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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과 온누리교회, 그 불편한 동행

한국교회 만연한 값싼 은혜와 값싼 세례

배인병   기사승인 2018.02.02  09: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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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현 검사가 1월 29일 JTBC뉴스룸에 출연해 8년 전 성추행 사건을 폭로하면서, 성추행 가해자가 종교에 귀의해 회개하고 구원을 받았다고 간증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후, 가해자로 지목된 안태근 전 검찰국장의 간증과 그에게 세례를 주고 간증하게 했던 온누리교회의 해명을 두고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고위층 이력이 있거나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사람들, 또는 연예인들이 대형 교회에 출석하며 간증하는 모습은 쉽게 볼 수 있다. 온누리교회에서 안태근과 함께 세례를 받은 사람이 정확히 몇 명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세례자들 중 안태근이 대표로 간증한 것은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다.

검찰국장이 될 만큼 능력이 있던 사람이 바닥까지 떨어졌고, 고난 중에 예수님을 만나 새 삶을 살게 됐다는 서사가 드라마틱하고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선정되었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홍보 효과를 노리는 간증으로 지금까지 많은 사람을 끌어모았지만, 검증 없는 종교 마케팅의 이런 결과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안태근은 간증을 통해 "뜻하지 않은 일로 억울하게 공직을 내려놓게 되었다"며 스스로가 정치적 희생양이 된 것처럼 말했다. 그리고 이에 온누리교회 담임 이재훈 목사는 안태근이 "억울하게 사회적 위치를 잃었다"고 말했다.

온누리교회 페이스북 페이지의 해명 글은, 2월 1일 현재 사라진 상태다. 온누리교회 페이스북 페이지 갈무리

안태근이 누구인가. 검찰 인사와 예산을 총괄하는 검찰국장 자리에 있던 사람이다. 그는 2016년 11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나와 '부산 엘시티 비리 의혹 사건'과 관련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보고한 적이 있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에 "기억이 없습니다", "보고를 했을 수도 있고 안 했을 수도 있고요", "모르겠습니다"라고 답변했지만, 후에 특검을 통해 우 전 수석과 1000여 차례 이상 통화한 것이 드러나 입길에 올랐던 우병우 라인의 대표적 인물이다. 그리고 최근 성추행 의혹에 다시금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결국 '돈 봉투 만찬 사건'까지 드러나자 안태근은 검찰에서 불명예 퇴진했다. 자세한 내용이나 과거 이력을 몰랐다는 온누리교회 관계자 말은 무책임할 뿐더러 앞뒤가 맞지 않게 느껴진다. 안태근은 이미 명백하게 밝혀진 잘못으로 면직됐지만, 이재훈 목사는 "억울하게 사회적 위치를 잃었다"고 말했다. 만약 이 목사가 안태근의 이력을 일부라도 인지하고 있었다면, 이는 단순히 종교적 언어라고 보기 어렵다. 법조계 적폐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안태근의 잘못을 축소하고 은폐하는 정치적 언어다.

개인 신앙과 구원 경험을 타인이 쉽사리 평가할 수는 없다. 구원 경험은 개인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종교적 경험, 즉 주관적 영역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태근의 회개만큼은 거짓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여전히 자신의 죄를 깨닫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만천하에 드러난 범죄를 비롯해 최근 폭로된 성추행 사건에 대한 그의 해명을 볼 때, 회개는 멀고 먼 일 같다. 회개의 출발선에도 서지 못한 자에게 구원이 합당한가. 그에게 기독교 귀의는 신분 세탁이라는 모 출판사 대표의 말이 적절해 보인다. 온누리교회는 이를 방조하고 도운 조력자라는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독일의 목회자이자 신학자인 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Bonhoeffer, 1906~1945)는 그의 저서 <제자도 Nachfolge>의 앞부분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Billige Gnade ist der Todfeind unserer Kirche. (중략) Billige Gnade ist Predigt der Vergebung ohne Buße, ist Taufe ohne Gemeindezucht, ist Abendmahl ohne Bekenntnis der Sünden, ist Absolution ohne persönliche Beichte. Billige Gnade ist Gnade ohne Nachfolge, Gnade ohne Kreuz, Gnade ohne den lebendigen, menschgewordenen Jesus Christus."

번역 : "값싼 은혜는 우리 교회의 필멸의 원수입니다. (중략) 값싼 은혜는 참회 없는 용서를 말하는 교설이고, 권징 없는 세례이자, 죄의 고백이 없는 성찬이며, 개개인의 고백이 없는 면죄입니다. 또한 값싼 은혜는 예수를 따르는 제자도 없는 은혜, 십자가 없는 은혜, 살아 계시고 성육신하신 예수 그리스도 없는 은혜입니다."

본회퍼의 삶의 궤적과 그의 말을 볼 때, 그가 갈파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하다. 복음에 따르는 "책임"을 외면하지 말라는 뜻이다. 책임이 없는 은혜는 싸구려다.

세례 요한이 바리새인과 사두개인들이 세례 베푸는 곳으로 오는 장면을 보고 "독사의 자식들아 누가 너희를 가르쳐 임박한 진노를 피하라 하더냐. 그러므로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고 속으로 아브라함이 우리 조상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하나님이 능히 이 돌들로도 아브라함의 자손이 되게 하시리라"(마 3:7-9)라고 했던 말은 여전히 합당하다. 삭개오는 예수를 만난 후 재산의 절반을 가난한 자들에게 주었고 자신이 착취한 재물의 네 배를 배상했다. 책임을 외면하는 순간 믿는 자에게 주어진 "값없는" 은혜는 "값싼" 은혜로 변질한다.

동성애, 이슬람 등 사회 이슈 앞에서는 "죄"는 미워하되 "죄인"은 사랑해야 한다고 소리 높여 외치던 교회는, 칭의가 "죄인"이 아닌 "죄"에 주어지는 것으로 왜곡해 왔다. 이렇게 이율배반적으로 팔아 치우는 구원이 싸구려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일련의 사태를 볼 때면 책임이 실종된 신앙이 피해자에게 어떤 고통을 주는지 보여 준 영화 '밀양'(2007)이 정확히 오버랩된다. 싸구려 은혜는 세례와 구원을 면죄부로 주어 잘못과 책임을 은폐하고 피해자들에게 더 큰 고통을 안겨 준다. 회심자에 대한 검증 없이 간증으로 홍보 효과를 기대한 온누리교회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은 이유다.

현재 온누리교회 해명 글은 하루 만에 사라진 상태다. 언론 보도 이후 발 빠르게 언론사에 전화로 항의했던 모습, 논란이 커지자 사라진 해명은 이런 대처가 교회의 흠집을 막기 위한 임시방편이었다는 방증이다. 온누리교회가 안태근에게 준 세례가 본회퍼가 말한 싸구려 은혜인 권징 없는 세례(Taufe ohne Gemeindezucht)가 아니라면, 이미 사라진 해명에서 말했듯 자체적으로 제대로 권면하고 권징하여 증명해야 할 것이다. 기독교인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이 온누리교회의 귀추歸趨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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