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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답게·여자답게'라는 말의 피해자는 아이들"

[좌담] 초등성평등연구회 회원 교사들

이은혜 기자   기사승인 2018.02.07  13:4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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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임신중절 비범죄화에 이어 페미니즘 이슈가 또 한 번 청와대 국민 청원 20만 명을 돌파했다. 초·중·고등학교에서 페미니즘 교육을 의무화해 달라는 청원에 20만 명 이상이 동의 의사를 표했다. 2월 5일 마감된 이 청원은, 30일간 20만 명 이상이 서명해 다음 달 6일 안으로 청와대의 공식 답변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페미니즘'이라면 학을 떼는 사람들, 특히 일부 보수 개신교인의 시각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같은 여성이라 해도 아이들에게 페미니즘을 교육하는 것을 극렬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 한국교육방송공사(EBS) 까칠남녀 규탄 집회 현장에서 만난 한 여성은 "남성을 끌어내리면서까지 여성이 위로 올라가려고 하는 게 페미니즘"이라고 표현했다.

교육 현장에서 '페미니즘'이라는 네 글자를 아이들에게 이야기하지 않아도, 성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이전부터 계속돼 왔다. 친구 사이에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덜 폭력적인지를 설명하고, '남자다움'과 '여자다움'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다른 시각을 주려는 노력은 몇몇 초등학교 교사를 중심으로 쭉 이어져 왔다.

초등성평등연구회는 페미니스트 교사들의 모임이다. 교실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성평등 교육을 개발하고 연구하는 단체다. 초등성평등연구회는 2016년 5월 강남역 사건을 계기로 결성됐다. 초등학교 교사 4명으로 시작해 지금은 16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소셜미디어에서는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교사들이 나서 릴레이로 인증샷을 올렸다. 사진 출처 초등성평등연구회

올해 1월, 초등성평등연구회는 우리 사회의 실질적 성평등 과제를 초등학교까지 넓히고, 페미니즘 교육의 필요성을 알린 공로를 인정받아 제7회 이돈명인권상을 수상했다. 천주교인권위원회가 수여하는 이돈명인권상은, 인권 변호사였던 고 이돈명의 뜻을 이어 가기 위해 2011년 제정됐다.

성평등 교육의 중요성을 인정받아 상을 받는 중요한 자리. 수상 뒤 공개된 사진에 선생님들 모습은 없었다. 이미 이름을 공개한 선생님 몇 명을 제외하고, 대부분 선생님들은 그 어떤 인터뷰에도 사진을 찍거나 개인 신상을 밝히지 않는다. 우리 사회가 페미니즘을 말하는 교사들에게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단적으로 보여 주는 현상이다.

<뉴스앤조이>는 2월 3일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초등성평등연구회 선생님 4명을 만나 두 시간가량 이야기를 나눴다. 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성평등을 교육하고 있는지, 외부 압박은 없는지 등을 들었다.

다음은 선생님들과의 일문일답. (이름은 모두 활동명으로 표기한다.)

- 초등성평등연구회는 언제 어떻게 시작된 모임인가.

솔리 / 강남역 사건이 발생한 후 초등 교사만 가입할 수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이 주제로 계기 수업을 하고 싶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에는 주로 부정적 댓글이 달렸다. "왜 아이들에게 이런 주제로 수업을 하려 하는가", "균형 잡힌 관점으로 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 등이었다. 오히려 그런 댓글을 보고 이 수업이 꼭 필요하겠다고 마음먹은 선생님 4명이 모였다.

살인 사건이라는 주제가 무거워서 아이들과 나눌 수 있는 것부터 찾았다. 2017년 초, 뽀로로 동영상을 보며 등장인물의 성비는 어떻게 나뉘었는지, 그들의 외양은 어떤지, 성격은 어떤지 아이들이 스스로 분석하고 비판하는 글쓰기 수업을 진행했다. 우리 연구회 대표 선생님이 이걸 사회 과목과 연결해 '애니메이션의 성차별적 내용을 줄여 달라'며 EBS에 청원을 내 화제가 됐다. 8월 이후에는 페미니스트 선생님이라고 밝혔다가 남초 커뮤니티, 보수 학부모들의 집중 공격을 받은 현직 초등학교 교사와 연대하고 그 문제에 공동 대응하면서 우리 연구회가 세상에 조금 더 알려지게 됐다.

- 강남역 사건이 계기라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생각이 들어 시작했는지 궁금하다.

