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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직역한 교리문답이 필요한 이유

[서평] <원문을 그대로 번역한 웨스트민스터 소교리문답>(세움북스)

크리스찬북뉴스   기사승인 2018.02.12  16: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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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에 나온 신앙고백서는 그 이면에 아주 복잡한 신학적 토론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우병훈 고신대 교수는 이 책 추천사 첫 문장을 이렇게 시작했다. '아주 복잡한'에 방점이 찍힌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신학적 토론과 더불어 정치적 난제가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한국 장로교회가 성경 다음으로 여길 만큼 중요하게 여기는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는 정치적, 교리적 폭풍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원문을 그대로 번역한 웨스트민스터 소교리문답> / 권율 옮김 / 세움북스 펴냄 / 160쪽 / 8000원

잠깐 정두성의 <교리 교육의 역사>(세움북스)로 돌아가 보자. 루터에 의해 종교개혁이 시작되자 '교리'가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종교개혁은 좁은 의미에서 교리 혁명이기 때문이다. 정통에서 벗어난 가톨릭교회의 교리들이 아닌, 개혁된 교회가 필요로 하는 바른 교리를 정리하고 교육해야 했기 때문이다. 루터는 얼마 가지 않아 교리 교육서(1529년)를 만든다. 이후 칼빈에 의해 제네바 교리 교육서(1537/1541)가 만들어진다. 그 후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에 큰 영향을 미칠 하이델베르크교리문답서(1563년)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약 86년이란 시간이 흐른 뒤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가 탄생하게 된다.

정두성은 "이후 하이델베르크 교리 교육서는 웨스트민스터 교리 교육서의 기본 틀을 잡는데 영향을 주었으며, 많은 장로교회와 개혁파 교회의 권위 있는 교리 교육서로 꾸준히 인정받고 있다"(197~198쪽)고 말한다.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는 1643년 웨스트민스터대성당에서 소집된 학자 98명이 5년 동안 1163번 회집하여 완성된다. 1647년 영국 교회 총회에서 승인되었고, 1649년 영국 의회가 승인했다. 신앙고백서와 함께 교리문답집이 작성되어 배포되었다. 대교리문답이 '목회자들의 교리 교육용 참고서'라면, 소교리문답은 '평신도 및 어린이들의 교리 교육용'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당시 영국은 청교도 중심 의회파와 찰스 1세를 지지하는 왕당파가 대립하는 상황이었다. 가톨릭을 지지하는 아일랜드 군대가 잉글랜드에 들어온다는 정보가 들리자 의회파는 스코틀랜드에 도움을 요청한다. 이때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가 맺은 협약이 '엄숙 동맹과 언약'(The Solemn League and Covenant, 1643년 9월 25일)이다. 1642년 청교도혁명이 일어나 올리버 크롬웰은 1649년 찰스 1세를 처형한다.

결국 크롬웰은 1653년 의회를 강제로 해산하고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아일랜드를 통치하는 호국경의 자리에 오른다. 엄격한 청교도주의를 표방한 크롬웰의 정치에 수많은 사람이 등을 돌렸다. 크롬웰이 죽고 그의 아들 리처드 크롬웰은 정치력이 없었고 스스로 호국경을 포기했다. 의회는 결국 다시 찰스 1세의 아들인 찰스 2세에게 왕권을 반환하고 왕정복고가 일어나게 된다. 그때가 1660년이며 스튜어트 왕조가 부활하면서 피의 바람이 일어난다.

웨스트민스터 총회(Westminster Assembly, 1643~1649년)가 있었던 때가 청교도혁명 시기였다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가 잉글랜드 의회를 통과했지만, 스코틀랜드교회만 채택한 이유는 국가와 교회 간의 복잡한 정치적 난제가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스코틀랜드의 경우, 교회가 국가와 대립의 구도에서 교회만의 자립적 형태로 발전한다. 영국의 경우는, 종교개혁 자체가 정치적 의도에서 출발했고 국가 아래 교회가 있는 특수한 상황 놓이게 된다. 즉 국가에 종속된 교회 형태가 바로 영국 교회 형태다. 청교도혁명은 일종의 시민 혁명으로, 국가를 대표하는 왕정을 무너뜨리고 시민들이 세운 호국경에 의해 정치를 하는 시민의 국가 형태를 가진 것이다. 웨스트민스터 총회는 찰스 1세와 찰스 2세 사이의 올리버 크롬웰이 통치했던 시대 초기에 만들어진 자유 선언서와 같은 것이다.

다시 정두성의 <교리 교육의 역사>로 돌아가 보자. 의회가 소집되자 그들이 처음 한 것은 '교회 정치, 예배, 치리에 대한 지침'을 만드는 일이었다. 의회가 소집된 다음 해인 1644년 작업이 완성되었고, 이어 신앙고백서와 교리 교육을 위한 문답서가 시작되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와 그에 따른 대교리문답집과 소교리문답집이다. 처음 1646년 12월 3일 신앙고백서가 만들어져 의회에 제출되자, 의회는 성경 각주를 달아 줄 것을 요구하여 다시 수정 작업을 하여, 다음 해인 1647년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가 탄생하게 된다. 정두성은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추가한다. 웨스트민스터 소교리문답은 "어린이들이 암기하기 쉽도록 문답을 최대한 단순하게"(202쪽) 만들었다는 것이다.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에는 개혁, '오직 성경으로' 정신, 그리고 자유에 대한 의지가 강하게 관철되어 있다. 이것은 신앙고백서 전반에 걸쳐 드러난다. 중보자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이며 교황이나 국가는 교회에 간섭할 수 없으며, 신자는 성경을 통해 하나님을 알 수 있으며, 사람의 중보자 없이 직접 하나님께 기도할 수 있다는 조항들이 들어가 있다. 이것은 오직 성경으로 돌아가려는 의지이며, 국가와 교황으로부터의 자유 선언과 같은 것이다.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는 최종 권위를 오직 하나님께 둔다.

