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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와 적폐 만나 인권조례 폐지"

충남 인권조례 폐기 눈앞…"개신교, 공적 영역 사적 영역 구분 못 해"

이은혜 기자   기사승인 2018.02.01  23:4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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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교회 다녔는데 개신교가 왜 이 지경이 됐는지 모르겠다. 개신교가 폭력적으로 인권 사각지대의 마지막 보루인 인권조례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조례 폐지에 서명한 교인들은 자신들을 개돼지 취급해도 상관없다는 거다. 작은 교회 권사로서 이게 진짜 예수님의 뜻인지 묻고 싶다." - 장명진 의장(전국농민회총연맹 충남도연맹)

"사회 곳곳에서 성소수자 차별이 발생하고 있다. 세바시 영상 삭제, 까칠남녀 성소수자 패널 하차 등 모든 사안이 다 동성애로 귀결된다. 이런 차별 뒤에는 보수 개신교가 있다. 요즘 동성애자라고 커밍아웃하는 것보다 크리스천이라고 밝히는 게 더 부끄럽다. 개신교 이름으로 혐오를 조장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종교 이름으로 차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성경의 이름으로 사랑이 죄라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양은오 대표(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이번 일은 혐오 세력인 보수 개신교와 적폐 세력인 자유한국당이 결합해 발생했다. 충남청소년노동인권센터도 개신교 혐오 세력의 반발에 부딪혀 앞날이 불투명하게 됐다. 그때 한 번 자신의 의견을 관철한 경험이 있는 보수 개신교가 인권조례 폐지도 밀어붙인다. 이들이 앞으로 어떤 짓을 할지 모르니 지금 막아야 한다." - 김용기 위원장(노동당 충남도당)

양은오 대표(왼쪽)와 장명진 의장은 개신교인으로서 보수 개신교의 행동이 부끄럽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충청남도 인권조례 폐지 규탄 대회에서 개신교를 성토하는 발언이 쏟아졌다. 현재 한국 사회는 일부 보수 개신교 세력의 반발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에서 그 어떤 형태로도 인권조례를 제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현실 가운데 충남도의회는 지역 개신교를 등에 업고 이미 제정된 인권조례 폐지에 나선 상황이다.

충남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김성욱 위원장)는 1월 29일, 충남 인권조례 폐지 조례안 심사를 보류했다. 하지만 다음 날,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이 안건을 본의회에 상정하기로 결의했다. 기습적이었다. 한 번 보류한 조례안은 다음 회기로 넘어가거나 시간이 지나 자동 폐기되는 게 관례지만,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하루 만에 재심의를 강행했다.

2월 1일, 충남 홍성군 충남도청 앞에서 인권조례 폐지 규탄 대회가 열렸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지역 시민단체들은 반발했다. 1월 30일, 지역 인권·사회 활동가들이 주축이 돼 기자회견을 개최한데 이어, 2월 1일 충남 홍성군 충남도청 앞 광장에서 규탄 대회를 열었다. 이 대회에는 충남을 비롯해 서울·안산·수원·대전 등 전국 각지에서 온 시민단체 활동가, 시민, 종교인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이게 하나님의 사랑인가

참석자들은 이번 조례안 폐지를 주동한 보수 개신교를 비판했다. 이들은, 그동안 문제 삼던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이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데도 보수 교회가 충남 인권조례안을 없애려고 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했다.

장명진 의장은 보수 개신교가 보편적 인권은 무시하고 모든 것에 기독교 잣대를 들이댄다고 비판했다. 장 의장은 기자와의 대화에서 "어떻게 이렇게 사람의 인격을 짓밟는 행위를 할 수 있을까. 예수의 제자로 산다는 사람들이 정작 예수 정신에 위배되는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충남 인권조례 폐지를 주도하고 있는 자유한국당도 규탄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수원에서 온 한 활동가도 "개신교의 행태를 보면, 그들이 믿는 하나님이 그들의 행위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실까 궁금해진다. 사랑과 평화를 말하는 예수의 가르침에 위배되는 것 아닌가. 종교의 이름으로 혐오와 차별을 선동하는 모습이 역설적"이라고 말했다.

인권조례안 폐지를 외치는 보수 개신교인들은 "충남인권센터가 사라져도 국가인권위원회 대전 사무소에서 인권 업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괜찮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무자는 이것이 현실을 전혀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지적한다.

대전에서 온 이상재 사무국장(대전충남인권연대)은 "충남인권센터는 설립 후 매해 노인, 청소년, 아동, 이주 노동자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광역 시도 단위에서는 유일하다. 차별이 발생하면 조사할 수 있는 권한과 인권 교육, 홍보까지 책임진다. 국가인권위 대전 사무소 직원이 비정규직까지 합해도 16명 정도밖에 안 된다. 이 인력으로 대전·충남·세종 400만 명을 다 돌보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규탄 대회에는 서울에서 내려온 활동가 30명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100여 명이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인권조례 폐지 조례안 가부는 2월 2일 본회의에서 투표로 결정될 예정이다. 도의원 총 40명 중 절반 이상이 찬성하면 폐지 조례안은 통과된다. 여기서 자유한국당 의원은 26명이다. 이들 중 폐지 조례안 발의에 동의한 사람만 벌써 23명이다. 자유한국당 의원들로만 조례를 폐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인권조례 폐지는 지방선거 표 의식 때문"
[인터뷰] 충남인권행동 이연경 공동대표

보수 개신교가 충남 인권조례를 폐지하겠다고 나선 건 2017년부터다. 벌써 여러 차례 개신교 주도로 충남 천안·아산 등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고, 지역 교회에서는 인권조례 폐지 주민 동의 서명지가 돌았다.

