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명성교회가 인터넷에 김삼환 원로목사를 비판한 글을 올린 교회학교 교사에게 '정직' 처분을 내렸다. 교회는 "담임목사를 인정하지 않고 인터넷에 은혜롭지 못한 글을 배포하는 사람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합당하지 않다고 판단해 이 같은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정직 처분을 받은 교사는 반 아이들에게 인사도 하지 못하고 교사직을 내려놓아야 했다.

징계를 받은 교사는 김 아무개 안수집사다. 명성교회 중등 학교에서 10년간 교사로 봉사했다. 그는 수년 전부터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개인적인 이야기, 말씀을 묵상한 내용 등을 올려 왔다. 지난해부터는 명성교회 세습이 논란이 되면서 개인적인 생각을 글로 정리했다.

그는 여러 차례 올린 글에서 김삼환 목사가 자녀에게 세습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교인들을 기망했다고 지적했다. 2017년 3월 14일에 올린 '명성교회 합병에 대한 교인의 생각'에서는 "목사님께서 이제 와서 (세습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번복하면 교인들이 목사님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처럼 슬그머니 이렇게 하면 교인들 마음도 불편하고 상처도 남을 것이다. 목사님 말씀을 들을 때마다 '우리 목사님은 거짓말쟁이'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고 했다.

올해 1월 29일 올린 '명성교회 세습 논란 해법이 가능하다'에서는 "목사의 거짓말은 수많은 사람 마음에 불신을 심어 주고 영혼을 피폐하게 하는 무서운 짓이다"며 "명성교회 세습이 김삼환 목사님의 거짓말과 기망으로 얻어진 것이라면, 다시 투표해야 한다"고 썼다. 이틀 후에 쓴 '김삼환 목사님의 거짓말에 수많은 영혼이 상처를 입었습니다'는 글에서는 김삼환 목사의 거짓 때문에 동료 교인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다고 했다.

동료 교사와 제자들에게
작별 인사도 불허
"지금이라도 뜻 굽힌다면 교사 가능"

김 집사는 2월 8일 교회에서 정직 통보를 받았다. 명성교회 중등 학교 교장 박 아무개 장로가 사무실에 찾아와 징계 사유와 처분 결과를 알렸다. 김 집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내가 목사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그 뜻에 반하는 글을 써, 교회가 이런 조치를 내린다고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김 집사는 김삼환 목사와 교회를 비방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했다. 그는 "내 글을 읽어 보면 알겠지만, 나는 교인이라면 당회 결정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사람이다. 세습을 반대하지도 않는다. 다만, 김삼환 목사가 교인들과 맺은 약속을 어기고 거짓말했다는 사실이 옳지 못하다고 지적했을 뿐이다"고 했다.

그는 "교회가 변질되고 있다. 교회의 주인은 목사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다. 목사가 잘못하면 그것을 말리고 조언하는 게 중직자들 역할 아닌가. 그런데 장로들은 성경에 기록된 말씀을 따르지 않고 목사 말만 순종하려 한다"고 했다.

교회는 김 집사가 동료 교사와 반 아이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다. 김 집사는 "내가 갑자기 그만두면 동료 교사와 반 아이들이 시험에 빠질 수 있으니, 다른 얘기는 하지 않고 마지막 인사만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했다. 그러나 교회는 허락해 주지 않았다. 정 하려면 휴대폰으로 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김삼환 목사가 거짓말을 하고 교인들을 기망했다고 비판한 명성교회 교회학교 교사가 정직을 당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정직을 통보한 박 아무개 장로는 2월 1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새로운 목사님이 오셨는데, 김 집사는 계속 절차를 문제 삼고 교회를 비판했다. 이런 사람이 민감한 시기에 교사직을 수행하는 게 옳지 않다고 판단해 6개월간 자숙하라고 통보했다"고 말했다.

김 집사는 자기 입장을 항변할 기회 한 번 얻지 못했다. 절차상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에, 박 장로는 "임명권자의 권한이다. 김 집사와 두 시간 동안 충분히 대화하고 결정한 사안이다. 보통 같았으면 파면이지만, 교회가 분위기를 쇄신하고 새롭게 잘 하려는 상황이라, 정직에 그쳤다. 교육부 담당 목사를 통해 김하나 목사에게도 보고했다"고 말했다.

박 장로는 김 집사가 지금이라도 뜻을 굽힌다면 언제든지 다시 교사를 시작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김삼환 목사는 거짓말하지 않았다. 김하나 목사를 청빙한 건 장로들이다. 장로들이 원로목사 뜻을 거역하고 청빙을 강행한 것이다. 이런 상황을 오랜 시간 설명했는데도 김 집사는 들으려 하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김 집사가 반성하고 교회 입장을 따른다면 교사직을 다시 허락할 생각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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