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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쉼, 교회가 돕자

[인터뷰] '쉼이 있는 교육'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오세환 목사

이은혜 기자   기사승인 2018.02.05  22:5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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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최근 한국 사회에는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워라밸', 한 번뿐인 인생 지금 즐겁게 살자는 '욜로'(YOLO) 라는 말이 인기다. 많은 사람이 어떻게 하면 잘 쉴 수 있을지 걱정하지만 청소년은 이런 논의에서 제외된다. 청소년은 여전히 입시 때문에 행복을 유예당한다. 공부와 삶의 균형을 찾는 일, 청소년에게는 머나먼 이야기다.

대한민국 청소년은 OECD 가입 국가 중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학습하는 데 보낸다. 학교가 끝나고도 각종 학원을 전전한다. 학교 시간과 맞지 않아 평일에 학원을 못 가더라도 상관없다. 주말이 되면 학원은 학생들로 더 북새통을 이룬다. 학습 시간은 가장 많은데 삶의 만족도는 꼴찌인, 그야말로 불행한 청소년들이다.

아이들이 쉬지 못하는 건 아이들 탓이 아니다. 어른들 탓이다. '입시' 앞에서 불안해하는 학부모, 그 불안감을 자양분으로 마케팅하는 학원 강사들. 조장된 불안은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이제는 누가 원해서 학원에 가는지,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알 수 없을 만큼, 학원에 가는 것은 한국 교육 문화로 자리 잡았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최근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학원 휴일 휴무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뜻을 비쳤다. '학원 휴일 휴무제'는 대형 마트가 격주로 쉬는 것처럼, 일주일 중 하루 학원 교습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학원 문이 열려 있으면 아이들이 쏟아지니까, 이것을 막기 위해 일요일·공휴일 중 하루라도 강제로 문을 닫게 하자는 게 '학원 휴일 휴무제'다.

'학원 휴일 휴무제'를 주도하는 '쉼이있는시민교육포럼'은 개신교 교육 단체 좋은교사운동,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와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일반 시민단체의 연합체다. 좋은교사운동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제도의 법제화를,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는 쉼이 있는 교육의 필요성을 교회에 어필하는 역할을 맡아 왔다.

오세환 목사(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는 '쉼이 있는 교육'은 교회만을 위한 운동이 아니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단체들은 교회와 기독 학부모가 먼저 아이들에게 '쉼'을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일주일에 하루만이라도 아이들이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며 '쉼이 있는 교육'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캠페인을 이끄는 단체 중 한 곳인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는 오세환 목사를 1월 31일, 서울 광진구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사무실에서 만났다.

창조의 완성은
일하는 6일 + 쉬는 1일

교회에서도 주일에 학원 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요즘, 몇몇 대형 교회는 고등학교 3학년 예배가 아침 7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아침 일찍 예배하고 학원으로 가라는 이야기다. 시험 기간에는 출석 인원이 '반토막'이다. 교회 중직자 부모들도 그날만큼은 어쩔 수 없다는 식이다.

예배 참석 대신 학원 가는 것을 우선시하는 기독 학부모들에게 아이들의 성적은 곧 '우상'이다. 오세환 목사는 "보통 우리가 불안함을 느끼는 지점은 평소 우상처럼 여기는 것들과 관련 있다"고 말했다. 성적을 최우선시하는 한국 사회 문화가 기독 신앙을 지닌 학부모에게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한국교회가 그동안 추구해 온 기복신앙·고지론 등은 잘못된 간증 문화의 결과다. 하나님이 쓰는 사람은 신앙이 좋은 사람이고, 사회에서 이름을 알리는 사람이 신앙 좋은 사람이라는 것처럼 얘기해 왔다. 이런 간증 문화가 기복주의 신앙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 잘못된 메시지를 붙잡고 있다 보면, 그것이 우리를 불안하게 하고, 그릇된 불안감이 자녀의 학업에 투영되는 결과를 낳는다."

