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한 생명이 떠났다. 방글라데시에 와서 처음으로 듣게 된 장례 소식이었다. Noor라는 친구의 딸에 대한 이야기였다. Noor는 "내 딸이 떠났다. 첫아이였기 때문에 아이의 증상이 악화되는 것을 미리 파악하지 못했다. 폐렴이었는데 증상이 갑자기 악화됐고, 병원에 도착했을 때 아이가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방글라데시에 도착하고 한 시간 뒤 태어난 아이는 방글라데시 땅에서 4개월을 살다 떠났다. Noor는 캠프의 한 공터에 아이를 묻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이곳 방글라데시의 날씨는 미얀마와 많이 다르다. 미얀마에서는 이런 추위를 경험해 본 적이 없어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쿠트팔롱 캠프 인근 로힝자 공동묘지 입구에 있는 비석. 사진 제공 개척자들

방글라데시에서 11월~2월은 겨울이기에, 미얀마 난민 캠프에 있는 많은 로힝자가 기후로 인한 질병에 노출돼 있다. Noor는 3일간 아이의 장례식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우리도 장례식에 참여해 조의를 표하고 싶었지만, 무슬림만 참여할 수 있다고 했기에 함께하지는 못했다. 우리는 마음으로나마 함께하겠다고 했다.

이야기가 끝날 즈음 아잔이 울렸다. Noor는 "미얀마에서 우리는 아잔(모스크에서 육성으로 기도 시간을 알리는 것)을 울리지 못했다"고 했다. 무슬림들에게 아잔을 울리는 일은 그들의 생활과 삶의 중심이다. 그렇기에 로힝자들이 아잔을 울리지 못했다는 것은 미얀마에서 그들의 삶이 어떠한지를 조금이나마 짐작하게 한다. 로힝자들은 그들에게 허용되는 지극히 작은 울타리 안에서만 살아야 했다.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없고, 대학 진학도 허용되지 않았다.

중앙에 보이는 건물이 로힝자들이 기도하는 모스크다. 기도를 알리는 아진도 이곳에서 울린다. 사진 제공 개척자들

처음부터, 한 번에 이루어진 일이 아니었다. 미얀마 정부는 수십 년에 걸쳐 정책을 통해 로힝자들을 차별하는 범위를 넓혀 갔다. 우리가 만났던 Mustafa는 미얀마가 발급했던 주민등록증에 대해 설명했다.

"1953년 미얀마 정부는 두 종류의 주민등록증을 발급했다. FRC(Foreigner Register Card)와 NRC(National Register Card)이다. FRC는 미얀마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게 발급됐고, NRC는 미얀마에 거주하는 자국민들에게 발급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로힝자들 역시 NRC를 발급받았다. 나의 할아버지와 아버지 세대까지도 NRC를 갖고 있었다.

1978년 정부에서는 로힝자들에게 국가 확인증인 NVC(National Verification Card)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무렵부터 로힝자들은 정부 관료를 비롯한 공직을 맡을 수 없었다.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은 거주 등록 카드, White Card이다. 이 카드는 말 그대로 임시 거주증과 같다. 2010년에는 이 카드로 선거권을 가졌지만 그 이후 선거권도 박탈됐다."

난민촌 사람들은 큰 변화 없이 일상을 살아가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사진 제공 개척자들

로힝자에게만 발급하는 이 카드에는 이름, 나이, 성별, 거주지, 종교 등이 기재된다고 했다. 로힝자들은 차츰 정부로부터 시민으로서 권리를 빼앗겼다. 미얀마 땅에서 그들은 정부의 어떤 보살핌도 없이 숨죽이며 살아야만 했다. 그들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억압에 침묵할 수밖에 없었고, 오랜 시간 국가로부터 불법 이주자라는 딱지를 떼기 어려웠다.

최근 난민촌에는 더욱 긴장감이 돌고 있다. 난민촌을 걷다 보면, 이곳 사람들은 큰 변화 없이 일상을 살아가는 듯하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눠 보면, 그들이 강제송환될지 모른다는 사실로 걱정하고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2016년 10월 이후 국경을 넘은 로힝자 난민 70만여 명을 2년 내 모두 송환하는 것에 방글라데시 정부와 미얀마 정부가 합의한 바가 있다. 그리고 2018년 1월 23일 예정됐던 송환 계획은 잠시 잠정 연기됐다.

쿠트팔롱 난민 캠프에서 만난 로힝자 아이들. 사진 제공 개척자들

많은 로힝자가 방글라데시와 미얀마가 합의한 것에 대해 염려하고 있다. 이들은 물론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원한다. 하지만 이는 안전과 미얀마 국민으로서 '시민권'을 보장받는 것을 전제할 때의 이야기이다. 시민권을 보장받지 못한 채 강제송환되면, 이들은 모든 것이 불타 버린 고향에서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협에 불안해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고통에서 벗어나 그들이 다시 일상을 살아가도록 함께할 사람은 우리이다. 나와 당신이 그들을 지켜 줄 수 있다. 이들과의 연대가 시급하다.

로힝자 난민 캠프에서
개척자들 조수경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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