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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들이는 목회자들③] 교회는 성범죄 '치외법권'?

[연중 기획 #교회_내_성폭력_OUT] 자격·취업 제한 전무

이은혜 기자   기사승인 2018.02.07  14:4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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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목회자와 여성 교인 사이에서 발생하는 교회 내 성폭력이 심각한 수준입니다. 취재 현장에서 느끼는 것은, 언론 보도 등으로 알려진 사례가 극히 일부라는 점입니다. 지금도 수많은 상담소와 법원에서 목회자의 교인 성폭력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뉴스앤조이>는 교회 내 성폭력 해소를 위한 작은 실마리를 찾고자 #교회_내_성폭력_OUT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라는 주제로 연중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목회자의 성폭력에는 '패턴'이 있습니다. <뉴스앤조이>는 반복되는 패턴을 분석하고 예방법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로 최근 한국 사회에 소개된 '그루밍'을 살펴봅니다. 교회 안에서 벌어지는 성폭력 사건은 전형적인 그루밍입니다. ①그루밍이란 무엇인가 ②교회에서 나타나는 그루밍들 ③타 기관에 비해 그루밍에 취약한 교회 구조의 문제점 ④그루밍과 교회 내 성폭력을 막기 위한 방안을 차례로 연재합니다. - 편집자 주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길들이기'라는 뜻의 그루밍(Grooming)은 성범죄를 용이하게 하고자 대상을 설정하고 길들이는 과정을 가리킨다. 그루밍은 사회 전반에 나타난다. 아동·청소년, 장애인, 여성 직장인 등 성인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주로 발생한다.

교회에서는 목회자와 교인 사이에 존재하는 권력 때문에 그루밍 성범죄가 발생한다. 특히 교회 내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한 성범죄가 끊이지 않는다. 앞선 기사에서 살펴본 이동현·문대식 사건도 모두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였다. 두 사람은 모두 소속 교단에서 면직됐다.

성폭력 전력이 있는 목사가 직무에서 물러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교계 곳곳의 상황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ㄷ교회 ㅈ 목사는 주일학교 여중생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징역 8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ㅅ교회 ㅇ 목사는 교회 부설 지역 아동 센터에 다니는 여중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1년 반 동안 징역살이했다. 두 목사는 사회 법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징역을 살고 나왔는데도 목회를 재개했다.

아동·청소년 성범죄자, 
형 종료 후 10년간
교육·의료·청소년 시설 취업 제한

교회가 그루밍 성범죄 취약 지대인 것처럼 사회에도 비슷한 구조의 기관이 있다. 학교다. 학교에서도 성인 교사와 미성년자 학생 사이에 권력 불균형이 존재한다. 나이 차 많이 나는 교사가 어린 학생을 가르치면서 학생의 필요한 부분을 속속들이 알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그루밍 성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구조가 취약하다고 반드시 그루밍 성범죄가 발생한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루밍 성범죄'라는 정의는 성범죄가 발생할 때 성립하는 말이다. 교사로서 학생들을 케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교사와 학생 사이의 돌봄을 가장해 교묘하게 일어나는 성범죄는, 그래서 '예방'하기 힘들다.

아청법은, 성범죄를 저지르고 실형 혹은 치료감호를 선고받은 사람에 대해, 10년간 관련 기관 운영 또는 취업을 제한한다.

따라서 사회에서는 아예 성범죄자와 아동·청소년이 만날 가능성을 줄인다.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제56조, 제57조, 제58조, 제60조는 이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조항들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르고 실형 혹은 치료감호를 선고받은 사람은 형 집행이 종료·면제된 시점부터 10년간 관련 기관 운영 또는 취업이 제한된다. 취업이 제한되는 기관은 학교·어린이집·학원·교습소 등 교육기관, 의료 기관, 청소년 보호 센터 등이다.

권력 관계 명확한 학교
성범죄 교사, 원스트라이크아웃

한국 교육계는 성범죄를 저지른 교원 치리가 미온하다는 비판에, 시스템을 조금씩 개선해 왔다. 과거에는 학생을 상대로 강제 추행을 하거나 성매매하려다 발각된 교사라 해도, 경징계를 받고 교육 현장에 복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성범죄만큼은 학생에게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각계각층 주장이 힘을 얻었다. 결국 2016년 1월 27일 개정된 교육공무원법은, 교육공무원에 임용될 수 없는 사람의 자격을 강화했다.

개정 전에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라고 해도 벌금 100만 원 이하면 교사로 임용될 수 있었다. 하지만 개정된 교육공무원법은, 학생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처벌 수위와 상관없이 무조건 임용하지 못하게 했다. 학생이 아닌 성인에 대한 성폭력 범죄는 벌금형 금액이 100만 원을 넘어가야 임용 결격 사유가 된다.

이미 교편을 잡고 있는 교사가 성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원스트라이크아웃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최근 교육부는 성범죄 교사를 무관용 원칙으로 일벌백계하라고 각 시·도 교육청에 요청했다. 교원 성범죄를 알고도 미온적으로 대처하면 담당자까지 문책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다는 입장이다.

교육부가 강경한 입장을 보여도 실무를 이행하는 시·도 교육청이 바뀌지 않으면 현장 적용이 힘들 수 있다. 각 시·도 교육청은 학교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성폭력을 더 세분화해서 대처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2016년 3월 '평화롭고 안전한 학교 구축을 위한 대상별 학교 성폭력 사안 처리 매뉴얼'을 발간했다. 이 매뉴얼은 교내 성폭력 대응 방법을 A부터 Z까지 담고 있다. 성폭력의 정의부터 시작해 그 사실을 알게 됐을 경우 어디 신고해야 하는지까지 자세히 안내한다.