부모는 불안한 마음에 학원을 보내고, 학원에 가는 아이는 쉬지 못한다. 쉼이 있는 교육은 이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시작됐다. 부모가 학원에 가라고 하면 순종해야 하는 한국 사회. 기독 신앙을 가진 부모들이 먼저 아이들에게 쉼을 이야기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었다.

"창조의 정점은 안식이었다. 창조의 완성은 하나님이 일하신 6일에 더해 안식을 취하신 하루가 더해져야 한다. 여기서 안식은 평화와 샬롬의 개념이다. 우리가 평안을 누릴 수 있어야만 온 우주가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창조 목적을 되살려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아이들이 온전하게 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자는 게 '쉼이 있는 교육'이다."

'쉼이있는교육시민포럼'은 그동안 길거리에서 '학원 휴일 휴무제'를 알리는 데 앞장섰다. 사진 제공 쉼이있는교육시민포럼

학원 대신 교회로?
진정한 학부모·교회 모습
고민하는 게 운동의 참뜻

휴일에 학원 안 가기 운동을 한다고 하면, 결국 교회 오라고 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자칫 교회 배불리는 운동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다. 쉼이 있는 교육이 '학원 휴일 휴무제'라는 법제화를 추진하면서, 다른 차원의 교육을 준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교육 환경, 교육 생태계를 바꾸는 운동도 병행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기독 학부모 운동'을 하고 있다. 기독 신앙을 가진 학부모는 세상이 말하는 성공관을 신앙의 이름으로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경우가 많다. 더 높은 곳으로 가지 않으면 불행하다는 생각은 결국 '불신앙'이다. 기독 학부모에게 교육은 신앙·불신앙을 가늠할 수 있는 리트머스지 같은 것이다."

학부모 교육을 위해서는 교회 도움이 필요하다. 기독 학부모의 생각과 신앙관에 영향을 주는 목사가 나서서 쉼이 있는 교육 캠페인을 진행하고 취지를 설명하면, 듣는 사람의 사고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게 오세환 목사를 비롯한 활동가들 생각이다.

학부모 교육과 함께 교회 시스템에도 변화를 주어야 한다. 오세환 목사는 현재 천편일률적인 교회학교 운영 방식으로는 '쉼이 있는 교육'의 의미를 제대로 구현하기 힘들 것이라 본다. 교회가 단순하게 "주일에 학원 가지 말고 교회 오라"고 이야기하는 것 이상의 고민을 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교회학교는 기계적으로 돌아가는 면이 없지 않다. 단순하게 '교회 가자'는 차원이 아니라면, 쉴 때 무엇을 할 것인지 교회가 대답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꼭 교회 안에서가 아니더라도, 쉬면서 내가 누구인지 발견하고, 어떻게 살지 고민해 보고, 더 나아가 하나님이 누구신지 생각해 보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일요일·공휴일 중 하루라도 학원 문을 닫게 해 아이들을 쉴 수 있게 하자는 제도가 '학원 휴일 의무제'다.

쉼이 있는 교육은 이 캠페인을 확장하기 위해 필요한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있다. 캠페인을 시작한 지 3년, 그동안 교회 100여 개가 함께했다. 앞으로 쉼이 있는 교육의 취지를 더 잘 설명하고,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담은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아이들의 학교 교육은 학부모가, 신앙 교육은 교회가 담당하는 것처럼 해 왔다. '쉼이 있는 교육'은 궁극적으로 아이들의 교육 환경을 바꿔야 한다는 데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영역을 구분 짓지 않고 현재 한국 청소년에게 가장 부족한 '쉼'. 이 쉼이 있는 교육을 위해 교회, 학부모, 학생이 하나가 돼 고민해 보자는 것이다. 오세환 목사는 "무엇을 위해 쉬고, 어떻게 쉴 것인지는 각 가정과 이 운동을 기획하는 이들이 함께 고민해야 할 지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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