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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세습, 본질적 문제는 무엇인가

세상 사람 반대 아닌 성경 위배하기 때문에 허용하면 안 돼

김진규   기사승인 2018.02.05  13:3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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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환 목사가 명성교회의 후임자로 자신의 아들을 세우면서 다시금 교회 세습 문제가 교계의 핫이슈가 되었다. 일부 대형 교회의 교회 세습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한 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1) 몇 해 전 대형 교회 중에 최초로 자식에게 교회를 세습했던 충현교회 김창인 원로목사는 교회 세습의 죄를 회개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2) 그의 회개는 때늦은 감이 있다. 그의 뒤를 따라 이미 한국의 여러 교회가 세습하였기 때문에 그는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되었다. 어느 보도에 따르면 작년 11월 기준으로 전국적으로 세습 건수가 350여 건이나 된다고 한다.3)

교회 세습 문제에 대해 성경에서 직접적인 답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에 무조건 교회 세습이 안 된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4) 아버지보다 더 훌륭한 자식에게 교회를 물려줄 수 없는가라는 의문도 생긴다. 그런데 교회 세습의 근본적인 문제는 교회 세습의 동기와 배경과 과정에서 수반된 비성경적인 사상에 있다.

혹자는 교회 세습을 반대하는 이유가 세상에서 이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아주 잘못된 생각이다. 교회 세습의 배후에 성경의 근본적인 정신과 위배된 세속적이고 비성경적인 철학이 깔려 있기 때문에 세습이 심각한 문젯거리인 것이다. 교회 세습이란 말을 승계라고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도 용어 자체에 달린 것이 아니라 어떤 과정을 통해서 후임자를 청빙했는가에 따라 영적인 승계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교회 세습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하나님의 말씀의 원리와 정면으로 상치되는 과정을 통해 청빙한 후임자에 대해 과연 영적인 승계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1. 교회 세습은 불공정한 청빙 절차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성경의 근본정신인 정의의 원리에 어긋난다.5)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 공동대표 김동호 목사는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의 교회 세습을 두고 비판하는 설교를 하면서 이런 말을 하였다. "만약 공정한 경쟁을 거쳤다면 절대로 그 교회의 담임목사가 될 수 없었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남의 자리와 기회를 도적질한 사람이 된 것"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한 것이다. 김홍도 목사는 김동호 목사에게 사과를 요구하며 5가지 반론을 제기하였지만, 이는 상식선에서 누가 봐도 인정할 수 없는 편협한 반론으로 보인다.6)

명성교회도 후임자를 청빙하는 절차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노회의 인준을 위해서 아무리 생각해 봐도 불법처럼 보이는 방식으로 안건을 통과시킨 것이다. 명성교회 장로가 노회 하루 전날 노회장 후보를 고소하고 그 안건의 수용 여부의 가부 결정도 없이 노회장 후보에서 제외한 것은 누가 봐도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다.

만약 이런 방식으로 노회 일을 처리한다면 언제든지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생기면 고소해서 제외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사람을 뽑는 악습을 재현하게 될 것이다. 권력과 돈이 있다고 해서 정당하지 않은 이런 방식으로 일 처리를 하는 것은 분명히 '정의'의 원리에 어긋난 것이다. 구약의 선지자들이 그렇게도 목 놓아 외친 말씀이 이스라엘 백성들이 정의를 짓밟았다는 것이 아닌가!

세습도 나쁜 일이지만 더 나쁜 것은 법에 어긋난 세습을 강행하기 위해서 저질러지는 부정의이다. 겉으로는 괜찮은 것 같지만 속은 완전히 썩은 냄새가 나는 무덤과 같은 방식이 바로 이런 정의롭지 못한 절차이다.

담임목사가 자신의 아들을 담임목사로 앉히기 위해서 공정한 경쟁의 과정을 거치지 않는 데서 오는 부정의의 문제는 성경의 핵심적인 가치를 부정하는 죄악이다(마23:23).7) 세습한 교회들이 후임자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열린 경쟁과 공정한 평가와 정직한 결정의 과정을 통해 담임목사의 아들을 결정한 경우가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2. 잘못된 신학에 기초한 교인들의 세뇌는 하나님 말씀을 왜곡한 심각한 죄악이다.

