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서울 신정동 목민교회는 지난해 9월 '담임목사 청빙' 공고로 교계에 반향을 일으켰다. 38년간 교회를 이끌어 온 김동엽 목사의 후임을 뽑는 과정에서 "현재 위임목사로 시무 중인 목사의 지원은 사절한다"고 공지한 게 이슈가 됐다.

보통 규모가 큰 교회일수록 검증(?)된 타 교회 위임목사를 데려오기 마련인데, 목민교회는 달랐다. 이미 다른 곳에서 시무하는 위임목사는 배제하는 대신 부목사와 선교사, 기관목사 등에 한해 지원 자격을 허락했다. 소식은 발 빠르게 퍼져 나갔고, "부목사와 선교사들에게도 희망이 생겼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청빙 방침은 김동엽 목사 의중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98회 총회장을 지냈다. 당시 <뉴스앤조이>는 김 목사를 인터뷰하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김 목사는 언론에 보도될 내용이 아니라며 응하지 않았다.

'현재 위임목사를 사절한다'는 공지로 화제를 일으킨 목민교회가 후임 목사 청빙을 완료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교인 수 7000명에 이르는 목민교회는 올해 초 조용히 청빙을 마무리했다. 부천의 한 교회에서 부목사로 지내던 김덕영 목사를 담임목사로 청빙했다. 과정도 매끄러웠다. 김 목사를 반대하는 교인은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목사는 1년간 담임목사로 지낸 뒤, 위임식을 할 예정이다.

후임자를 선정한 김동엽 목사는 뒤늦게 입장을 밝혔다. 김 목사는 3월 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거다. 한국교회에서 이런 일로 화제가 되는 게 부끄럽다"고 했다. 대면 인터뷰를 요청하자, 김 목사는 "그때나 지금이나 (정식으로) 인터뷰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거듭된 요청으로 짧게나마 김 목사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김 목사는 교단 안에서 일부 대형 교회가 타 교회 위임목사를 청빙하는 문화를 비판했다. 그는 "최근 한 교회가 지방 교회의 위임목사를 청빙해서 데려갔는데, 지방에 있는 그 교회는 난리가 났다. 자기 교회만 생각하다 보니 목사를 빼 가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청빙하는 교회만큼이나 조건을 좇아 무책임하게 떠나는 목사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목사는 "목사는 한 번 위임을 받으면 거기서 죽을 때까지 해야 하는데, 좋은 제안이 오면 조금 하다가 나가 버린다.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동엽 목사는 한때 자신도 청빙 제의를 받은 적 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1980년 성일교회(현 목민교회)에 부임했다. 교인은 50명 정도였다. 당시 김 목사가 생각하는 교회의 당면 과제는 전도도 예배당 증축도 아니었다. 가난한 지역 주민을 돌보는 일이었다. 가진 게 없었지만, 찾아가는 섬김과 나눔을 강조했다. 별다른 전도 활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교회는 계속 성장했다. 교인이 1000명을 넘었을 때, 유명 교회 장로들이 찾아왔다.

김 목사는 "장로들이 나를 자기네 교회로 데리러 가겠다며 내 마음을 돌이키기 위해 기도하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나도 '장로님들이 더는 우리 교회에 오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하겠다'고 답했다. 위임목사는 그 교회에 뼈를 묻을 각오로 목회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엽 목사는 예장통합 98회 총회장을 지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이야기는 한국교회에 대한 아쉬움으로 이어졌다. 김 목사는 "우리가 사회에 본이 되고, 덕이 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까 욕만 먹고 덩달아 교인도 줄고 있다. 반대로 세상 사람은 어떻게든 사회를 좋게 만들어 보려고 촛불을 들고 밝히지 않는가. 가슴 아픈 일이다"고 했다

교계 안팎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명성교회 세습 이야기도 나왔다. 김동엽 목사는 일찍이 교회 세습 반대를 천명한 바 있다. 그가 총회장으로 있을 때 교단이 세습금지법을 제정했다. 김 목사는 2013년 CBS와의 인터뷰에서 "세습금지법의 근본 취지는 '교회는 결코 사유화해서는 안 된다'는 정신이다. 교회는 하나님의 것이기에 개인의 재산처럼 대물림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김 목사 아들도 현재 목회를 하고 있다. 아들에게 목민교회를 물려줄 생각은 안 했느냐는 질문에, 김 목사는 "애당초 아들이 내 근처에 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나도 데려올 생각은 없었다. 교회 편하고자 세습하면 안 된다. 하나님 뜻대로 해야 교회가 덕이 된다"고 했다.

명성교회 세습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말했다. 김동엽 목사는 "바로잡았으면 좋겠다. 그러나 그건 김삼환 목사님이 하실 일이다. 우리가 이렇다 저렇다 참견할 일이 아니다. 마무리를 잘 지어서 자기 교회뿐만 아니라 한국교회에도 선한 영향력을 끼쳤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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