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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운동', 교회에서도 가능할까

2차 가해 빈번한 교회 내 성폭력…교인들 인식부터 바꿔야

이은혜 기자   기사승인 2018.02.22  18:5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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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는 다른 게 아니다. 어렵게 이야기를 꺼낸 피해자의 말보다는 가해 목사의 말을 믿거나, '교회의 안정'이라는 대의를 내세워 피해자에게 직간접적으로 침묵을 강요하는 것이다. 자신은 중립이라고 하면서, 목사가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대변하는 것 또한 2차 가해다.

2차 가해는 직접적인 성폭력만큼 피해자에게 상처를 입히는 일이다. 목회자 한 명을 중심으로 여러 관계가 얽혀 있는 교회에서는 성폭력 피해자를 둘러싼 2차 가해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그동안 한국교회에서 발생했던 굵직한 목회자 성폭력 사건에서는 어김없이 일정한 패턴의 2차 가해가 발생했다.

전병욱 목사(홍대새교회)에게 추행당했던 이들은 당시 전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에게 '꽃뱀', '이단'으로 낙인찍혔다. 전 목사와 거리를 두고 중립을 지킨다고 생각하는 이들조차, 교회 안에서 이를 공론화하는 것은 '은혜롭지 못한' 일이라고 이야기했다. 전병욱 목사도 피해자와의 통화에서 "너 교회 망하는 거 좋니?"라며, 피해자들 입을 막는 데 이 논리를 적극 이용했다.

'일본 선교의 대부' 김규동 목사 역시 2014년 <뉴스앤조이> 보도로 수년간 여교역자들에게 성폭력을 가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보도 전 취재 사실을 알게 된 요한동경교회 출신 교역자들은, 언론에 제보한 피해자들을 색출하고 직접 연락을 취해 "김규동 목사가 타격을 입으면 일본에 복음 전파가 어려워진다"며 압박했다. "선교의 문이 닫힌다"는 말에 피해자들은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문대식 씨에게 성폭력을 당한 A는 교회에서 가까운 이에게 어렵게 이야기를 꺼냈지만, 그의 반응에 침묵하고 교회를 떠났다. 그는 "사모님과 애들 불쌍해서 어떡하느냐"는 말을 제일 먼저 했다. A의 심경이 어떤지는 묻지 않았다. A는 자기가 당한 일을 폭로하는 것이 문대식 씨 가정을 깨뜨리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자기 잘못이 아니라고 깨닫기까지 A는 상당 기간 성추행 사실을 숨겨야 했다.

부산 지역 상담 전문 목사에게 추행을 당한 B도 교인들에게 이야기했다가 비슷한 일을 겪었다. B는 "피해자인 우리보다 목사 아내를 더 걱정하는 교인들도 있었다. 우리가 잘못한 일이 아니었는데도, 교회가 없어지는 게 꼭 우리 때문인 것처럼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자기 행동이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부산 목사 성추행의 경우, 교인이었던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청년전국연합회(장청) 이 아무개 회장은 피해자들을 돕고 있는 청년에게 연락해 피해자들을 나무랐다. 자신은 중립을 지키고 있다고 하면서도, 가해 목사 말만 듣고 피해자들에게 직접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 그러면서 피해자들 의도를 의심하고, 피해자들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말했다.

<뉴스앤조이>가 이를 문제 삼자, 그는 장청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글을 올려 "(나는) 가해자와 피해자 어느 한쪽의 편도 들고 있지 않으며 중립적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같은 행위 자체도 2차 가해에 해당한다. 자기가 하는 말과 행동이 피해자들에게 계속 상처를 준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사회 각 분야에서 '미투 운동'이 계속되고 있다. 교회는 아직까지 조용하다.

몰랐다고 피해자들이 입은 상처가 아물지는 않는다. 인권 의식이 뒤처지고 부정적인(?) 이야기는 '은혜가 되지 않는다'는 분위기가 팽배한 교회 환경에서 피해자는 침묵을 선택당한다. 전문가들은 목사에 대한 지나친 존경심과 성폭력 사건에 대한 무지가 이런 폐해를 낳는다고 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조은희 책임상담원은 존경받는 목사가 있는 교회일수록 2차 가해가 많이 발생한다고 했다. 그는 "가해자인 목사를 존경하는 마음이 (교인들에게) 있기 때문에 목사가 잘못했을 거라는 생각을 안 하고 피해자가 잘못됐다고 말한다. 교회에서는 성폭력 사실이 알려졌을 때 오히려 피해자만 소외되고 공격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탁틴내일 김미랑 연구소장은 "그동안 한국교회는 목사가 모든 것을 다 주관하고 소유하는 것처럼 가르쳐 왔다. 그러나 교인의 몸까지 목사 소유가 아니다. 성폭력 기준은 성적 자기 결정권의 침해 여부다. 교인들이 목사를 위하는 마음으로, 성폭력 피해자에게 '격려나 치료 차원이었을 것'이라고 얘기하는 것이 2차 가해"라고 말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김애희 국장은 2차 가해를 막기 위해서는 성폭력을 둘러싼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했다. 그는 "보통 성폭력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피해자에게 기대하는 특정한 모습이 있다. 피해자의 모습이 자기 생각과 다른 경우, 피해자의 말을 불신한다. 이것은 평소 성폭력을 보는 잘못된 시각에서 발생한다. 이를 바꾸기 위해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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