미우 / 한국 사회에서 여자로 살다 보면 알게 모르게 부당하다 싶으면서도 참고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나에게 강남역 사건은 전환점이었다. 피해자는 여성이라는 것 외에 아무 이유도 없이 살해당했다. 여성은 언제 어디서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게 두려웠고 동시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많은 여성은 "밖에 나가기 무섭다", "이렇게 사람 많은 강남에서도 죽는다면 대책이 필요하지 않나"라는 의견을 보였다. 사실 성별을 떠나서, 사람이라면 그렇게 생각할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많은 남성이 "왜 무섭냐", "내가 범죄자로 보이냐"고 말하며 그 상황 자체를 기분 나빠했다. 뭔가 사회적으로 잘못된 인식이 굳어 버린 게 아닌가 싶었다. 어렸을 때부터 이런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교육에 적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해 참여하게 됐다.

솔리 / 연구회 하기 전에도 사회정의, 불평등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차별·불평등이 해결되면 여성 문제도 같이 해결될 것이라고 막연하게 믿었다. 강남역 사건이 일어났을 때 사건에 대응하는 사람들의 방식, 진보 진영에서 성폭력 사건을 대응하는 태도를 보며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 문제는 그 자체로 접근해야 하고, 바로 나의 문제라고 생각해 연구회 활동을 시작했다.

솜 / 2017년 초 연구회에 가입했다. 지난해는 교과 담당 교사로 지냈기 때문에 아이들과 성평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게 많이 부족했다. 혼자 페미니즘을 공부하면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눴고, 그러다 보니 더 많은 게 보였다. 특히 학교에서 성차별적인 부분을 발견하면서 동료 선생님들과 이 주제로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연구회를 찾았다. 직접 수업을 시연하지 못했어도, 이야기하고 의견 나누는 것만으로 많은 도움이 됐다.

성평등 수업의 대부분은 우리 사회 견고하게 뿌리내린 성 역할 고정관념을 깨는 내용이다. 사진 출처 초등성평등연구회

- '성평등 교육'이라고 하면 일부 보수 개신교인은 성적인 것을 연상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수업을 하는가.

미우 / 과목마다 다르다. 수학·과학에는 인권 관련 내용이 없기 때문에 도덕·사회·국어 관련해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솔리 / 초등학교 교과 과정에는 창의적 체험 활동 혹은 자율 활동 등 교사가 개인 재량으로 주도할 수 있는 수업이 있다. 그럴 때 성평등을 담고 있는 동화책을 읽기도 하고, 요즘 유행하는 '상어 가족' 같은 노래의 가사를 바꿔 부르기도 한다.

4학년 사회과에는 아예 양성평등을 주제로 세 차례에 걸쳐 수업하는 순서가 있다. 이 수업 내용을 보면 성차별은 더 이상 우리 사회에 존재하지 않는 일이거나, 개인적인 일인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아니면 호주제를 예로 들면서 성차별을 설명하는데, 지금 아이들에게는 전혀 와닿지 않는 이야기다.

과거와 현재 차별을 비교하고, 성차별 극복을 위해 어떤 노력이 있었는지 알아보는 수업 목표는 같더라도, 더 잘 지도하기 위해 수업 내용을 재구성한다. 차별이 개선된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여전히 구조적이면서 일상적이라는 것을 짚어 줄 수 있어야 한다.

가장 쉽게 들 수 있는 예가 어머니와 아버지 삶을 비교하는 거다. 어머니가 경력 단절 여성이 되거나 재취업할 경우 아버지에 한참 못 미치는 임금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설명한다. 아이들은 이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 엄마도 나 낳을 때 회사 관두셨대요", "우리 엄마도 그랬대요" 등등 느낀 점을 이야기한다. 수업 목표를 더 잘 달성하기 위해 차시나 내용을 바꾸는 걸 수업의 재구성이라고 한다.

- 성평등 수업을 진행하면 아이들 반응은 어떤지.

미우 / 학생들 반응을 보고 또 한 번 놀랐다. 여학생들은 주로 "엄마에게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든다"든지, "나중에 커서 저렇게 될 수 있겠구나" 하며 안타까워한다. 반면, 남학생들은 지금 본인이 받는 피해에 더 집중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래도 남자는 때리면 더 혼나잖아요", "남자는 더 많이 지적받잖아요" 이런 식이다. 이런 반응을 보면 현재 교육과정에 명시된, 필수적으로 이행해야 하는 성평등 교육 몇 시간 가지고는 어림없겠더라.

별아 / 지난해는 1·2학년을 대상으로 수업했다. 학기 마지막에 요즘 유명한 '상어 가족' 노래 가사를 바꿔 불렀다. 원래는 엄마랑 할머니가 분홍색으로, 아빠와 할아버지는 파란색으로 그려져 있다. 두 그룹을 묘사하는 형용사도 완전 다르다. 남자아이들이 오히려 개사한 노래를 엄청 열심히 부르고 다니더라. 아이들은 생각보다 더 흡수가 빠르다. 아이들도 성 역할에 따른 고정관념을 깨 주니까 좋아한다. 여자아이여서 청소를 못하거나 무거운 걸 못 들고, 남자아이여서 까불고 떠드는 게 아니다. 그렇게 구분 짓는 게 아이들을 고통스럽게 한다.

