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충남기독교교회협의회·대전충남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소속 목회자들이 충청남도 인권조례를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지역 보수 개신교 세력이 주도해 인권조례 폐지를 이끌어 낸 것과 반대되는 입장이다. 두 단체 회원들은 2월 19일 충청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희정 지사가 충청남도의회에 인권조례안 폐지 조례안 '재의'를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인권조례가 동성애를 조장하고 확산하게 할 것이라는 일부 보수 개신교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오히려 인권조례가 약자와 소수자들이 차별과 편견에서 벗어나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누리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고 했다. 목회자들은 "인권은 하나님께서 당신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모든 인간에게 주신 권리이다. (중략) 우리에게는 이러한 인간으로서 권리를 법과 제도를 통해 보장하고 누구나 차별 없이 누리도록 노력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충남도의회는 2월 2일 인권조례 폐지안을 가결했다. 투표 전 더불어민주당 소속 도의원들이 나와 '인권조례 폐지 반대'를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두 단체 회원들은 기자회견에서 인권조례 폐지를 주도한 보수 개신교를 향해 "부디 율법적인 교리, 문자적 성서 해석에서 벗어나 넉넉하고 따스한 마음으로 우리 안에 있는 약자와 소수자들을 품어 안는 예수님의 마음으로 세상으로부터 사랑받고 존경받는 교회를 회복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안희정 충청남도지사(더불어민주당)도 같은 날 충남 인권조례 폐지와 관련한 의견을 밝혔다. 안 지사는 2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충남 인권조례가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썼다. 안 지사는 "인권조례는 모든 차별에 반대하고 누구나 최소한의 인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가치를 담고 있다"며 "어떤 이유로도 인권은 차별받을 수 없다"고 했다.

충남도의회는 2월 2일 충남 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폐지 조례안은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 지지를 받아 가결됐다. 인권조례 폐지를 주장하는 의원들은 일부 개신교 주장처럼, 인권조례안이 동성애를 옹호하고 조장한다며 폐지가 마땅하다고 했다.

도의회를 통과한 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은 최종적으로 안희정 지사의 손을 거쳐야 한다. 안 지사는 폐지 조례안과 관련해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폐지 조례안을 원안대로 공포하거나, 다시 한 번 도의회가 심의하도록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일정대로라면 안희정 지사는 2월 27일까지 전에 재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안 지사는 결정을 내리기 전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충남기독교교회협의회·대전충남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의 기자회견 내용을 인용했다.

다음은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성명서 전문.

충남 인권조례는 지켜야 하고 더욱 발전시켜야 합니다.
충남도의회의 퇴행적 행태를 지켜본 충남기독교교회협의회(NCCC)의 입장

지난 2월 2일 충남도의회는 충남 인권조례 폐지안을 가결했습니다.

이는 우리 사회가 오랜 민주화 운동의 과정을 통해 얻어 낸 형식적이고 절차적인 성과를 이제 지방자치를 통해서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삶의 자리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태로서 단호히 규탄합니다.

인권은 하나님께서 당신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모든 인간에게 주신 권리입니다. 그러므로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본성대로 생명을 향유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러한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법과 제도를 통해서 보장하고 누구나 차별 없이 삶의 자리에서 누리도록 노력해야 할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인권조례가 동성애를 조장한다거나 사회적인 혼란을 불러올 것이라는 일부 기독교 내 우려에 동의하지 않으며 오히려 인권조례를 통해서 이 땅에 어둠 속에 살아가는 약자들과 소수자들이 차별과 편견에서 벗어나 좀 더 당당하게 자신들의 권리를 누리며 살아갈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그동안 도민의 인권 신장과 실제적인 민주화를 지방자치에서 발전시켜 온 충남도와 담당자들에게 지지와 연대의 뜻을 보냅니다.

안희정 도지사는 충남도의회의 인권조례 폐지에 대해 속히 재의결을 요구해 주시기 바랍니다. 도지사와 충남도 담당자들은 지금까지와 같이 흔들림 없이 인권조례를 지키고 발전시키는 일에 노력해 주시길 당부드립니다.

아울러 일부 수구적 지역 기독교 인사들에게 진실한 충고를 드립니다. 이 땅에 세워진 교회는 거룩한 주님의 몸이며, 따라서 주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을 해야 할 사명이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갈릴리 바닷가에서 일하는 자들과, 가난한 자들, 병든 자들, 그리고 약한 자들, 장애인들… 특별히 편견과 차별로 고통스런 삶을 살아가던 죄인들과 함께하셨고, 예수님께서는 지금도 이 땅에서 편견과 차별로 고통당하는 약자들과 소수자들과 함께 계십니다. 부디 율법적인 교리, 문자적 성서 해석에서 벗어나 넉넉하고 따스한 마음으로 우리 안에 있는 약자들과 소수자들을 품어 안는 예수님의 마음으로 세상으로부터 사랑받고 존경받는 교회를 회복하기를 바랍니다.

2018년 2월 19일
충남기독교교회협의회, 목회자정의평화실천대전충남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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