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총신대학교 학생들이 종합관에서 먹고 잔 시간이 1주일을 넘었다. 앞서 1월 초부터 농성 중인 신대원 비상대책위원회 학생들은 시위 세 번째 달을 맞이하고 있다.
2월 28일 오전 10시. 종합관은 적막했다. 28일부터는 직원들이 종합관 앞으로 나오지도 않아 별다른 대치 상황도 일어나지 않았다. 일어난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거나, 세면하기 위해 화장실로 향했다. 야간에도 종합관을 지키느라 취침이 늦어 아직 일어나지 않은 학생도 있었다.
11시가 되자 10명 남짓한 학생이 "총신대를 회복시켜 달라"며 종합관 2층에서 작은 기도회를 열었다. 1층에서는 한 학생이 기타를 잡고 "하나님은 너를 지키시는 자 너의 우편에 그늘 되시니 낮의 해와 밤의 달도 너를 해치 못하리"를 불렀다.
적막감 속에는 '용역'에 대한 긴장감도 녹아 있었다. 전날 용역 90명이 투입된다는 소문이 돌면서 학생들은 긴장했다. 한 학생은 "어제도 검은 카니발이 학교를 몇 번 배회하고 신관에 머물다 갔다. 용역인지 단정할 수는 없지만 신경이 쓰이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야간 근무조를 편성해 출입문을 지키고 있다고 했다.
학생들의 요구는 변하지 않았다. 비리에 연루된 김영우 총장과 현 재단이사들이 사퇴하는 것이다. 그러나 김 총장과 이사들은 이를 수락할 생각도 없고, 학교와 교단은 이 갈등을 조율할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학생들만 외롭게 학교를 점거하며 시위를 이어 가고 있다.
학생들은 몸도 지친 상태지만 정신적으로도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했다. 페이스북 페이지 '총신대학교 대나무숲'에는 시위하는 학생들을 향해 "개강을 못 하면 피해를 본다"며 비판하는 글이 올라온다. "시위를 하더라도 개강은 하고 하라"든지 "시위 방법이 잘못됐다"는 식이다.
종합관을 지키는 학생들은 "우리도 하루에 몇 번씩 본다. 안 보고 싶지만 다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비판에 신경 쓴다면서도, 많은 학생이 학교로 몰려와 종합관을 지키는 데 동참해 주어야 싸움이 일찍 끝날 수 있다고 했다. 2월 27일 저녁에는 점거 이후 가장 많은 인원인 160명이 모여 힘이 났다고 했다.
실습이 있는 유아교육과같이, 비신학과 학생들 중에서 정상 개강을 원하는 목소리가 더 높지 않은지 물었다. 신학과를 다니고 있는 한 학생은 "김영우 씨는 어떻게든지 (교육부 징계를 피하기 위해) 학사를 진행할 사람이다. 실습이나 자격증 문제는 (학생들 우려와는 달리) 문제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오히려 지금 종합관에는 타 학과 학생이 더 많다. 신학과 학생은 그리 많지 않다. 신대원 진학과 직결돼 있으니 선뜻 오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사회복지학과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물론 신학과와 비신학과 학생들이 학내 사태를 체감하는 정도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비신학과) 학생들도 조금만 학교 다녀 보면, 우리 학교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런 총장 밑에서라면) 이 학교가 없어질 수도 있는 거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믿고 따랐던 교수들과 살갑게 지냈던 직원들에게도 큰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한 학생은 보직교수들이 학생들을 이간한다고 했다. "보직교수들은 우리가 총회나 교수협에 선동당하는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교단이 우리를 지지하건 말건, 교수들이 우리를 돕건 말건 (김영우 총장을 몰아내기 위해) 해야 할 시위다. 그들이 도와주지 않는다고 해서 해야 할 시위를 안 할 수는 없다"고 했다.
학교 관계자는 2월 28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용역을 동원해 물리적으로 종합관을 탈환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27일 오후 전달된 퇴거 요청서와 3월 1일 '책걸상 정리'를 위한 일일 노동자를 구한다는 소식은 학생들을 위축시키기에 충분했다. 총신대학교 총학생회는 28일 오후, 학생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학교를 지킬 학생들은 종합관으로 와 달라고 요청했다.
학생들은 2월 27일부터 비상 기도회를 열고 있다. 3월 1일 저녁에는 송태근 목사(삼일교회)를 설교자로 '전국 신학교 연합 예배'를 연다. 김현우 총학생회장은 "다른 신학교도 여러 학내 사태를 겪었는데 최대한 많이 모여서 기도했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종합관에서 쫓겨나더라도, 주차장에서라도 예배를 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