어떤 목회자들은 교회 세습의 성경적 근거를 구약의 제자장직의 세습에서 찾고 있다. 이는 신구약성경의 연속성과 불연속성에 대한 잘못된 성경 해석에 기초한 주장이다. 구약시대의 제사장직은 신약시대의 목사직처럼 예배의 집례와 말씀의 선포와 같은 성직을 감당한다는 차원에서 연속성이 있지만, 직분의 세습이라는 차원에서는 연속성이 없다. 신약시대에는 자식에게 교회나 직분을 세습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8)

김영한 교수는 "교회의 목회권은 혈육적인 세습이 아닌 소명자로서의 영적 계승"이라고 말했다.9) 김판임은 <신약성서의 교회와 교회 지도자 이해>라는 논문에서 교회 세습의 정당성을 인정할 만한 근거를 신약성경에서 찾을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가 제시한 한 실례는 그리스도의 수제자 베드로도 그의 아들에게 세습했다는 기록이 없다는 사실이다.10)

이호형은 "설교를 통한 세뇌는 교회 세습의 밑바탕"이라고 보고 "카리스마를 가진 설교자에게 맹목적으로 복종하도록 훈련받은 성도들은, 설교자의 아들이 그 뒤를 이어 목회를 하는 것은 오히려 성서적이고, 하나님의 뜻이며, 교회의 발전을 위한 것"이라는 가르침에 감히 도전할 엄두도 못 낸다고 보았다.11) 세뇌된 교인들은 담임목사의 뜻을 거스르는 것은 곧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는 것으로 믿게 된다.

만약 교회 세습이 왜곡된 성경 해석에 기초해서 정당화되었다면, 이 배경에는 이기적인 욕망을 위해서 하나님의 말씀을 곡해하는 큰 죄가 깔려 있다. 이는 잘못된 가르침으로 교인들을 오도하기 때문에 십계명 중 제9계명을 어기는 행위요, 이기적인 욕망이 배경에 있기 때문에 제10계명을 어기는 행위이다. 이는 또한 자신의 욕망을 위해 하나님의 이름을 사용하기 때문에 제3계명을 어기는 행위와 같다.

3. 후임자 리더십 양성에 실패했기 때문에 교회를 세습하게 된다.

가나안 정복을 성공적으로 이끈 여호수아의 리더십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모세가 거의 40년간 여호수아를 조력자로 데리고 다니면서 그를 차세대 리더로 훈련한 사실을 모세오경을 통해 알 수 있다. 모세의 사역의 승계 과정을 보면 후임자를 일찍 선정해서 오랜 기간 훈련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에서 장수하는 우수한 기업들은 후임 CEO를 뽑기 위해서 수년 전부터 미리 준비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GE의 CEO 영입 절차를 보면 놀랍다. 잭 웰치를 CEO로 데려오기까지 얼마나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승계 절차를 거쳤는지 감탄할 정도이다. 존스는 웰치가 CEO로 선임되기 '7년 전'인 1974년 이미 'CEO 계승을 위한 실행 지침'이라는 제목의 문서를 작성하여 경영권 승계 절차를 시작하였다. 96명 후보 가운데 12명을 뽑고, 그중에 6명으로 압축하는 데 2년이 걸렸다. 그 후 3년 동안은 어려운 과제 부여, 면접 실시, 에세이 제출, 평가 실시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점진적으로 후보자를 테스트하여 최종적으로 웰치를 뽑게 되었다. 웰치는 GE에 CEO로 들어와 쓰러져 가던 회사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12) 이렇게 엄선한 후임자가 죽어 가던 회사를 살렸다. 그런데 수천, 수만 명의 교인들을 지도할 차세대의 목회 후임자를 어떻게 후계자 준비나 훈련 없이 하루아침에 얻을 수 있겠는가.

