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신대학교가 총장 없이 졸업식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재단이사회의 출입도 저지했다. 이들이 김영우 총장 편이라는 이유에서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총신대학교 졸업식이 2월 7일, 김영우 총장이 불참한 채 진행됐다. 총신대 신대원 비상대책위원회와 학부 총학생회 학생들은 전날 "총장과 재단이사들의 졸업식장 출입을 막겠다"고 학교 측에 공지했다. 졸업식이 열리는 총신대 사당캠퍼스에는 아침부터 전운이 감돌았다.

학생들은 학위 수여식이 시작하는 11시 전부터 시위를 시작했다. 학부 총학생회는 학교 종합관까지 올라오는 길에 파란 리본을 만들어 매달았다. 파란색은 총신대를, 리본은 반창고를 표현한다. 곳곳에는 김영우 총장과 재단이사를 규탄하는 현수막이 붙었다. 학생들은 근조 리본을 달고 재단이사들 출입을 저지하기 위해 스크럼을 짰다.

11시가 되자 재단이사들과 전 총장 길자연 목사, 대학평의회 의장 김창근 목사 등이 총신대학교 깃발과 태극기를 들고 2층에서 1층 강당으로 입장을 시도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1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막고 비켜서지 않았다. 이들은 "개혁 총신, 총장 사퇴!", "재단이사 면직 출교!"를 외치면서 돌아가라고 했다.

학생들은 "학교의 주인으로서 주권을 행사하고 있다. 돌아가라"며 길을 막았다. 졸업식은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재단이사회 관계자들과 말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한 이사는 "길 막는 게 학생 주권이냐, 폭력 학생 물러가라"고 받아쳤다.

대치가 20분 넘게 이어지자 결국 재단이사들은 발길을 돌렸다.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와 보직교수 몇 명이 졸업식을 대신 진행하기로 했다. 식은 11시 30분이 돼서야 시작했다. 이날 학위 수여는 평생교육원장 문용식 교수가 대신했다.

재단이사들과 졸업식 순서를 맡은 목사들은 종합관 2층 김영우 총장 집무실에 모여 있다가 하나둘씩 학교를 떠났다. 일부 목사는 식사를 위해 학교 식당으로 이동하려 했으나, 학생들의 반발로 식당 진입도 실패했다. 한 학생은 "우리는 금식하면서 학교를 지키고 있다"고 외치기도 했다.

실랑이가 벌어지면서 졸업식은 30분가량 지연됐다. 재단이사들은 졸업식에 들어올 수 없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김영우 총장은 학교에 나타나지 않았다. 졸업식 순서지에는 김영우 총장이 학생들에게 졸업장을 수여하고 훈사를 한다고 나와 있다. 재단이사회 관계자는 "오늘 총장이 학교에 오면 학생들에게 휘발유를 붓는 격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학교 관계자는 지난 30년간 총장이 불참하고 재단이사 출입이 저지당한 졸업식은 없다고 말했다.

재단이사회 관계자는 "이렇게까지 막을 필요는 없다. 오늘 행위에 대해 (이사회가 법적 대응 등) 여러 가지로 검토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우리가 학교를 사유화한다고 하는데, 학생들이 오해하는 것이다. 우리는 정관을 원상 복구할 것이다. 재단이사들이 독립해서 교단을 차릴 만한 형편이 아니다. 다들 대형 교회도 아니고 자기 목회하느라 바쁘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재단이사회가 김영우 총장의 장기 집권 체제를 공고히 하려 한다고 보고 있다. 학생들은 2월 5일 총동창회와 공동으로 발표한 성명에서 "불의와 불법을 지속적으로 행해 대다수 학생·교수·동문·총회로부터 비판받는 이가 교육기관에 남아 있는 것은 신앙적으로도, 교육적으로도 용납될 수 없다"며 김영우 총장 퇴진을 다시 한 번 요구했다.

이들은 재단이사들이 정관을 변경해 교단 신학교를 찬탈했다며, 과오에 대한 책임을 지고 퇴진하라고 했다. 1월 29일부터 학교 전산실을 점거한 비대위 학생들은 시위를 계속할 방침이다.

학부 졸업식은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됐으나 신대원 졸업식은 논의조차 못 하고 있다. 양지캠퍼스 신대원 졸업식은 당초 2월 6일로 계획돼 있었으나, 신대원 3학년생들이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가 주최하는 '강도사 고시 응시 자격 부여 특별 교육'을 받기 위해 전부 수원에 가 있어 졸업식 자체가 무산됐다. 총신대학교 교수협의회 관계자는 "이 상태로라면 양지캠퍼스 졸업식은 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용식 평생교육원장이 김영우 총장 대신 졸업장을 전달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