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인 수는 세습 사태 이후 큰 변화는 없다. 매년 초 교인이 늘었던 것과 달리, 올해는 늘지 않았다. 사실상 교인 수가 감소한 것이다. 교회학교 교사와 학생들은 세습 전후로 조금씩 빠져나가, 최근 몇 개 부서가 통폐합하기도 했다.

십일조를 비롯해 헌금을 안 내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직분자 중에는 '지금 일단 내는 것까지만 내자'고 하는 분도 있고, '내가 낸 헌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모르는데 왜 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분도 있다. 자녀나 동료들이 세습 반대 성명서에 이름 올린 것을 보고 충격을 받는 교인도 있다."

[뉴스앤조이-하민지 기자] 명성교회 교인이 내부 사정을 알렸다. 명성교회정상화위원회(명정위) 총무 조병길 집사는 2월 8일, '명성교회 세습 철회와 교회 개혁을 위한 신학 포럼 및 연합 기도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조 집사는 "직분자들은 세습 초기만 해도 김삼환·김하나 목사 말에 순종했다. 그런데 점차 '이건 문제 아닌가'라고 이야기한다. 세습에 반대하지 않았던 직분자들 사이에서도 이러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은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포럼 및 기도회는 약 2시간 30분 진행됐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우리 교회만 좋으면 그만?'
개교회중심주의 벗어나야
교회 대물림은 예수 정신 부족한 것

'명성교회세습철회와교회개혁을위한장신대교수모임'(공동대표 김운용·박상진·임희국)이 주최한 이번 포럼 및 기도회는 서울 광나루 장로회신학대학교(임성빈 총장)에서 열렸다. 목사·교수·신학생 등 120여 명이 참석해, 2시간 반 동안 발제를 듣고 함께 기도했다.

포럼에서, 장신대 현요한 교수(조직신학)는 세습이 옳지 않은 이유를 신학적 관점에서 설명했다. "세습은 교회의 일치성(하나의 공동체)·거룩성·보편성(공공성)·사도성(복음을 전파하라는 사명)을 훼손한다. 목회자가 권력으로 군림하고 교회를 사유화하기 때문이다. '우리 교회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개교회중심주의를 벗어나야 한다. 교회는 특정 가문의 사적 단체가 아니다"고 말했다.

현요한 교수는 "계속 세습을 감행한다면 한국교회 신뢰성은 더욱 낮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101기 총회 헌법위원회(당시 고백인 위원장)는 세습금지법에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해석을 내렸다. 명성교회는 그동안 이를 근거 삼아, 세습금지법이 '위헌'이라고 주장해 왔다. 현 교수는 "'위헌'은 헌법을 두고 사용할 수 있는 용어가 아니다. 헌법에 종속되는 법률이나 규정이 헌법에 위반하는 내용을 담고 있을 때 쓰는 말이다. 세습 금지 조항은 그 자체가 헌법 조항이다. 헌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현요한 교수는 교인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헌법위 해석에도 반박했다. 그는 "기본권은 중요한 권리다. 하지만 공익을 위한 목적이라면, 기본권을 제한하는 게 일반적 법리다. 우리 교단은 회중 결정이 절대적 권한을 갖는 '회중중심주의'를 채택하지 않았다. 대의제 '장로회주의'를 정치제도로 삼고 있다. 교단 헌법과 총회·노회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지훈 교수는 "명성교회 세습은 개교회중심주의가 낳은 폐단"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두 번째 발제자 호남신대 홍지훈 교수(종교개혁사)도 "한국교회가 개교회중심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노회·총회라는 상위 기구는 교회 공공성의 상징이다. 노회·총회의 감독과 치리가 공적이지 못하면, 교회는 퇴보하게 된다"고 말했다. 총회가 명성교회 세습을 두둔하는 판결을 내리면, 교회 공공성이 무너진다는 의미다.

세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가 입장을 바꾼 김하나 목사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질병·사업체·유산 등, 모든 일에는 대물림이 존재한다. 그것을 수용할 것인지 거부할 것인지는 후손이 결정할 문제다. 질병·가난이라면 절대로 물려받지 않을 것이고, 권력·재산이라면 물려받을 것이다. 여기서 '대물림의 과정 중 예수 정신은 어떻게 작용하는가'라고 질문해야 한다"고 했다.

명성교회 교인, 김 목사 부자 회개 촉구
김수원 목사, 노회 부당 압력 호소

포럼 이후 진행된 기도회에서는 명성교회 교인들이 참석해 순서를 맡았다. 대표 기도를 맡은 명성교회 교회학교 교사 이정호 집사는 상처받은 한국교회를 위해 기도했다. "명성교회 불법 세습 사태로 상처받은 한국교회 교인과 전도받을 기회를 놓쳐 버린 예비 교인을 위해 기도한다. 이것이 교회의 좋은 모습이 아님을 그들에게 알려 주고, 주님 사랑을 그들에게 전하게 해 달라"고 했다.

이정호 집사는 "내가 맡은 자리에서 주님 뜻을 실천하기 위해 나섰다"고 기도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김삼환·김하나 목사의 회개를 위해서도 기도했다. 이 집사는 "김삼환·김하나 목사가 지금이라도 회개하고 세습을 철회할 마음을 허락해 달라. 사람은 미련하고 연약하다. (김삼환·김하나 목사) 주변에 좋은 사람이 있게 해 달라. 다음 주 총회 재판도 올바르게 결정돼, 모든 것이 바른 위치로 돌아오게 해 달라"고 빌었다.

조병길 집사는 현재 명성교회 교인들 상황을 전했다. 그는 현재 세습 사태를 직면하면서 가슴이 아프지만, 그 여파로 교인들이 깨어나는 모습에 기쁘기도 하다고 말했다.

"현재 명성교회는 이성과 판단력이 흐려져 예배 시간에 빈자리가 늘어 가고, 헌금은 줄고, 학생에게는 외면받고 있다. 세습 사태를 덮고 넘어가자던 직분자들도 흔들리는 상황이다. 명정위는 교인들의 반대 목소리를 모으고, 세습에 반대하는 여러 단체와 긴밀히 협력할 것이다."

명정위 총무 조병길 집사는 "객관적인 입장에서 명성교회 상황을 이야기하겠다"며 교회 내부 소식을 전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김하나 목사 청빙안을 반려했다가 명성교회 장로에게 고소를 당해 재판을 받고 있는 서울동남노회정상화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김수원 목사도 이날 발언했다. 김 목사는 "노회 재판국이 재판을 편파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재판국원 기피 신청을 못 하게 하는가 하면, 기피 신청해도 기각하고 있는 상황이다. 비대위원 15명은 처벌을 면하지 못할 듯하다"고 했다.

김삼환 목사가 1월 27일 명성교회 교인들 앞에서, 김수원 목사를 겨냥해 "나에게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서 그렇게까지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한 바 있다. 김수원 목사는 "그렇게 보였다면 '사랑하기 때문에 뜯어말리려 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총회 재판이 곧 열린다. 재판국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포럼 및 기도회 참가자들이 기도를 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기도회 장소에 비치된 예배상. 뉴스앤조이 박요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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