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CBS가 직원 해고 문제로 논란을 빚고 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지난해 직원 성추행으로 논란을 빚은 전남CBS(유영혁 본부장)가 이번에는 직원 해고 문제로 시끄럽다. 전남CBS는 2017년 12월 31일 자로 강민주 피디에게 해고를 통보했는데, 강 피디는 직속 상사의 성희롱을 문제 삼은 것에 대한 징계성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강민주 피디는 2016년 5월 전남CBS 피디로 입사했다.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회사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처음 5개월간 수습으로 지내며 출연자 섭외부터 생방송 진행까지 다양한 일을 도맡았다. 야근도 잦고 휴일에도 일을 했지만 꿋꿋하게 버텼다. 전남CBS 인사 규정에 따르면, 교육 1개월과 수습 4개월을 거친 뒤 평가를 통해 정직원이 될 수 있다.

전남CBS는 5개월이 지난 10월 19일, 강 피디에게 채용 취소를 통보했다. 수습 기간 만료 통보서에는 "채용 요건 부적합으로 판단돼 채용할 의지가 없음을 통보한다"는 짧은 문구만 담겨 있었다. 채용 요건 부적합에 대한 이유는 따로 나와 있지 않았다.

당시 강민주 피디는 자신이 해고된 이유를 직속 상사의 성희롱과 관련 있다고 생각했다. 강 피디는 수습 시절 윤 아무개 보도국장으로부터 잦은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윤 국장은 "독서실에 오래 앉아 있는 여자들은 엉덩이가 안 예쁘다", "피아노 치는 여자들은 엉덩이가 크다" 등의 발언을 했다. 강 피디는 "성희롱을 당할 때마다 항의했지만 돌아오는 건 '너를 당장 자를 수도 있다'는 엄포였다"고 했다.

채용 취소 통보를 받은 강 피디는 전남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제소했다. 지노위는 2017년 4월, 복직 판정을 내렸다. 전남CBS는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강 피디가 요구한 성희롱 가해자 윤 국장에 대한 징계도 이뤄지지 않았다. 강 피디는 사측에 윤 국장의 공개 사과와 업무 공간 분리 등을 요구했다.

전남CBS가 미적거리자 본사 CBS(한용길 사장)가 나섰다. 본사는 같은 해 5월 29일 공문에서 "31일까지 복직 이행 결과 통보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재단이 2000만 원 이하의 부당 해고 이행강제금 처분을 받게 되고, 향후 방송통신위원회 방송 평가 및 재허가 심사에 매우 불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본사는 이번 사건을 성희롱과 관련 있다고 규정했다. 공문에는 "이 사건은 성희롱과 연관된 문제여서 불이행 시 500만 원 이하 과태료도 받을 수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재단법인 CBS의 명예와 품위가 손상될 여지가 커지게 된다. 재차 권고하니 수용해 달라"고 했다.

전남CBS는 뒤늦게 윤 국장에게 감봉 3개월 처분을 내리고, 보도국장에서 특임국장으로 발령했다. 윤 국장의 자리는 5층에서 4층으로 옮겨졌다. 사측은 강 피디에게 복직을 권했으나, 강 피디는 건강상의 이유로 3개월 병가를 냈다.

사측, 계약 만료 통지
강 피디 "이게 방송 선교인가"

강민주 피디를 해고한 사측은 성희롱 문제와 관련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전남CBS 홈페이지 갈무리

일은 조용히 마무리되는 듯했지만, 사측이 강민주 피디에게 두 번째 해고를 통보하면서 마찰이 생겼다. 전남CBS는 2017년 11월 23일, 강 피디에게 "계약 기간 만료(12월 31일)에 따라 근로관계가 종료됐다"고 알렸다. 강 피디 복직 당시 계약서에 계약 기간이 명시돼 있다고 했다.

사측은 경영상의 이유와 관련 있다고 했다. 조 이사는 "전년도 대비 2억 적자가 났다. 큰 규모의 회사도 아니고, 이대로 가다가는 문제가 있을 것 같았다. 강 피디가 주장하는 성희롱 문제와 이번 일은 아무 관련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게다가 강 피디는 병가 3개월을 내고, 그전에도 서울 본사에서 교육을 받는다는 이유로 전남CBS 업무는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월급만 나갔다. 강 피디와 재계약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 재계약 불허를 통보했다. 또 "처음 채용 취소를 통보했을 당시에도 강 피디는 직원들과 융화하지 못했다. 윗사람이 지시를 못 내릴 정도였다. 팀 분위기가 안 좋다는 보고가 매달 들어왔다"고 말했다.

강민주 피디는 병가 중 해고 통지를 받았다. 그는 "마치 내가 많은 돈을 수령해 온 것처럼 말하는데, 병가 기간 한 달치 기본급을 받은 게 전부다. 부당 해고나 다름없다. 전남CBS 역사상 기자와 피디가 해고된 적은 없다. 단체협약 등에 따르면 피디는 정규직에 준해 뽑아야 한다는 규칙도 있다"고 했다.

강 피디는 전남CBS가 지노위에 제출한 화해 조서에 자신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고 말했다. 실제 화해 조서 제1조항에는 "(강 피디를) 늦어도 2017년 9월 30일까지 정규직으로 다시 채용하기로 한다"고 나와 있다.

이에 대해 조용구 이사는 "이사들은 정규직이니 비정규직이니 잘 모른다. 우리한테 인사권이 있지만, 대리 경영할 뿐이다. 특별히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민주 피디는 사내 성희롱을 폭로한 것에 대한 보복성 해고라고 주장하며, 기독교 방송국에서 왜 이런 부당한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이게 과연 빛과 소금의 역할을 위한 방송 선교인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CBS 내부서 응원·자성 목소리도
"내부 문제도 해결 못 하면서
성폭력, 부당 해고 다룰 건가"

강민주 피디는 자신이 겪은 일을 토대로 #MeToo 운동에 동참했다. JTBC 영상 갈무리

지난해 말 벌어진 이 일은 최근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고발하는 #MeToo 운동이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강민주 피디는 JTBC와 <경향신문>, <한겨레> 등에 자신이 당한 일을 폭로했다.

이에 CBS 34기는 사측을 향해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2월 6일 "회사는 전남CBS 정상화 방안을 책임 있게 마련하라. CBS가 타인의 일을 공정하게 보도하듯 우리 일도 공정하게 다뤄라. 내부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 우리가 무슨 자격으로 성희롱·성추행 사건, 갑질, 부당노동행위, 부당 해고, 비정규직 처우 문제를 다룰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전남CBS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전남CBS 전 문화사업국장이 여직원을 성추행한 일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운영진이 오히려 가해자를 두둔한 정황도 포착됐다. 유영혁 본부장과 조용구 이사는 이 사건을 보도한 <뉴스앤조이> 기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으나, 검찰은 이를 무혐의 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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