인권조례 폐지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안 충남 시민단체들은 충남인권행동(공동대표 김혜영·이연경·장명진)을 조직했다. 충남인권행동은 "인권조례를 폐지하면 안 된다"는 목소리를 작지만 꾸준하게 내 왔다. 규탄 대회가 끝나고 만난 이연경 공동대표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폐지 조례안을 통과시켜도 계속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연경 대표와 일문일답.

- 작년부터 인권조례 폐지 움직임이 있었다. 올해 갑자기 터져 나온 이유가 뭘까.

작년부터 교회를 중심으로 충남 인권선언문에서 차별 금지 사유 중 하나로 언급한 '성적 지향'이 동성애 옹호하고 조장한다고 주장했다. 교회에서 인권조례 반대 나아가 인권조례 폐지 서명운동이 불붙었다. 그런데 올해 지방선거 때문에 (의원들이) 표와 직결됐다는 걸 알았다. 이게 정치적으로 결합하면서 확 떠오른 거다. 올해 선거가 없었으면 양상은 달랐을 거다. 지역에서는 이번 일이 지방선거와 밀접하게 관련 있다고 판단한다.

이연경 공동대표는 "인권조례 폐지는 차별하자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 충청남도는 안희정 도지사가 취임 초기부터 주체적으로 인권 행정을 끌어왔다. 지역사회에 변화가 있었나.

지금 우리가 앉아서 이야기하고 있는 충남도청 내 희망까페 바리스타들은 다 발달장애인이다. 내가 대표로 있는 장애인 단체 한빛회가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충남에도 장애인, 이주민 여성, 외국인 노동자 등 인권 이슈가 많다. 장애인 관련해서는 차별과 관련해 상담하는 권익 보호 센터가 생겼고, 인권 교육도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 인권조례가 폐지되면 지역의 인권 관련 사업에 영향을 미칠까.

당장은 충남인권센터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거다. 충남인권센터가 하던 일을 다 멈춰야 하니까 지역 내 사회적 소수자 실태 조사, 지원, 교육 등이 올스톱된다. 지역에서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지원하던 예산도 당장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점차 영향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 자신들 손으로 만든 인권조례를 폐지하려는 게 좀 놀랍다.

자유한국당은 모든 일을 표와 관련지어 진행했다. 2012년에도 인권 이슈를 언급하고, 이게 표가 될 것 같으니까 인권조례를 제정했다. 다만 개신교 반발 때문에 '성적 지향'을 차별 금지 사유에 넣지 못하고 광범위한 인권조례로 통과된 거다. 이제는 폐지하는 게 표를 얻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 같다.

- 인권조례가 폐지되면 사회적 소수자를 바라보는 지역사회 분위기가 안 좋아질까.

성소수자 이슈는 아직 사회 모든 구성원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수 있다. 그렇다 쳐도 충남 인권조례에는 성소수자 외에 다양한 소수자가 있는 건데 모든 약자의 권리를 싸그리 없애려는 시도다. 일부 조항이 문제가 되면 다시 토론을 해 보면 되는 건데, 다 필요 없고 아예 폐지하라고 하는 거다.

- 개신교가 도정, 정치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우리 사는 데 필요한 모든 사안을 정치와 떨어뜨릴 수 없으니까 일정 정도는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번 일은 개신교를 전면에 내세워서 정치력을 행사했다. 아직 인권조례 폐지가 옳은 일인지 아닌지 사회적 합의도 없는 것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니 같은 기독교 내에서는 반발한다. 아예 대놓고 차별을 하자는 건데, 하나님이 말하는 사랑이 과연 이런 모습일까.

- 개신교의 주장 중 어떤 점이 문제라 보는가.

개신교는 자꾸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섞고 있다. 그들이 여는 집회에 가 보면 굉장히 혐오스러운 발언이 계속 나온다. 개인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인데 이것을 공적인 영역으로 보고 개신교 가치로 판단하려 한다.

자꾸 인권조례 때문에 교회가 불이익을 본다고 얘기한다. 동성애자 커플이 주례를 부탁했을 때 거절하면 목사가 잡혀 간다고 말한다. 결혼하는 장애인 커플이 목사에게 주례를 부탁했을 때, 목사가 거절하면 잡혀 갈까? 아니다. 사적 영역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차별하면 안 된다"라고 말할 때 차별은 그런 게 아니다. 같은 조건인데 성소수자라고 해서 취업하지 못하게 하거나, 성폭력 당했는데도 성소수자라고 해서 경찰이 수사조차 안 하면 안 되지 않는냐. 사회적 약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망 제도적으로 만들자는 건데 교회는 사적 영역만 너무 부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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