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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사랑할 것인가, 포기할 것인가

2018년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세계 평화 대회

강도현   기사승인 2018.02.07  17:3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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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오랜만에 한반도 평화 무드가 조성되고 있다.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당국 간 대화가 오가고, 올림픽 출전 선수들은 휴전선을 넘어 훈련을 진행한다. 작년 이맘때에는 상상할 수도 없던 일이다. 모처럼 형성된 평화 무드가 지속할 수 있을까.

미국과 북한 사이의 긴장이 완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만들어진 평화 무드는, 조금만 발을 잘못 내디뎌도 깨질 듯한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느껴진다. 어떻게든 이 기회를 살려 평화의 길로 나가야 한다는 데 반론을 제기할 사람은 없다.

개신교계도 지혜를 모으기 위한 모임을 열었다. 한국YMCA전국연맹이 평창 동계 올림픽 개최 기념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세계 평화 대회'를 1월 31일부터 2월 2일까지 철원에서 진행한 것이다. 행사 첫날 한탄리버스파호텔에서 미국퀘이커봉사위원회 아시아 지역 총괄책임자 다니엘 재스퍼(Daniel Jasper)와 '선제적사랑연합'(Preemptive Love Coalition)의 제러미 코트니(Jeremy Courtney) 대표, 한완상 전 통일부총리가 특별 강연 및 주제 강연 강사로 나섰다.

1월 31일부터 2월 2일까지, 평창 동계 올림픽 개최 기념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세계 평화 대회'가 철원에서 진행됐다. 뉴스앤조이 강도현

퀘이커봉사위원회는 분쟁 지역에서 평화 활동을 해 온 100년 된 단체로 1947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바 있다. 선제적사랑연합은 중동의 분쟁 지역에서 평화 구축 사역을 진행하고 있으며, CNN,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주요 언론사에서 비중 있게 다룬 바 있다.

아래는 다니엘 재스퍼 특별 강연과 제러미 코트니 기조 강연을 요약한 것이다. 다음 기사에는 한완상 전 통일부총리 기조 강연 전문을, 마지막 기사에서는 제러미 코트니 단독 인터뷰를 싣는다.

다니엘 재스퍼 특별 강연

다니엘 재스퍼는 특별 강연에서 미국과 북한의 외교 관계를 주로 다뤘다. 트럼프 정부 대북 정책을 대표하는 '최대한의 압박과 개입'(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이라는 표현에서, '최대한의 압박'은 무엇인지 명확하지만 개입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불명확하다는 비판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다니엘 재스퍼는 강연에서 미국과 북한의 외교 관계를 다뤘다. 뉴스앤조이 강도현

미국 의회조사국이 전쟁 발발 시 수일 내 30만 명 이상의 인명 피해가 날 것이라고 발표했고 미국 국방부도 북한의 핵무장을 해제할 유일한 방법은 전면전밖에 없다는 의견을 밝혔는데도 트럼프 정부는 전쟁으로 이어질 법한 긴장을 유발하고 있다. 다니엘 재스퍼는 트럼프 정부와 미국 언론이 북한을 무모한 깡패 국가로 묘사하는 것은 미국과 북한 사이의 갈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미국퀘이커봉사위원회는 휴전 직후 1953년부터 북한 지역을 방문하기 시작했다. 오랜 노력 끝에 미국 소속 공적 기관으로는 처음으로 북한에 상설 기구를 설치할 수 있었다. 이후 다양한 인권 문제를 해결해 왔고, 특별히 최근에는 농업과학아카데미, 계응상대학과 함께 북한의 농업 능률을 높이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이 최근 들어 미국 정부의 대북 제제로 점점 무뎌지고 있다. 민간 차원의 교류까지 제재 대상으로 삼으면서 미국 정부의 대북 제재는 북한 권력층뿐 아니라 일반인, 특별히 인도적 지원이 절실한 곳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평창 올림픽을 통한 남북 교류는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지난 65년간 이어진 갈등을 분석해 봐도 가장 심각한 위기의 순간에 기회가 찾아왔다. 정치적 교착상태인데도 협력이 가능할 뿐더러, 협력의 보상은 더 크다. 다니엘 재스퍼는 남북 간 새로운 교류 협력이 미국과 북한 관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트럼프 정부가 이미 천명한 적극적 개입(engagement)을 촉구했다.