세습을 강행한 대부분의 교회들은 자식을 의도적으로 후임자로 세우기 위해서 후임자를 양성하지 않았거나 아니면 후임자를 양성할 제도적 장치가 없기 때문에 담임목사가 은퇴할 즈음에 갑작스러운 대안으로 자신의 아들을 앉힌 경우들이 아니겠는가.

심민수는 <교회 리더십 승계의 실행 전략>이라는 논문에서 교회 세습을 방지하기 위해서 "인재 풀"을 가동할 것을 제안하고 있는데, 이는 장기적인 교회 세습을 방지하기 위한 성경적 대안이 되리라고 본다. 그가 제안한 인재 풀의 멤버십 조건들과 인재 풀 운영 방법은 후임자 선발을 위한 좋은 지침이 되리라고 본다.13)

4. 진정한 제자도의 원리를 모르거나 알아도 실천하지 않기 때문에 교회 세습은 계속된다.

예수님은 '가족'에 대한 특별한 가르침을 주셨다. 한번은 예수님의 어머니와 형제들이 그를 찾아왔다. 소식을 들은 예수님은 "누가 내 어머니이며 동생들이냐"(막 3:33)라고 반문하시면서, 진정한 가족이 누구인가를 분명하게 밝히셨다. "누구든지 하나님의 뜻대로 행하는 자가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막 3:35)라고 가족을 재정의하셨다.

그리스도의 이 말씀은 교회 공동체 안에서 진정한 가족이 누구인가를 분명히 밝힌 말씀이다. 이 말씀은 육신적인 가족을 뛰어넘어 하나님의 뜻대로 행하는 자가 진정한 가족임을 가르친 말씀이다.14) 필자는 교회 세습을 강행한 교회 목회자들의 근본적인 문제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그리스도의 제자도에 충실하여 자신의 가족을 뛰어넘어 하나님나라의 관점에서 '영적인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이 없기 때문에 자격이 부족한 자식을 후임자로 세운 것이 아니겠는가.15) 이는 하나님나라의 관점에서 볼 때, '진정한 제자도'의 결핍으로밖에 볼 수 없다. 이는 진정으로 하나님과 하나님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음을 드러내기 때문에 역시 십계명의 제1·2계명을 어기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교회 역사의 교훈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장기천은 "중세기 교회의 쇠퇴를 가속화시킨 원인 가운데 하나가 바로 고위 성직의 세습 제도였다"고 보고 있다.16) 이와 같은 교회 세습에 대한 역사의 반면교사와 또한 위에서 언급한 비성경적인 동기와 배경과 과정이 있음에도 교회나 교계는 오랫동안 미온적인 대응을 해 왔다.

그러나 최근 몇몇 교단이 교회 세습을 법으로 금지하게 되어 다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2012년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가 교회 세습을 교단법으로 금지 가결하였고 2013년에는 예장통합, 기장이 법으로 금지하였다.17) 앞으로 많은 교단들이 참여하리라고 기대해 본다.

요컨대, 정당하지 못한 교회 세습의 배후에는 '탐심'이라는 죄악이 깔려 있다. 담임목사라는 자리에 대한 탐심, 이에 따라오는 물질적인 보상에 대한 탐심, 사회나 교계 속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픈 권력에 대한 탐심이 배경에 있다고 보는 것이 교회 세습을 반대하는 주요인들이다.18) 이는 십계명 중 제10계명을 어기는 행위이며, 신약의 관점에서 본다면 곧 영적 우상숭배에 해당되는 큰 죄이니 제1계명을 어기는 것과 같다(골3:5).

교회 세습의 문제는 단지 사회가 반대하기 때문에 성도들과 목회자들과 신학자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결코 아니다. 정당한 교회 승계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교회 세습의 경우에 성경의 핵심적인 가치와 정신에 위배되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다.

(이 글은 학술 전문지에 실렸던 필자의 연구 논문에서 발췌 및 보완한 것이다. 김진규, "성경신학적 관점에서 본 한국교회 고난의 현주소", 「한국개혁신학」 제44권 (2014), 34-71.)
논문 다운로드(클릭)

김진규 / 백석대학교 기독교학부 구약학 교수. <히브리 시인에게 설교를 배우다> (생명의말씀사, 2015); <온전한 사람 (영성편)> (생명의 샘, 2017) 저자. 에스라연구소 소장.

