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전
제5조(구민의 권리) 구민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 지역,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용모 등 신체 조건, 병력, 혼인 여부, 정치적 의견 및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아니한다.

개정 후
제5조(구민의 협력) 구민은 스스로가 인권이 존중되는 지역사회를 실현하는 주체라는 점을 인식하여 인권 의식의 향상에 노력하고 구가 수행하는 인권 시책에 협력하여야 한다.

[뉴스앤조이-하민지 기자] 부산시 해운대구의회가 2월 13일 본회의에서 해운대구 인권 증진 조례를 위와 같이 개정했다. 이 과정에서 몇몇 구의원이 교회의 압력을 받고 '성적 지향'을 삭제하는 조례 개정을 추진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인권 증진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은 서창우 구의원(바른미래당)이 대표 발의하고, 구의원 17명 중 15명(자유한국당 9명, 더불어민주당 3명, 바른미래당 3명)이 공동 발의했다. 해운대구의회는 2월 8일 임시 회의에서 개정 조례안을 심사했다.

해운대구의회 홈페이지에 게재된 회의록에는 당시 어떤 발언이 오갔는지 나온다. 이날 의회운영위원회 최영곤 위원(바른미래당)은 의회가 교회의 압력을 받고 '성적 지향'을 삭제하기 위해 인권조례를 개정하려 한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최 위원은, 해운대구에 있는 한 교회 목사가 자신을 포함한 몇몇 의원에게 식사를 대접하며 조례를 개정해 달라고 부탁한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서창우(대표 발의자) / 여기에서 성적 지향만 삭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나열된 모든 것을 삭제하고 포괄적으로 인권을 증진하기 위해서 우리 해운대구민이 더욱더 노력해야 할 협력 방안을 다시 신설하는 것입니다.

최영곤 / 인권을 구체적으로 명시했을 때 더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가 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이런 모든 개념들을 다 빼 버리면 어떤 인권을 보호하는 건지 일반 사람들이 볼 때는 모른다는 말입니다. (인권조례에) '성적 지향'이 들어가서, 결국은 종교 단체에서 여러 차례 우리 의회에 압력을 넣은 거 아닙니까?

서창우 / 어…

최영곤 / 지난번 저도 개인적으로 운화교회 목사님에게 초대를 받아서 그때 의장님하고 세 분이 갔지 않습니까? 종교적인 잣대로 이렇게 개인의 가치를 옭아매려고 한다는 것은 저는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보거든요.

서창우 / "외부의 압력에 굴복했다" 이런 표현은 정말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라고 사료되고요. 기독교협의회에서 이런 목소리(인권조례를 개정하라는 의견 - 기자 주)를 요구하는 것은 또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그 목소리에 저희 의원들이 어떻게 굴복할 수가 있습니까?

이명원 의원 / 저는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고 봅니다. 하필이면 이때 기독교협의회하고 모임을 크리스마스 때 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저는 일정이 있어서 못 갔는데, 타이밍상 적절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산 퀴어 문화 축제가 지난해 9월 23일 해운대 구남로 문화 광장에서 열렸다. 보수 개신교인들은 행진하는 축제 참가자들 옆에서 축제 반대 시위를 했다. 사진 제공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재윤

임시 회의에서 설전이 오간 후, 2월 13일 본회의가 열렸다. 이날 재석 의원 15명 중 10명이 찬성해 개정 조례안이 통과됐다. 최영곤 위원은 표결 전, 다시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서창우 의원은 개정 조례안을 발의한 의원들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맞섰다.

최영곤 / 저는 개인적으로 이 조례를 개정하라는 압력을 받았습니다. 아마 여기에 참석하신 우리 구청장님하고 저하고 정성철 의장, 발의자 서창우 의원, 세 사람에게 (교회가) 그러한 압력을 넣었습니다. 압력을 넣은 이유는 올해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부분들이었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반대 의견을) 이야기했습니다. (교회는) 계속적으로 우리 의회에 압력과 회유를 해 왔습니다.

얼마 전 교회로부터 우리 의원들 몇 분이 식사 자리에 초대를 받아서 갔을 겁니다. 그 자리에서 무슨 이야기를 들었습니까? 가신 분들 잘 알 것이 아닙니까? 성적 지향을 폐지하라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이 조례(개정안)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서창우 / 인권조례는 의장을 비롯한 우리 17명 의원 중 15명이 공동 발의한 내용의 안건입니다. 우리 15명 의원이 아무 생각 없이 어떤 단체에 의해서, 외부적 압력에 의해서 이 조례를 개정한다, 이것은 15명 의원을 정말 무시하는 발언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열린 부산 퀴어 문화 축제 현장. 사진 제공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재윤

지난해 말 해운대구에 있는 운화교회 이현국 목사와 해운대구의회 정성철 의장, 서창우·최영곤 의원, 임말숙 위원장(주민도시보건위원회), 백선기 구청장 등이 만나, 인권조례 개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보인다.

서창우 의원은 2월 2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현국 목사, 백선기 구청장, 정성철 의장, 최영곤 위원, 임말숙 위원장과 같이 지난해 10월 말인가 11월 초에 티타임을 가졌다. 노인대학 가을 학기 종강식에 참석하고 모인 거다. 이현국 목사가 해운대구기독교협의회 회장인데, 구청장에게 인권조례안을 개정해 달라고 했다. 구청장이 '그건 의원들이 하는 일'이라고 해서, 내가 '제가 발의하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정성철 의장(바른미래당)과 임말숙 위원장(자유한국당)은 개정 조례안 공동 발의자에 이름을 올렸다.

서청우 의원은 그런 일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외부 압력 때문에 인권조례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그는 "동성애 논의는 계속 있었다. 마침 작년 해운대에서 동성애 축제가 열렸고, 많은 학부모가 걱정하며 잘못된 걸 고쳐 달라고 내게 말했다. 그래서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다"고 했다.

운화교회 이현국 목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식사를 대접한 건 아니고, 의원님들 모시고 연말에 간단하게 신년 하례회를 한 거다. 인권조례안을 개정해 달라고 얘기한 것은 사실이다. 우리 자녀들이 동성애나 이런 데 물들면 안 된다고 얘기했다"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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