제러미 코트니 기조 강연

주 강사로 나선 제러미 코트니는 미국 남침례교단에서 성장한 열혈 복음주의자였다고 한다. 2001년 발생한 9·11 테러로 이슬람 지역에 복음을 전해야겠다고 결심하고 가족과 함께 중동으로 떠난다. 이라크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는, 미국에서 온 본인들이 '착한 편'에 서 있고 이슬람 국가들이 '나쁜 편'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나 수년이 흐르면서 실제 주도권은 미국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경제 제재로 이라크 국민은 굶주렸다. 이라크에는 대량 살상 무기를 해체하라고 요구하면서도 미국은 같은 기간 대량 살상 무기 성능을 오히려 더 발전시켰다.

코트니 가족이 이라크를 대하는 태도와 방식은 완전히 달라졌다. 총은 물론이고 아무 보호 장치나 경비 없이 위험한 지역으로 들어갔다. '먼저 총을 쏘고, 나중에 질문하는 것'(shoot first, ask questions later)이 원칙인 곳에서 '먼저 사랑하고, 나중에 질문하는'(love first, ask questions later) 커뮤니티를 만들고자 했다.

제러미 코트니가 세계 평화 대회 주 강사였다. 뉴스앤조이 강도현

'선제타격'이라는 단어가 마치 유행어처럼 번지던 시절, 제러미 코트니는 '선제적 사랑'을 삶의 방식으로 삼았고 동의하는 사람들이 모여 '선제적사랑연합'(Preemtive Love Coalition)을 결성했다. 이들은 심각한 분쟁 지역에 가장 먼저 들어가고, 가장 나중에 나오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테러로 무너진 삶의 터전을 지속 가능한 커뮤니티로 회복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ISIS가 시리아와 이라크의 상당 부분을 점령했을 때, 먼저 사랑하고 나중에 질문하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 매우 어려워졌다. 지역민을 지켜야 할 경비대가 ISIS로부터 돈을 받고 지역을 통째로 넘기는 일이 일어났다. 기독교인 수만 명이 박해를 피해 지역을 떠났고, 야디즈 신도 수천 명은 학살당하거나 성 노예로 팔려 나갔다.

코트니는 그런 상황에서도 지역을 떠나지 않고 여전히 커뮤니티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상황이 어려워졌다고, 선제적 사랑을 포기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먼저 사랑할 것인가, 아니면 상황을 핑계로 사랑을 포기할 것인가'라는 질문만 남을 뿐이다.

제러미 코트니는 기독교인이라면 사랑하는 것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예수를 믿는다고 말하면서도 실제 삶에서는 예수와 아무 상관없는 일상을 살아간다면 진실한 신앙고백을 했다고 말할 수 없다. 전쟁의 참상이 더 심해질수록 사랑은 더 밝게 빛난다.

전쟁과 폭력을 멈출 수 있는 더 큰 사랑의 힘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줄 때 비로소 평화가 찾아온다고 코트니는 말했다. 세상이 더 이상 사랑할 수 없는 이유를 찾을 때 그리스도인들은 무조건적 사랑으로 평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직 사랑만이 평화로 가는 길이라고 말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한완상 전 통일부총리도 기조 강연자로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강도현

기조 강연이 끝나고 질의응답이 있었다. "사랑에 대한 연설은 감동적이었지만 해방신학과 같이 구조적 악을 해체할 수 있는 이론적 바탕이 중요하지 않느냐"는 청중의 질문이 있었다. 사랑이라는 추상적 개념으로는 현실적 상황(context)을 바꾸기 어렵다는 지적이었다. 함께 기조 강연자로 참여한 한완상 전 총리가 대신 답했다.

"제러미 코트니가 현실 상황을 무시한 채 사랑의 태도만 강조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ISIS가 미군보다 제러미 코트니를 더 두려워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선제적 사랑 때문에 모병이 잘 안되기 때문이다.

ISIS 같은 테러 집단이 모병에 성공할 수 있는 기반은 미국에 대한 증오다. 그런데 선제적사랑연합의 사역 때문에 무슬림 청년들이 모병에 지원하지 않는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다. 미국의 폭격보다 제러미 코트니를 더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역사적·정치적 현실이다. 실제 현장에서 급진적 사랑을 보여 주는 것이 그 어떤 신학보다 더 강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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