각주

1) 배덕만, "한국교회의 세습 -그 뒤틀린 역사," 「신학과 선교」 43 (2013): 69-102. 배덕만에 의하면 한국교회의 세습 역사는 1973년 이래로 약 40년의 역사가 된다. 1997년부터 세습이 급증하게 되었다고 본다.
2) 김은실, "세습 1호 목사 '잘못했다' 공개 사죄," 「뉴스앤조이」 (2012년 6월 12일), 2014년 9월 27일 접속, 온라인: http://www. 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191299.
3) 최승현, "'세습 지도' 성복교회·부천성문교회 등 28개 추가," 「뉴스앤조이」 (2018년 1월 3일), 2018년 2월 3일 접속, 온라인: http://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214202.
4) 이호형, "말씀 중심의 개신교 신앙, 무엇이 문제인가: 말씀의 절대화→성도의 노예화→교회 세습," 「기독교사상」 48 (2004): 284-94. 이호형은 교회 세습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설교를 통해서 교인들을 세뇌하는 일에 대해서 신랄한 비판을 가하지만 그는 "아들이 아버지의 대를 이어 같은 교회에서 목회를 해서는 안 된다고 하면 너무 지나친 주장일 것이다. 왜냐하면 어떤 면으로 살펴보더라도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납득시킬 만한 주장을 펼칠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까지 말한다.
5) 권오훈, "담임목사직 세습과 존 웨슬리," 「한국기독교신학논총」 58 (2008): 253-77. 위에서 필자가 전제한 것처럼 권오훈의 주장은 불건전한 교회 세습을 전제로 한 경우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6) 나이영, "교회 세습 문제, 상식에서 생각하자," 「기독교사상」 646 (2012): 273-78.
7) 참고, 김판임, "신약성서의 교회와 교회 지도자 이해," 「신약논단」 20/4 (2013 겨울): 1091.
8) 김판임, "신약성서의 교회와 교회지도자 이해," 1087-21.
9) 신태진, "목회권, 혈육적 세습 아닌 소명자로서의 영적 계승," 개혁주의이론실천학회, 제8회 샬롬나비 학술대회 (2014년 5월 30일), 2014년 9월 28일 접속, 온라인: http://www.christiantoday.co.kr/view.htm?id=272546. 이는 개혁주의이론실천학회가 주관하는 "제8회 샬롬나비 학술 대회"에서 김영한 교수가 발표한 내용이다.
10) 김판임, "신약성서의 교회와 교회 지도자 이해," 1087-21.
11) 이호형, "말씀 중심의 개신교 신앙, 무엇이 문제인가," 292.
12) James C. Collins, Jerry I. Porras, Built to Last (James C. Collins and Jerry I. Porras, 1994).
13) 심민수, "교회 리더십 승계의 실행 전략," 「복음과실천신학」 21 (2010): 246-83 (esp. 262-70). 그는 영성, 성품, 말씀의 능력, 사역의 능력 등을 인재 풀 멤버십 조건들로 보고 있다.
14) 김판임, "신약성서의 교회와 교회 지도자 이해," 1095.
15) 이 말은 위에서 제시한 기준들을 생각할 때에 자격이 부족한 자식을 후임자로 세운 교회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16) 이 말은 위에서 제시한 기준들을 생각할 때에 자격이 부족한 자식을 후임자로 세운 교회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17) 한경민, "주요 교단들, 목회 세습 불가 천명," 「뉴스앤조이」 (2013년 9월 30일), 2014년 9월 28일 접속, 온라인: http://www. 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195262.
18) 지인식, "종교개혁, 한국교회가 철거해야 할 폭력/패권과 세습제의 개혁," 「기독교사상」 45/10 (2001): 95-107; 나이영, "교회 세습 문제, 상식에서 생각하자," 273-78; 김판임, "신약성서의 교회와 교회 지도자 이해," 1087-21; 권오훈, "담임목사직 세습과 존 웨슬리," 25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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