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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절 개신교 구호는 자유한국당 논리와 똑같다

개헌안에 사회주의 체제, 고려 연방제, 토지 몰수, 기독교 탄압 담겼다 주장

이용필 기자   기사승인 2018.03.02  17:3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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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기독교와 시민단체 사이에서 개헌과 관련한 유언비어가 확산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2018년 새해를 하루 앞두고 기독교인들 사이에서 '긴박한 현 시국'이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메시지가 돌았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산화 헌법 개정 초안을 냈다는 내용이었다. 구체적으로 △대통령 4년 연임 △지방분권 △토지 소유권 박탈, 재산 균등 분배 △대기업 제재 – 순차적으로 재벌 해체 국가 소유 △기독교 탄압(세금 부과 및 감시) 등이 언급됐다. 믿기 어려운 글이었지만, 메시지는 조용히 퍼져 나갔다.

그로부터 사흘 뒤인 1월 2일,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 자문위원회의 개헌안 초안이 공개됐다. 초안에는 △분권형 정부제(이원정부제) △대통령 4년 중임제 △경제민주화 및 토지 공개념 개념 구체화 △지방분권 △헌법 4조 자유 민주적 질서 → 민주적 기본 질서로 변경 △양심적 집총 거부자 대체 복무 허용 등이 제시됐다.

개헌특위 자문위는 '지방분권'과 '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 삭제 등 예민한 부분에 대해 보충 설명을 달았다. 지방분권은, 지방의회가 지역에서 효력을 갖는 법률을 제정하고, 지방세의 종류, 세율, 세목 및 징수 방법을 지방정부의 법률로 정하도록 한 것이다. 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를 삭제하도록 제안한 데 대해서는 '민주적 기본 질서'가 더 넓은 의미를 지닌다고 봤다.

기독교인들 사이에서 퍼진 토지 소유권 박탈 및 재산 균등 분배, 대기업 제재, 기독교 탄압 등은 아예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데 초안이 발표된 이날, 보수 개신교인 사이에서는 현 정부가 공산주의를 지지하고 있다며 맞서 싸워야 한다는 문자메시지가 돌았다. "주사파와 반역도들이 한국의 운전대를 잡으면서 6·25 전쟁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는 내용이었다. 디트리히 본회퍼의 "미친 운전수에게서 핸들을 뺏어야 한다"는 말을 인용하며 "재앙 정권이야말로 제정신을 잃은 운전수다. 공산주의는 하나님의 적이다. 기독교 지도자들이 나서서 핸들을 뺏어야 한다"고 했다.

이날 자유한국당도 개헌특위 초안이 사회주의국가와 관련 있다며 맹비난했다. 자유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분권 개헌이라는 가면을 쓰고 뒤로는 사회주의국가를 만들려는 악랄한 의도에 지나지 않는다. 문재인 정권은 아마도 대한민국을 사회주의국가로 만드는 것이 5년 임기 동안의 목표인 듯하다"고 논평했다.

어디가 어떻게 사회주의국가로 연결되는지도 모르겠고, 법적 구속력이 있지도 않은 초안일 뿐이었다. 그런데 보수 정당과 기독교인이 합세해 개헌을 비난하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자유민주주의' 변경 문제 삼으며 등장
천만 서명운동 전개하며 개헌안 반대

한편, 지난 대선 이후 대외 활동을 중단해 온 기독자유당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와 보수 교계 지도자들도 이 시기를 전후로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정원장 출신으로 극우 개신교 선봉에 있는 김승규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는 '대한민국통일포럼추진위원회'라는 이름으로 포럼을 개최하고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위한 1000만 명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서명운동은 △헌법 개정 시 '자유민주주의' 용어 변경 반대 △친동성애·친동성혼 정책 반대 △이슬람 반대 △차별금지법 반대를 목표로 했다.

대표대회장 김승규 변호사는 1월 19일 포럼에서, 개헌특위 자문위가 '자유민주주의' 용어를 '민주주의'로 바꾸려 한다며 '자유민주주의'를 지켜 내자고 했다.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면, '사회민주주의'나 '인민민주주의' 등으로 용어를 변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일절 구국 기도회 당시 "정부가 토지를 몰수하려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거짓으로 드러났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개헌안은 계속 논의됐다. 민주당은 2월 1~2일 개헌 의총을 열어 기본권 등 헌법 세부 조항에 대한 당론을 채택했다. 구체적으로 △대통령 4년 중임제 △촛불 시민 혁명 헌법 전문 명시 △지방분권 △토지 공개념 조항 강화 등을 넣기로 했다. 발표 과정에서 '자유 민주적 질서'를 '민주적 기본 질서'로 수정한다고 발표했다가, 곧바로 정정했다. 민주당은 착오가 있었다며 현행대로 '자유 민주적 질서'를 유지하기로 했다.

민주당이 당론을 채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번에는 자유한국당을 이끌고 있는 홍준표 대표가 나서서 비난했다. 홍 대표는 2월 2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사회주의 체제로 변경하는 게 목적이다. 이제 주사파 운동권 정권의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식의 개헌으로 국민이 이 정권의 실체를 알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민주당이 하고자 하는 것은 체제 변경 시도"라고 주장했다.

정치권이 설왕설래할 동안, 보수 개신교는 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교회와 시민단체, 국가 원로회의가 모여 '3·1절 구국 기도회 및 범국민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이들은 △졸속 개헌 반대 △자유민주주의 수호 △한미 동맹 강화 등을 기치로 내걸었다. 작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때 '애국 집회'에 참여하라고 했던 조용목 목사(은혜와진리교회)는 교인들에게 "6·25 이후 나라와 교회의 존립이 이처럼 위태로운 적이 없었다"며 이번 3·1절 구국 기도회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그동안 온라인에 떠돌던 개헌안 유언비어는 삼일절 구국 기도회에서 정식 구호가 됐다. 기도회에 모인 개신교인들은 개헌안에 △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 삭제 △고려 연방제 도입 △주체사상 확대 등이 들어 있다며 기독교인이 막아야 한다고 외쳤다. 

박만수 목사 "용어 자체가 북한 것"
전광훈 목사 "자유한국당과 관련 없어"

정당들은 개헌안에 대한 당론을 논의 중에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구국 기도회에서 "정부가 토지를 몰수하려 한다", "청와대에 주사파 30여 명이 있다"고 주장한 박만수 목사(성은교회)는 3월 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말을 슬그머니 바꿨다. 박 목사는 "(개헌특위) 초안에 토지를 몰수해 재분배해야 한다는 뉘앙스의 글이 많다. 용어 자체도 북한 용어다"고 말했다. 기자가 초안에 토지를 몰수한다는 내용은 없으며 '재분배'라는 말도 한 번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지적하자, 박 목사는 "그게 그렇게 궁금한 내용이냐"며 답변을 피했다. 청와대에 주사파가 있다는 주장에 대한 근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보수 개신교가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에 힘을 실어 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개헌안을 반대한다고 의혹을 제기한다. 전광훈 목사는 지난 대선에서 홍준표 당시 후보를 공개 지지하기도 했다. 

전 목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개헌 반대는 자유한국당과 관련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미 (지지를) 접은 지 오래고, 어차피 이번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은 무조건 진다. 우파가 확실히 망해야 국민에게 소망이 생긴다"고 했다.

개헌은 반대하지만, 대통령 4년 중임제까지는 허용할 수 있다고 했다. 전 목사는 "이승만 대통령이 만든 헌법이 한국을 오늘의 10대 강국으로 만들었다. 다른 헌법은 통일한 후에 고쳐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국회 앞에 설치된 플래카드.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개헌 시기를 놓고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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