년, 메노나이트 교인이자 밀러 총장의 문제 해결 방식을 문제 삼은 임상상담가 루스 크랄(Ruth Krall)은 2011년 '인내하는 곳'(Enduring Space)이라는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크랄은 여기에 요더의 성폭력과 MCUSA의 대처 방법을 정리해 공개적으로 게시했다.

2012년 6월에는 북미 메노나이트교회 내에서 일어나는 성폭력을 고발하기 위한 사이트 '말하지 못한 우리의 이야기'(Our Stories Untold)가 생겼다. 여기에 익명 혹은 실명으로 글이 하나둘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요더는 '세계적 석학'이 아닌 '성폭력 가해자'였다. 지금은 삭제돼 더 이상 볼 수 없는 글 중에는 "33년이 지나서야 이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는 요더에게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 글도 있다.

2012년, 북미 메노나이트교회 내에서 일어나는 성폭력 고발 사이트 '말하지 못한 우리의 이야기'가 생겼다. 홈페이지 갈무리

메노나이트교회 주변부에서 성폭력 피해 목소리가 조금씩 나오던 중, 2013년 요더를 향한 공식 문제 제기가 시작됐다. MCUSA 기관지 <더메노나이트 The Mennonite>는 6월호에 요더 책과 그의 신학을 소개했다. 이후 편집부는 바바라 그레이버(Barbara Graber)라는 여성의 편지를 받았다. 그레이버는 피해자들과 가까운 사람으로, 아직도 요더의 책과 신학을 소개하는 게 "역겹다(sickened)"고 표현했다.

그레이버는 <더메노나이트>가 요더의 책을 긍정적으로 소개하면서 간과한 점을 언급했다. 요더가 오랫동안 수많은 여성을 상대로 성폭력을 저질렀고, 교회가 이 같은 사실을 조직적으로 은폐해 왔는데, 그의 신학적 성과만 소개하고 이를 언급하지 않은 것에 문제를 제기했다.

"메노나이트 교회 남성들이 같은 열정으로 그리스도 안에서 한 자매인 자들과 평화를 추구하고, 가정과 교회에서 여성·아동을 향한 폭력을 멈추도록 함께 일할 때까지, 메노나이트 교회의 평화신학은 가짜일 뿐이다."

요더 책과 신학을 소개한 당사자 고든 하우저(Gordon Houser) 부편집장은 7월호에 공개적으로 답신을 남겼다. 하우저는, 바바라의 지적은 고맙지만 그럼에도 "학자로서 요더의 통찰력에서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썼다. 교단 기관지 지면을 빌려 오간 첫 공개 논쟁으로, MCUSA 내부에서 요더의 성폭력에 대한 논의가 다시 시작됐다.

'종결되지 않은 사건'(Unfinished Business). 교단은 요더 문제를 이렇게 정의했다. 그리고 2013년 8월 이 문제를 제대로 매듭짓기 위해 '식별그룹'(Discernment Group)을 만든다고 발표했다. 당시 교단 대표 어빈 스투츠만(Ervin Stutzman)은 "성적 학대가 발생했고 피해자가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안다. 상처는 치유되지 않은 채 그대로다. 과거 교단과 학교가 한 노력에도, 지금 교회가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을 안다. 진실이 우리를 자유하게 할 것"이라고 식별그룹 설치 이유를 밝혔다.

과거 요더 문제를 조사하기 위해 결성됐다 해산한 여러 그룹과 다르게 식별그룹에는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이 참여했다. 7명 중 4명이 여성이었다. AMBS 총장 사라 웽어 쉥크(Sara Wenger Shenk),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들어 온 린다 게흐만 피치(Linda Gehman Peachey), 고센칼리지 교수 레지나 스톨츠퍼스(Regina Stoltzfus)와 요더 성폭력 피해자 캐롤린 홀더리드 헤겐(Carolyn Holderread Heggen)이다.

2010년 AMBS에 부임한 쉥크는 학교의 첫 여성 총장이었다. 그는 요더 문제에 대해 확실히 전임 총장들과는 다르게 행동했다. 그는 여성으로서 피해자들 아픔에 공감하고 그들이 이야기할 수 있도록 장을 만들었다. AMBS 홈페이지에 공개적으로 글을 올리고 <소저너스>에도 요더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캐롤린 홀더리드 헤겐은 1991년, MCUSA가 구성한 '존하워드요더대책위원회'에 직접 증언한 피해자 여덟 명 중 한 명이다. 그는 이후 교회 내 성폭력 전문가가 되어 <기독교 가정과 교회에서 일어나는 성폭력 Sexual abuse in Christian homes and churches>을 썼다. 헤겐은 MCUSA 내 성폭력 피해자, 트라우마가 있는 공동체를 회복하고 치유하는 그룹의 자문위원이며 고문(advisor) 자격으로 식별그룹에 참여했다.

'식별그룹'에 포함된 여성 리더십은 피해자들을 만나 그들의 아픔에 공감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여성이 대거 포함된 식별그룹은 이전 조사단들과 달리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요더 문제를 조사했다. 메노나이트 교인이자 역사학자 레이첼 왈트너 구센(Rachel Waltner Goossen)에게 요더 성폭력 사건의 모든 것을 조사하게 했다.

교단의 요청과 지원을 받은 구센은 2년 동안 요더와 관련한 기밀문서를 열람하고 관련자들을 인터뷰한 끝에, 2015년 1월 <야수의 송곳니를 뽑다>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할 수 있었다. 이 논문으로 요더의 '성적 실험'은 '성폭력'이었다는 사실이 명확하게 드러났다.

