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총신대학교 정상화를 기도하는 학생과 동문, 그리고 이웃 신학교 학생들이 모였다. 3월 1일 저녁 7시, 총신대학교 종합관에서 열린 '전국 신학생 연합 예배'에는 600여 명이 집결했다. 텅 비었던 종합관 대강당 1층은 빈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로 가득 찼다.

적막과 긴장이 감돌던 종합관은 모처럼 활기를 되찾았다. 학생들은 총신대 마크가 있는 검은색 조끼를 입고 속속들이 모여드는 학생들과 선배 졸업생들을 웃으며 맞았다. 이제 입학한 2018학번 학생에서부터 갓난아이를 안고 기도회에 참석한 부부까지 다양한 사람이 몰렸다. 감리교신학대학교, 장로회신학대학교, 백석대학교 등 이웃 신학교 학생들도 찾아볼 수 있었다. 한쪽에서는 김영우 총장 구속 수사를 요청하는 탄원서 서명을 받았다. 세 시간 동안 400명 이상이 서명에 동참했다.

총신 회복을 요구하는 학생과 동문들이 대강당 1층을 가득 메웠다. 이들은 총신을 살려 달라고, 김영우 총장이 회개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이날 설교는 송태근 목사(삼일교회)가 맡았다. 송 목사는 "1970년대 학교를 다닐 때부터 총신 캠퍼스는 조용할 때가 없었다. 그럼에도 (지금처럼) 이런 때는 없었다. 작금의 총신 사태는 사사 시대를 능가하는 어둠의 시대다. 나는 수천 명 수만 명 앞에 늘 서도 이렇게 심정이 부들부들 떨린 적이 없다. 우리 학우들이 맨바닥에서 바리케이드 치고 라면을 먹어 가면서 버티고 있는 모습 보니까 기가 막힌다"며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송 목사는 용역이 총신에 들어왔다는 사실에 격분했다. "어떻게 이렇게 악한 짓들을 할 수 있나. 여기가 일반 학교도 아니고. 어떻게 학교에 물리력을 쓸 생각하고 용역을 들여보내느냐"고 했다.

웃시야 왕이 죽을 때 이사야가 본 환상을 주제로 설교한 송태근 목사는, 웃시야 시대는 이스라엘이 모든 면에서 부강했던 시절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절대 권력을 가진 웃시야 왕은 제사장의 영역까지 침범하려다 징벌을 받았다. 절대 권력이 절대 부패한 것이라고 했다.

송태근 목사는 고통받는 민족을 위해 일어섰던 이사야처럼 나서자고 했다. "하나님이 '누가 갈까' 묻는다. 이 혼탁한 시대에 여러분을 사당동 비탈길에, 지금 이 곤고함과 어려움을 위해 표지판 역할이라도 맡으라면 그렇게 따르면 된다. 왜 예수님이 우리에게 복음과 함께 고난도 받으라고 했을까. 하나님은 언제나 우리를 비단길과 꽃길로만 부른 것은 아니다. '너는 욕먹는 역할이야'(라고 하시면) 욕먹자. 비난받자. 손가락질당하자. 그것을 피하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자. 하나님이 이기신다"고 했다.

송 목사는 학생들과 '어느 민족 누구게나'를 불렀다. 그는 삼일절을 맞아, 일제에 맞선 그리스도인들의 마음을 기억하며 학교를 위해 기도하자고 했다.

"오늘 삼일절입니다. 이 땅이 일제 압박으로 온 백성은 찢겨 고난 속에 있었고 주권은 빼앗겨 버렸습니다. 그것을 온 민족이 가슴 아파하고 한 줌의 그리스도인들이 횃불을 들었던 날입니다. 총신 주권이 사람 손에 넘어갔습니다. 다시 한 번 총신 주권을 하나님에게로 되돌려 주시옵소서. 우리 삶에 영적 삼일운동이 일어나게 하여 주시옵소서."

모인 이들은 "총신을 살려 달라", "김영우 총장이 회개하게 해 달라"며 장기간 통성으로 기도했다. 눈물을 보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총신 졸업생인 송태근 목사는 어떻게 총신에 용역을 부를 수 있느냐면서 격분했다. 학생들에게 민족을 위해 일어선 이사야의 모습을 본받고, 삼일운동을 일으킨 그리스도인을 기억하자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설교가 끝난 후 김현우 총학생회장이 '우리들의 기도'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총신대와 비슷한 문제로 학내 사태를 겪고 거리로 나선 신학생들을 기억하며, 신학교가 회복될 수 있도록 많은 사람이 기도하고 관심 가져 달라고 했다.

