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총신대학교 학부생 1600여 명 중 800여 명이 2018학년도 1학기 수강 신청을 거부했다. 총학생회가 수강 신청을 공식적으로 거부하겠다고 선언한 데 동참한 것이다. 나머지 학생 절반은 학교가 공지한 임시 수강 신청에 참여했다.

총신대 교무지원처는 3월 1일, 재학생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3월 3일부터 5일까지 임시 수강 신청을 진행한다고 공지하고 사이트를 오픈했다. 총학생회는 3일, 학교 조치에 대해 긴 시간 토론한 후 "수강 신청을 거부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교무지원처는 다시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에게도 "총학생회와 일부 학생이 수강 신청 거부를 독려하면서 다른 해결책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대학은 학칙과 규정에 따라 운영되는 곳이다. 일부 학생들이 수강 신청을 하지 않아도 학사 운영은 정상적으로 진행되며, 수강 신청을 하지 않을 경우 미수강 제적 및 휴학 또한 학칙과 규정대로 진행된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수강 신청을 계속 거부할 경우 제적하겠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학교가 진행하는 '수강 신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4일 종합관 입구에 천막을 추가로 설치하고, '김영우가 말한 개혁주의는 불법 부정'이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수강 신청과 개강 실무자 박만규 교무입학팀장(겸 기획평가팀장)은 3월 5일 총신대학교에서 기자와 만나, 학생 절반 정도가 수강 신청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봄 학기가 3월 9일 정상적으로 개강할 것이라고 했다.

박 팀장은 "임시로 개설한 수강 신청 사이트는 서버가 없는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최선으로 만들었다. 만일 이거라도 만들지 않으면 나는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교육부에서 감사 나왔을 때 '전산이 마비된 후 무슨 대안과 조치가 있었느냐'고 물으면, 학사 운영 총괄 책임자로서 뭐라도 대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직무유기로 사법 처리되든지 손해배상하게 되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만규 팀장은 학사 정상 진행은 김영우 총장의 뜻이기도 하고, 지난달 23일 교무위원회에서도 결의한 것이라고 했다. 교무위원회 이후 임시 수강 신청 사이트를 준비해 3월 3일 오픈했으며, 전산이 복구되는대로 데이터를 이관해 추후 문제가 있는 부분은 보정하겠다고 했다.

박 팀장은 수강 신청을 하지 않은 나머지 학생들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학칙에 보면, 제적은 소정의 기간을 두고 있다. 이는 수강 신청 정정 기간이다. 개강 후 1주일까지니 3월 15일이 된다. 그때까지 수강 신청에 참여하지 않으면 규정에 따라 제적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18학번 신입생들이 선배들에게 선동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고등학교 갓 졸업하고 이제 막 부모와 입학의 기쁨을 나누는 애들인데 어떻게 자의로 (수강 신청을 거부)하겠느냐. 고등학생이 갓 스무살 되어 대학에 들어왔는데, 선배들이 하지 말라니까 주저하는 것 같다. 신입생은 첫 학기 휴학 제도가 없다. 안 하면 바로 제적이라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수강 신청을 앞두고 학교로부터 "수강 신청을 하지 않을 경우 미수강 제적"이라는 문자를 받았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총학생회 "학교가 학생회 속이고
몰래 임시 수강 신청 진행"

페이스북 페이지 '총신대학교 대나무숲'에는, 수강 신청을 정상적으로 진행하지 못하면 학교를 어떻게 다닐 수 있느냐는 성토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시위를 하더라도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수강 신청만은 건들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나 학부 총학생회는 이번 수강 신청이 정상적이지 않고 여러 가지 문제가 많아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총학생회는 3월 3일 발표한 성명에서 "교무입학팀은 총학생회와 어떤 대안도 같이 고민하려 하지 않았다. 심지어 일방적으로 수강 신청을 공지해 총학생회와 학생들의 대립을 유도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총학생회는 강의계획서도 없이 과목 이름만 보고 수강 신청을 해야 하느냐며 학교가 임시로 만든 시스템은 결코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김현우 총학생회장은 5일 기자와 만나 "2월 23일까지만 하더라도 박만규 팀장은 '학사 행정을 정상적으로 진행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다 끝났다'고 했다. 알고 보니 뒤에서는 몰래 다른 수강 신청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었다"며 학교가 총학과 책임 있는 논의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현우 회장은 "이번 수강 신청만큼은 거부해야 한다는 확신이 있었다. 우선 시스템에 오류가 너무 많았고 중도에 고치기도 했다. 무엇보다 학생회를 속이면서까지 학교가 수강 신청을 강행하고 있다. 2월 27일까지 서버 자체가 없다더니 3월 1일에 수강 신청 한다고 공지했다. 공지 5일 전부터 서버 테스트까지 했다더라"고 전했다.

총학생회는 서버를 복구한 후 기존처럼 정상 방식으로 수강 신청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박만규 팀장도 서버 접속을 재개하지 않으면 (이 수강 신청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했다. 학생과 협의해서 서버를 정상화할 생각을 해야지, 임시로 페이지 만들어 학생들의 혼란만 가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개강을 위해서는 이 문제를 학교와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다만 박만규 팀장이 전화를 받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김현우 회장은 말했다.

종합관 농성 중인 학생들도 학교의 임시 수강 신청에 동요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가 만난 역사교육과와 영어교육과 등 교직 이수가 있는 전공의 학생들은, 실제 4학년이 되면 임용 고시 준비 등으로 한 학기 한 학기가 매우 중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신학과 한 학생은 "수강 신청 때문에 학생회를 비판하는 대나무숲 글을 많이 본다.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고, 야속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그들의 입장이 이해도 된다. 하지만 학교 정상화를 위해 자기 시간 투자하면서 이 자리에 있는 학생들을 생각해 줬으면 한다. 나도 처음에는 시위에 회의적이었지만, 종합관 현장에 오고 난 후로 마음이 바뀌어 지금까지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영어교육과 2학년 한 학생은 "학교가 수강 신청에 동참하지 않은 학생을 다 제적한다고 하는데, 과반 학생을 제적하면 오히려 학교가 더 피해 아니냐. 소용 없는 협박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교가 임시로 제작한 수강 신청 홈페이지. 웹 사이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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