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회는 굉장히 오랜 기간 여성이 안수 받은 사제(신부 혹은 목사)가 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 결정의 근거로, 여성은 남성의 돕는 배필로 창조됐다는 창조 원리를 들기도 하고 남성은 이성적 존재로, 여성은 감성적 존재로 창조되어 감성적 존재인 여성이 무엇을 책임지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는 웃지 못할 끔찍한 논리도 제시된다.

여성 안수 반대의 핵심적 근거는 무엇보다도 바울서신이다. "… 모든 성도가 교회에서 함과 같이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 … 여자가 교회에서 말하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라"(고전 14:33-35), "여자는 일체 순종함으로 조용히 배우라 여자가 가르치는 것과 남자를 주관하는 것을 허락하지 아니하노니 오직 조용할지니라"(딤전 2:11-12)와 같은 본문은 여성 안수를 반대하는 이들의 전가의 보도이다.

그러나 신구약 성경에는 오늘날 현실과 글자 그대로 부합하지 않는 적지 않은 내용이 존재한다. 구약에는 한 밭에 두 종자를 섞어 뿌리지 말라는 규정이 있는가 하면(레 19:19), 부모와 마을 사람의 훈계를 듣지 않는 아들을 돌로 쳐 죽이라는 명령도 있다(신 21:18-21). 신약에는 남자가 기도할 때 머리에 무엇을 써서는 안 되고 여자는 기도할 때 반드시 머리를 가려야 하며 남자의 긴 머리는 부끄러운 일이라는 규정이 있고(고전 11:2-16), 병든 자를 위해 기도할 때는 주의 이름으로 기름을 바르며 기도하라는 권면도 있다(약 5:14).

이와 같은 구약과 신약의 규정을 오늘날 글자 그대로 따르고 지키는 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규정은 구약시대나 신약시대의 특수한 문화와 연관된 것이지, 보편타당하게 적용돼야 하는 규정이라 해석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자는 잠잠하라"는 명령은 왜 글자 그대로 타당하고, "아픈 사람에게 기름 바르며 기도하라"거나 "여자는 기도할 때 머리를 가려라"는 왜 당시의 문화로 여기는가이다. 이 글에서 길게 논쟁할 수는 없다. 원칙적으로 말하자면, 신구약 성경 전체는 글자 그대로 적용할 것이 아니라 고대 이스라엘이나 주후 1세기 이스라엘이라는 문화와 역사, 정치 현실에서 표현된 본문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한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해석이 필요하다.

그러면 성경 전체의 글자를 해석할 때 우리가 고려해야 할 가장 근본적인 가르침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예수께서는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대접하라"로 요약하셨고(마 7:12), 바울은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로 요약했다(롬 13:8-10; 갈 5:14). 바울의 이 요약은 이미 구약성경 레위기 19장 18절에서도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신구약 성경의 규정과 명령은 레위기 말씀, 예수님의 요약과 바울의 요약에서 볼 수 있는 '사랑의 원칙'에 기반해서 해석돼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특정한 직책이나 직분을 특정한 사람으로 제한하는 것은 사랑의 원칙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여겨진다. 목사 안수는 교회에서 말씀을 전하고 가르치는 자로 세워졌음을 상징한다. 고대 이스라엘이나 바울의 시대에, 여성이 지도자가 되고 말씀을 가르치고 공동체를 이끄는 리더가 되는 것을 거의 볼 수 없었지만, 오늘날 우리는 곳곳에서 여성 지도자의 존재를 볼 수 있다.

이스라엘이나 바울의 시대와 달리 오늘날 우리는 목사를 비롯한 가르치는 직분과 지도자 역할을 할 때 남성과 여성에 차이가 없음을 훨씬 분명히 알고 있다. 원하지 않는데 강제로 하게 하는 것이 아닐진대, 어떤 여성이 하나님 말씀을 가르치는 자로 자신을 드리고자 할 때, '사랑의 원칙'에 기반해 생각하면 당연히 이 일은 축복하고 지지하며 격려할 일이지, 성경 구절을 내세워 반대할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오늘 우리 사회의 중요한 키워드로 '미투(MeToo) 운동'이 있다. 사회 전반에 걸쳐 힘을 가진 남성에 의해 저질러진 성추행, 성폭력을 고발하고 희생당한 이를 지지하며 동참하는 이들의 증언은 이 같은 참혹한 일이 특정한 개인의 연약함이나 정신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 모든 끔찍한 참상의 원인은 '권력'이라고 할 수 있다. 소수의 특정한 이들에게 권력이 집중될 때, 그곳에는 반드시 부패가 발생하고 약자가 유린되고 희생되는 일이 발생한다.

목사는 권력이라 말할 수 없다. 그렇지만 특정한 집단만 목사가 된다는 점은 필연적으로 권위와 권력을 깃들게 한다. 이를 생각할 때에도 여성 목사 안수는 남성만으로 이루어진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 될 수 있다. 나아가 여성과 남성의 말 그대로 동등한 동역을 위해서, 여성 목사 안수는 의미 깊은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여자와 남자는 서로 다르지만 모두 사람이다. 남자와 여자는 모두 하나님의 형상이다. 여자든 남자든 누구나 하나님 말씀을 선포하고 가르치며 섬기도록 부름을 받았다.

*이 글은 일산은혜교회 주보에 실렸습니다.
김근주 / 기독연구원느헤미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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