솔리 / 우리 반의 경우 1년 동안 아이들을 지도했더니 많이 바뀌었다. 옆 반은 점심시간에 남자아이들만 운동장에 나가 놀고 여자아이들은 다 교실에 있다. 우리 반은 남녀 구분 없이 네다섯 명 제외하고는 다 나가서 논다. 청소할 때도 남자라서 무거운 거 잘 들고 못 들고 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아이들 스스로 이야기한다. 생각이 바뀌는 게 눈에 보인다.

미우 / 학생들이 안 듣는 것 같아도 선생님이 하는 이야기를 다 귀담아듣는다. 집에 돌아가 동생이나 가족들에게 배운 걸 말하는 경우가 있다. 동생이 욕하면 "너 그 욕 무슨 뜻인지 알아? 선생님이 그러시는데 이제 그런 말 쓰면 안 돼"라고 얘기한다고 부모님들이 말씀해 주신다. 지도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솔리 / 꼭 교과과정이 아니더라도 폭력을 예방하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차원의 교육이 가능하다. 친구 몸에 함부로 손대지 말고, 억지로 밀거나 끄는 행동은 장난이어도 상대방 허락을 받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가르친다. 이런 교육을 받으면 아이들은 스스로 옳고 그름을 말할 수 있게 된다. 그런 점이 긍정적이다.

수업 얘기를 많이 했는데, 사실 수업은 교사가 할 수 있는 일 중 일부분이다. 정말 어려운 건 아이들과 어떻게 만나고, 어떻게 생활지도를 하고, 다툼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해결하고, 무슨 가치를 강조할 것인지다. 모든 교실 생활에서 선생님의 가치관이 드러난다. 선생님의 태도와 언행이 아이들에게 더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수업 하나로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다. 정답은 없는 것 같다.

- 페미니즘은 사실 성인 여성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주제다. 왜 초등학생에게 이런 교육이 필요할까.

별아 / 어른들은 자기 잘못 인정하는 걸 힘들어하는데, 아이들은 아니다. 초등학생은 교사가 이야기하면 자기 행동을 돌아보고 반성한다. 사람들이 누굴 비하할 때 "초딩이냐"는 말을 하는데, 사실 초등학생이 어른보다 더 바른 경우가 많다. 잘못을 지적하면 반성이란 걸 할 줄 안다. 남자아이들도 성 역할 교육을 하고 나면, 자기들이 인정하는 부분에서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초등교육이 더 희망적이다.

미우 / 물론 우리 사회는 모든 사람이 똑같은 생각을 하며 살 수 없는 곳이다. 하지만 다른 시각으로도 접근할 수 있다는 걸 가르치려는 거다. 불평등 문제를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사람, 불편하게 생각하는 법을 배운 사람. 이 둘은 나중에 커서 큰 차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기존의 성평등 교육을 아이들에게 와닿는 내용으로 재구성하는 것도 교사들이 하는 일이다. 사진은 초등성평등연구회 교사들이 새롭게 작성한 성평등 교육안 내용 중 일부. 사진 출처 초등성평등연구회

- 성평등을 교육한다고 할 때, 동료 교사, 학부모들이 항의한 적은 없었나.

솔리 /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데, 난 '없다.' 동료 선생님에게 이런 수업 했다고 하면, 괜찮다면서 자료 달라고 하시는 분도 있다. 학부모들도 오히려 좋아한다. 아이들에게 생활지도할 때, 친구 동의 없는 장난은 장난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이런 교육 지침은 장난을 많이 치는 학생의 학부모들이 더 좋아하신다. 전반적으로 반응이 다 좋다.

우리가 걱정하는 부분은, 동료 교사나 우리가 가르치는 아이들의 학부모가 아니다. 특정 혐오 단체들의 왜곡이다. 퀴어 퍼레이드를 다녀와서 평소 하던 것처럼 지난 주말에 어떤 일을 했는지 간단하게 설명한 선생님이 갑자기 엄청 잘못된 선생님인 것처럼 문제가 된다. 그걸 가지고 보수 개신교 혐오 세력들은, 항문 성교를 가르쳤다느니 성별이 하나가 아니라고 가르쳤다느니 등 하지도 않은 말을 가지고 문제를 제기했다.