시간이 지나면서 웨스트민스터 소교리문답은 특성상 일반 교인과 어린이를 위한 교육용이었기에 새로 출간될 때마다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난다. 심지어는 영어권 안에서도 시대에 적합한 단어로 교체되기에 이른다. 큰 흐름은 변하지 않았으나 원본이라 할 만한 텍스트가 없다. 필자도 이러한 생각에 왜 제대로 된 소교리문답집이 없을까를 고민했지만 나의 역량 밖의 일이었기에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역자는 황희상 대표의 도움으로 1658년 올리버 크롬웰이 시대에 인쇄된 '웨스트민스터 표준 문서 제2판'을 선택하게 된다. 그러나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다. 17세기 영어와 현재의 영어는 훈민정음과 현대 한글처럼 큰 차이를 갖는 것은 아니지만 고어이기 때문에 읽어 내기가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역자는 몇 가지 원칙을 정해 영문은 그대로 가져왔다. 예를 들어 역자가 제시한 번역 원칙 다섯 번째를 보면 이렇다.

"원래는 원문의 철자를 그대로 복원하여 작업했지만 s의 고어형인 f(f에서 중간-가 빠진 형태로 기호가 없어 해설을 붙였다)만 현대화시켰다."

즉 s로 표기한 것이다. 예를 들자면 righteousness로 적었다. 또한 영어의 복수형은 한글로는 단수로 표기했다. 이러한 원칙들을 통해 고대의 소교리문답은 우리의 손에 들려지게 된 것이다. 자, 이제 책의 진짜 속살을 들여다보자.

제1문답

Q. What is the chief end of man?
A. Mans chief end is to glorifie God, and to enjoy him for ever.

문. 사람의 제일 되는 목적이 무엇입니까?
답. 사람의 제일 되는 목적은 하나님을 영광스럽게 하고, 영원토록 그분을 즐거워하는 것입니다.

이제는 http://www.reformed.org의 번역을 보자.

Q. 1. What is the chief end of man?
A. Man’s chief end is to glorify God, and to enjoy him forever.

영어 전공자가 아니라면 굳이 이렇게 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원전을 그대로 보존하고 직역한 책이 한 권 있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성경을 볼 때도 원어의 의미를 알고 싶은데 히브리어를 알지 못하면 영어 번역본을 찾게 된다. 그런데 영어 번역본이 수십 종에 이른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쓰는 NIV로부터 시작해 ESV, LB, NLT KJV NAS 등 수도 없이 많다.

그런데 이러한 번역본들은 대부분이 동일하지만 어느 부분에서는 완전히 다른 단어와 문장으로 번역되어 있다. 이럴 때 성경에 역본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없다면 곤란한 상황에 노출된다. 아래는 사도행전 2:1이다 그다지 문제가 없어 보이는 본문이지만 번역하는 성경마다 이렇게 다르다.

NAS: When the day of Pentecost had come, they were all together in one place.
NIV: When the day of Pentecost came, they were all together in one place.
KJV: And when the day of Pentecost was fully come, they were all with one accord in one place.
OJB: And when the day of Shavuos is fulfilled, they were all together in one place. [Lv 23:15,16]

가장 독특한 성경 OJB인데 다른 영어성경이 Pentecost로 번역한 것을 Shavuos로 번역했다. 이 성경은 유대인들의 성경이기 때문이다. Shavuos 오순절이란 히브리어를 그대로 음역한 것이다. KJV과 OJB는 헬라어 원본에 있는 'Καὶ'(그리고)를 영어로 번역하여 집어넣었다. 다른 성경은 누락시켰다. 단순해 보이지만 미묘한 차이가 곳곳에 숨겨져 있다.

영어 성경을 읽을 때 최소한 NIV보다 KJV가 고어이며, NASB가 직역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한국어 성경도 현재 사용하는 개정개역판이 있고, 그 이전 판인 한글개역판이 있다. 그것뿐 아니라 현대어에 맞게 완전히 수정한 현대어성경과 아가페 쉬운성경도 있다. 성경 연구를 하면서 아가페 쉬운성경을 본문으로 삼는다면 어떻게 될까. 참으로 난처한 것이다.

이처럼 권율 목사가 직역한 웨스트민스터 소교리문답은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또한 도표를 통해 문답을 한눈에 알아보도록 배려했다는 점은 읽는 이들에게 적지 않은 도움을 줄 것이다. 각 문답 아래는 의회가 요구했던 성경 각주를 옮겨 놓았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곧바로 성경을 읽을 수 있도록 했다.

군더더기 없이 영어와 한글 번역, 각주 성경만 담았기에 분량이 작고 책 사이즈도 성인 남성의 경우는 한 손에 집을 수 있다. 책을 눈으로 확인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작은 책인 줄 몰랐다"고 반응한다. 그만큼 휴대성이 탁월하다. 반복적으로 읽고, 암기까지 가능하다면 금상첨화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적더라도 소교리문답의 간략한 구조와 해설을 추가해 주었다면 좋겠다는 것이다. 다른 책을 참고하면 될 일이고, 차례를 보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지만 여전히 아쉬움은 남는다. 책 뒷부분에 단어 색인을 실어 번역된 문장들을 실어 두었다. 정두성의 박사 학위 논문인 <교리교육의 역사>도 참고해서 읽으면 시대적 배경과 교리서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 글은 <크리스찬북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정현욱 /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인, 에레츠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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