학생에 대한 성폭력 사실을 인지했을 경우 대처 방법은 이미 법으로 제정되어 있다.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제34조 2항은 "청소년 관련 교육기관 등에 해당하는 기관·시설 또는 단체의 장과 그 종사자는 직무상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의 발생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즉시 수사기관에 신고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매뉴얼은 실제 교내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어떤 과정을 밟아야 하는지도 설명한다. 교사-학생 사이에서 발생한 성폭력뿐 아니라 학생 간, 교직원 간에 발생한 성폭력 사건을 다루는 방법도 적시해 놨다.

눈여겨볼 것은, 교사와 학생 사이에서 성폭력이 발생하면 교장은 즉각 학생과 교직원을 분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실로 밝혀지기 전이라 하더라도 일차적으로 피해 학생과 가해 교직원을 만날 수 없도록 조치한다. 혹시나 성인 가해자가 미성년자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저지를 것을 막기 위해서다.

권현정 소장(탁틴내일 아동·청소년성폭력상담소)은 "교사와 학생의 관계에서는, 성인과 청소년의 나이 차이에서 한 번, 교사와 학생이라는 점에서 또 한 번 권력 관계가 작동한다. 결격 사유를 두고 처벌을 강화하는 건 아동·청소년을 보호하는 입장에서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교육계는 교사의 성범죄에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법조문대로 적용하면, 성범죄를 저지른 교사는 바로 퇴출해야 맞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또 그렇지 않다. 온정주의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교육계는 점점 청소년 대상 성범죄의 심각성을 깨닫고 이를 고쳐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교직원들 인식 개선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목회자 성범죄 예방·대책에
처참한 한국교회
교육 및 치리 조문 전무

교회는 학교와 비슷하게 그루밍 성범죄가 손쉽게 발생할 수 있는 구조다. 학교는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교사 자격을 강화하고, 성범죄 사실이 발각됐을 경우 처벌을 더 명확하게 하는 추세다. 

종교 단체인 교회는 정부가 간섭할 여지가 없다. 성범죄자는 아예 목회자가 될 수 없게 한다든지, 교회에서 성범죄를 저지른 목회자가 다시 현장에 돌아오지 못하게 정부가 강제할 수 없다. 전적으로 목회자를 양성·관리하는 교단 관할이다.

교회는 아동·청소년 성범죄자 취업 제한 구역이 아니다.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도 교단 허락만 있으면 언제든 목회할 수 있다. 단, 정부 허가를 받아 운영하는 교회 산하 어린이집·지역아동센터·상담소 등은 제외다.

목회자에게 우호적이고 폐쇄적인 환경에서 더욱 발생하기 용이한 성범죄. 피해 범위를 아동·청소년으로 한정하면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교회는 학교처럼 적극적으로 아동·청소년을 보호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목회자를 길러 내는 수많은 교단 신학교 중 성폭력 예방 교육을 필수 이수 과목으로 지정한 곳은 '없다'.

교육도 전무하고 자격 심사도 허술하다. 그나마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전계헌 총회장)이 2017년 강도사 고시부터 면접 시 지참 서류로 범죄 경력 확인서를 요구하고 있다. 교단 내 성 추문이 끊이지 않자, 사전에 성범죄자를 거르겠다는 고육지책이다.

교회 내 성범죄 특성을 보면, 가해자와 피해자 비율이 1대 1인 경우는 드물다. 그루밍에 익숙한 목회자는 자신의 성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여러 명을 길들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미랑 소장(탁틴내일연구소)은 "통계를 보면 항상 가해자 한 명에 피해자가 여러 명이다. 가해자가 한 명에게만 범죄하는 경우는 없다. 걸리지 않으면 계속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교회는 성범죄자를 사전에 거르는 장치도 없고, 사역자들에게 성폭력 예방 교육을 시행하지도 않는다. 이런 현실에서 취할 수 있는 대책은, 먼저 성범죄 관련 규정부터 명문화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아동·청소년과 여성 교인을 보호하기 위한 방책으로 교단에서 제정한 성폭력 조항이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재련 변호사(법무법인 온세상)는 "현행법으로 교회가 (성범죄자의) 취업 제한 구역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하더라도, 도덕적·종교적 기준으로는 교회가 일반 사업장보다 훨씬 엄격해야 하지 않나. 그러려면 성범죄로 처벌받은 사람의 취업 제한은 교회법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에도 이 같은 문제의식에 동의하는 사람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한국기독교장로회,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여성 목회자들은, 목사가 성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치리할 수 있게 하는 특별법을 제정해 달라고 교단에 요구해 왔다.

기독교대한감리회 내 여성 단체들은 지난해 열린 입법의회에서 성폭력 예방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한국여신학자협의회 부설 기독교여성상담소는 2000년대 초반, 교단 내 '성폭력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초안을 만들어 발표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약 18년이 지났지만, 한국교회에서는 여전히 성폭력 특별법을 찾아보기 힘들다.

보수 교단은 물론이고, 군사·독재 정권하에서 치열하게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한국기독교장로회도 교회 내 성폭력 문제는 우선적 고려 대상이 아니다. 기장 총대들은 지난해 10월 열린 102회 총회에서 '교회 내 성폭력 금지와 예방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 달라는 양성평등위원회 요청을 기각했다. 일부 총대는 "아주 유치한 법"이라며 특별법을 폄하했다.

교회 내 성폭력은 피해자를 길들이는 그루밍에서 시작된다. 평소 신뢰하고 존경하던 목사가 교인에게 성범죄를 가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교회에서 그루밍을 막을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없을까. 다음 기사에서는 그루밍 성범죄, 목회자 성폭력을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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