별아 / 그 선생님도 사실 별문제 안 되다가 닷페이스에 영상이 올라가고 난 뒤 외부 세력에 의한 신상 털기가 시작됐다. 문제를 만들고 키운 건 보수 개신교 학부모 단체들이다.

솔리 / 정작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 중에는 그 선생님에게 직접 배운 학생·학부모가 없다. 배운 적도 없는 사람들이 더 난리였다. 혐오 세력의 목소리가 모든 학부모 의견을 대표하는 것처럼, 과대 대표성을 띠는 것 같다.

- 보수 개신교는 성평등이 동성애를 옹호·조장한다고 주장한다.

솔리 / '양성평등이냐 성평등이냐'는 후진적인 논쟁이다. 보수 개신교 입장에서 이 논의는 결국 성소수자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 아닌가. 우리는 성소수자 인권은 당연히 고려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보수 개신교는 남자와 여자, 두 개의 성만 있다는 점을 부각하려고 양성평등이라는 단어를 쓴다. 하지만 이 단어는 또 다른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마치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면 우리 사회 모든 성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게 '양성평등'의 한계다.

솜 / 교회 열심히 다니는 어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영화 '빌리 엘리어트'(2000)를 보여 줬다. 수업을 마무리하는 시간에 어떤 아이가 "주인공은 남자인데 왜 여자처럼 옷을 입어요?"라고 물었는데, 그 선생님이 아무렇지도 않게 "저거 병이야"라고 말했다. 몇몇 아이가 "그렇게 말씀하시면 인권침해"라고 해도, "아 그런 건 잘 모르겠고, 저런 건 병"이라고 했다고 한다.

또 다른 개신교 선생님은 "페미니즘 이런 거 허용하면 동성 결혼도 합법화해야 한다"고 하시더라.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동성애자 친구 얘기를 꺼냈더니 너무 놀라셨다. 그분에게 성소수자는 한 번도 만나 보지 못한, 사람이 아닌 존재였던 거다. 실제로 이 사회에 살면서 아픔을 겪고 삶을 고민하는 존재가 아닌, 실체가 없는 그룹으로 여기고 있었다.

별아 / 동성애 교육을 받아서 동성애자가 되는 게 아니다. 나도 개신교인으로서 교인들과 이야기 나눠 보면, 동성애를 '교육할 수 있다'라고 믿는 분들과는 대화가 어렵다. 그게 진리라고 생각하는 분이 많은데, 뭔가 획기적인 계기가 있기 전까지는 바뀌기 힘들 것 같다.

- 성평등을 교육하는 '페미니스트' 선생님이 필요한 이유는 뭘까.

별아 / 내가 '페미니스트'라고 하면 친구들은 "너 언제부터 그런 거에 관심을 뒀어"라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한국 여학생들은 페미니즘을 배우든 안 배우든, 사회생활하면서 평생에 걸쳐 불평등 문제를 알게 돼 있다. '페미니스트'라는 단어를 오해하는 친구들도 대화를 나누다 보면 결국 다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쉽게 말해 <82년생 김지영>(민음사)에 공감하는 수준이다.

어렸을 때 페미니스트 교사를 만나면, 자기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을 좀 더 빨리 알 수 있게 된다. 어른이 성적 농담을 던졌는데 아무런 대꾸를 못해 괴로워하는 학생에게, 선생님이 "그건 너의 잘못이 아니야"라고 얘기해 주면, 성인이 되어서야 깨달을 수 있는 것을 그 친구는 먼저 알고 괴로워하지 않아도 된다. 어른이 되면 깨달을 수 있는 것을 조금 먼저 물꼬만 터 주면 여학생들은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르다.

페미니스트라고 해서 과격한 사람이 아니다. 사회에서 페미니스트 선생님이 항의를 받고, 외부 단체들이 선생님들을 공격하는 모습만 비추는 경향이 있어서 오해한다. 페미니스트 선생님들은 결국 모든 학생이 우리 사회 뿌리내린 견고한 성차별적 고정관념으로 고통받는 것을 줄여 주자는 데 동의하는 사람들이다.

솔리 / 사회와 교육의 순환 구조가 있다. 사회가 교육을 만들고 교육이 사회를 만든다. 아이들에게 성평등 교육을 시행했을 때, 아이들이 변화된 의식을 갖고 그대로 자라날 수 있을까. 교사가 아이들에게 다른 이야기를 해도, 미디어와 부모가 여전히 남성성과 여성성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면, 우리 교육이 아이들 삶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만으로 바꿀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사실 잘 모르겠다. 그저 우리라도 뭔가 다른 시도를 하려는 것이다. 우리는 학교 현장에 있으니까 '여기에서 조금이라도 다른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다면' 하는 생각으로 노력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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