피해자 치유와 회복에 주목
성폭력 발생한 신학교서 예배

요더와 일대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밀러 총장이 1997년 사망한 뒤, 자리를 이어받은 넬슨 크레이빌(Nelson Craybill) 총장은 요더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그러나 AMBS에 2010년 부임한 쉥크 총장은 전임 총장들과 다르게 요더 문제를 외면하지 않았다.

쉥크 부임 이후, 교수진 사이에서 신학적으로 요더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질문이 나왔다. 한창 MCUSA 차원에서 성폭력 예방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연구하던 시기였다. 쉥크 총장은 그동안 학교와 교단이 요더의 명성을 걱정한 나머지 피해자들 아픔을 치유하는 데 소홀했다고 판단했다.

피해자들은 그동안 어느 곳에서도 피해 사실을 인정받지 못했다. 교단 관계자들은 요더와 신학교, 교단의 명성을 지키는 데만 골몰한 나머지 피해자들 아픔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AMBS 학장 레베카 슬로우(Rebecca Slough)는 이 같은 사실에 주목해, 오직 피해자를 위한 예배를 열기로 했다. 요더 성폭력 대부분이 AMBS 교내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2015년 3월 21일과 22일, AMBS 교내에서 피해자들의 회복과 치유를 위한 예배가 열렸다. 이 예배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피해자들은 물론 전·현직 교수, 행정 직원, 이사회 구성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피해자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돼 있는 학교 관계자들 앞에서 아픔을 털어놓았다. 이어 이들은 피해가 발생한 사무실·강의실·기도실 등 학교 안 곳곳을 돌며 기도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수십 년이 지난 뒤였지만, 학교는 늦게라도 피해자들이 상처를 회복하고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의식을 마련했다.

이어 '탄식과 고백과 헌신의 예배'가 공개적으로 열렸다. 밀러 총장이 일대일 설득에 실패한 뒤 2단계 차원에서 구성한 '언약 그룹'의 구성원이었던 이블린 쉘렌버거(Evelyn Shellenberger), 요더를 설득하려다 실패한 요더의 여동생, 밀러 총장의 딸 등도 예배에 참석했다. 쉘렌버거가 참여한 '언약그룹'은 1980년부터 3년이나 지속됐지만, 피해자를 배제하고 요더 말만 들은 나머지 치리에 실패하고 해산했다. 피해자들을 처음 만난 쉘렌버거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당신들의 개인적이고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들으면서, 왜 내가 그 당시에 침묵하고 있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당신들을 글로만 만났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을 지금에서야 깨달았습니다. 당신들을 비인격화했어요. 당신들이 겪은 고통이 와닿지 않았습니다."

학교 명의로 된 성명서 낭독으로 예배가 끝났다. AMBS 교수진과 이사회는 "다시는 유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하고, 성적으로 학대받은 사람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교단 역시 같은 해 6월 열린 총회에서 요더의 성폭력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MCUSA는 총회 자체를 교회 성폭력 피해자들의 치유와 회복을 위한 시간으로 기획했다. 총회가 열리는 곳곳에서 교회 내 성폭력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위한 행사가 열렸다.

요더는 '목회 자격 정지'라는 치리를 받았지만 끝내 자신의 성폭력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총회 마지막 날에는 '탄식과 고백, 헌신과 희망의 예배'가 열렸다. 총회는 이 자리에서 '성폭력에 대한 범교회적 성명서'를 발표했다. 단순히 사죄만 표명하는 성명서가 아니었다. 총 9페이지로 작성된 이 성명서에는 '성폭력'의 정의부터, 어떻게 예방이 가능한지, 교회가 피해자를 보호하려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등이 담겨 있다.

은폐하고 비호하고
한국교회와 흡사한 요더 치리 과정
메노나이트에 배울 점은?

MCUSA에서는 더 이상 요더의 성폭력을 '성적 실험'이나 '부적절한 일'이라 묘사하지 않는다. 요더의 저작은 계속 출판되지만, 교단 공식 출판사는 요더 책 앞부분에 "요더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그가 여성 수십 명에게 성폭력을 가한 사람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명기하고 있다. 더 이상 '평화신학자 요더'와 '성폭력 가해자 요더'를 억지로 구분하지 않는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요더 치리는 2015년에야 끝이 났다. 피해자를 배제하고 남성 중심 리더십이 지닌 한계를 여실히 보여 주는 사건이었다. 수십 년이 지나고 권한이 있는 이들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뀌었을 때, 요더의 성폭력은 낱낱이 드러나게 됐다.

요더의 성폭력 치리 과정을 보면서 한국교회가 오버랩된다. 한국교회는 여전히 요더 치리에 소극적이던 1980년대 AMBS 모습을 하고 있다. 교회 내 성폭력이 발생하면, 가해자와 같은 남성 목회자가 주가 되어 사건을 조사·처리한다. 이 과정에서 여성 피해자는 배제되기 일쑤다.

한국교회는 MCUSA·AMBS가 요더를 치리하는 과정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다음 기사에서는 한국 교계에서 교회 내 성폭력에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 온 교회개혁실천연대 김애희 국장,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홍보연 원장, <야수의 송곳니를 뽑다>를 번역한 캐나다메노나이트교회 김복기 선교사의 대담을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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