이날 기도회는 총신대뿐 아니라 학내 사태를 겪은 이웃 신학교 학생들도 참석했다. 김현우 총학생회장은 "정말 절망적인 것은 신학교에서 일어나는 시위들이 이제는 당연한 일이 되었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 시위를 통해 하나님나라를 만들고,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신학교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가 성명서를 읽는 동안, 자리에 앉은 이들은 휴대전화 플래시를 켜고 신학교가 세상에 빛이 되기를, 어두운 터널 속에 있는 신학교에 빛이 스며들기를 염원했다. 총신대 학생들은 매일 저녁 7시 종합관에서 기도회를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

김현우 총학생회장이 '우리들의 기도'를 읽는 동안, 참석자들은 핸드폰 플래시를 켜고 빛을 비췄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우리들의 기도

"지금은 예배드릴 예배당도 없고 학교도 없고 그저 경계와 의심과 멸시와 천대만이 가득한 곳이지만 이곳이 머지않아 은총의 땅이 되리 라는 것을 믿습니다." -언더우드 선교사의 기도-

선교사들의 기도가 모여 이 땅에 세워진 교회는 빛과 소금이 되어 지난 100년을 밝혔습니다. 애국 애족하며 하나님과 이웃을 섬긴 신앙의 선조들은 불의에 항거하여 일제와 군부에 맞서 신앙을 지켰습니다. 그들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 막막한 현실임에도 기도의 무릎으로 어둠에 맞서 승부했고 우리에게 그 유산을 물려줬습니다. 어둠이 자욱하게 깔린 암담한 현실 속에서 말씀만을 등불 삼아 걸어 나아갔습니다.

2018년 우리가 맞이하는 현실은 당대와 크게 달라진 바 없습니다. 어쩌면 세상과 다를 바 없는 교회의 모습을 보면 더 처참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기와 분쟁, 권력과 돈, 음란과 술수가 가득한 우리는 감히 그리스도의 아름다운 신부라고 할 수 없습니다. 값싼 은혜에 길들여져 세상과 쉽게 타협하는 우리의 매순간의 선택은 결코 하나의 자녀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속한 신학교에서 우리의 모습을 다시 한 번 확인합니다. 교회를 위해 기도하고 주신 비전을 두고 공부하며 정직하고 성실하게 하루를 쌓아 가야 할 우리가 학내의 여러 가지 문제들로 인해 시위를 계획하고 교수님과 직원들과 대치하며 얼굴을 붉히고 눈물이 얼룩지도록 얼굴을 땅에 파묻고 기도하며 매일을 보냅니다.

정말 절망적인 것은 신학교에서 일어나는 시위들이 이제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자퇴하고 삭발하며 단식하고 전체 점거에 돌입하는 등 세상 시위와 다를 바 없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우리의 시위의 중심은 교육부의 개입에 있고 소송에서 승소하는 것에 있으며 속히 문제의 근원이 나아가서 학교에 평화가 찾아오는 것에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결단코 그렇지 않습니다. 절대 그럴 수 없습니다. 우리의 시위의 중심은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는 것에 있으며 이 땅이 은총의 땅이 되는 것에 있습니다.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학교를 원합니다. 우리에게 그리스도의 모습으로 섬기시는 총장님, 이사님들 그리고 교수님들을 보기 원합니다. 모든 학교의 구성원이 하나 되어 하나님을 예배하는 학교를 원합니다.

우리는 꿈꿉니다. 우리는 기도합니다. 우리는 간절히 소망합니다.

1. 신학교가 신학교의 역할을 감당하는 것을 원합니다.
2. 교회를 섬기는 자들을 양성하는 학교이니만큼 정직하고 깨끗한 신학교가 되기를 원합니다.
3. 각 학교 사태에 책임이 있는 책임자들은 학생 전체의 뜻을 받아 처신을 결정하기 원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속한 자리에서 학교의 정상화를 외치며 각종 방법을 통해 끝까지 행보할 것입니다. 신학교가 살아아 교회가 살고 교회가 살아야 나라가 살듯, 신학교를 향한 더 많은 관심과 기도 부탁드립니다. 또한 우리는 결단코 기도를 쉬는 죄를 범치 않기로 다짐합니다.

"겸손하게 순종할 때 주께서 일을 시작하시고 그 하시는 일을 우리들의 영적인 눈이 볼 수 있는 날이 있을 줄 믿습니다!"

2018년 3월 1일
총신대학교 제50대 HIS 총학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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