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수준에서 활동할 수 있는 한국교회 여성 리더십이 없다 보니, 오히려 신천지와 통일교 여성이 한국교회를 대표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그들도 개신교로 여긴다."

"남성 전도사들에게는 그래도 설교할 수 있는 기회가 돌아가는데 여성 전도사는 기회조차 얻기 힘들다."

"한국교회에서는 남성 사역자와 여성 사역자의 임금을 다르게 책정하는 걸 당연하게 여긴다. 똑같은 일을 해도 성별에 따라 받는 액수가 다르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부양해야 할 가족 수가 얼마인지, 교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따라 공정하게 책정하는 문화가 정착되면 좋겠다."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여성 사역자들은 한국교회에서 자신들이 어떤 위치에 처해 있는지 적나라한 현실을 이야기했다.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정인찬 총장)가 1월 29일 서울 용산구 삼일교회(송태근 목사)에서 개최한 '한국교회의 미래, 여성 리더십에서 길을 찾다' 컨퍼런스에서는 한국교회 내 여성 리더십의 현주소를 진단했다.

남자 사역자와 똑같이 일해도 적은 임금
설교 기회 적거나 아예 배제

컨퍼런스 패널로 참석한 여성들은 대부분 현재 목회 현장에 몸담고 있는 사역자였다. 채송희 목사(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여전도회전국연합회 계속국장), 여수정 목사(남서울비전넘치는교회), 이가을 전도사는 직접 경험한 교회 내 뿌리 깊은 남녀 차별적 구조와 문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현장에서 뛰고 있는 여성 사역자들이 한국교회 여성 리더십의 현주소를 나눴다. 왼쪽부터 강호숙 소장, 채송희 목사, 이가을 전도사, 여수정 목사. 뉴스앤조이 이은혜

대부분 주요 교단 임원진에는 여성이 없다. 가장 교세가 큰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전계헌 총회장) 등 몇몇 교단은 아예 여성에게 안수직을 허락하지 않는다. 예장합동에서 사역하는 여성 전도사들이 목사가 되려면 타 교단으로 옮겨야 한다. 남성 전도사에게 당연히 주어지는 것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주어지지 않는다.

목회 현장에서는 남성 중심적 경향 때문에 여성 전도사·목사에게 주어지는 역할이 많지 않다. 예장합동 교회에서 교육전도사로 사역하는 이가을 전도사는, 남성 사역자에게는 설교 기회가 자주 돌아가는데, 여성 사역자에게는 교육 부서만 맡기거나 아예 장년 설교에서 배제하는 일이 흔하게 일어난다고 했다.

채송희 목사는 기관목사다. 일의 특성상 해외 교단과 교류할 일이 많은 채 목사는, 한국교회가 다른 나라 개신교 교단의 기준에 많이 못 미친다고 했다. 채 목사는 "해외에서는 행사 참석 요청을 할 때 꼭 파견자를 남녀 동수로 해 달라고 명시한다. 또 공식 총회를 하기 전, 여성 대표자들만 모여 전 세계 교회의 여성 안수, 여성 폭력 이 두 가지를 며칠 동안 토론한다"고 말했다.

채 목사가 속한 예장통합은 여성에게 목사 안수를 허락한 지 20년이 지났다. 하지만 여성 목사 수는 전체 목사 비율로 보면 한 자리 수에 불과하다. 채송희 목사는 "여성 목사가 할 수 있는 일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신학교를 졸업한 여성 전도사들이 목사 안수받는 데 큰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성 안수를 받을 수 있는데도, 사역할 곳이 없는 것을 우려해 목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성 교인 60% 이상인 한국교회
젊은 여성은 계속 떠난다

여성 사역자들이 현장에서 보는 한국교회 모습은 지극히 남성 중심적이었다. 남성 목회자들만 공유할 수 있는 그들만의 문화가 있고, 그 안에서 문제의식 없이 오가는 말들은 여성 사역자를 힘들게 했다.

그뿐 아니라 설교에서 튀어나오는 여성 혐오 발언에 사역자들 역시 불편함을 느꼈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가 향상될수록, 불편함을 느끼는 여성이 많아지는 게 당연하다. 예전과 변함없이 여성 혐오적인 한국교회 모습은, 젊은 여성 교인들이 교회를 떠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내 대학교 학부 친구들은 대부분 전문직에 종사한다. 학생 때는 교회도 열심히 다녔는데 지금은 한두 명을 제외하고 더 이상 교회에 나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들이 신앙을 저버린 게 아니다. 여전히 많은 목사가 여자는 아이 낳고 살림하면서 남편을 잘 돕는 것이 기독 여성의 본분인 것처럼 가르친다. 교회를 떠난 친구들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성경 말씀을 믿지만, 강단에서 선포하는 이런 남성 중심 설교를 더 이상 듣고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강호숙 소장은 교회 여성들이 더 주체적으로 성경을 읽으면 좋겠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채송희 목사의 말에 강호숙 소장(개혁주의여성리더십연구소)도 동의했다. 이날 주제 강연을 맡은 강호숙 소장은 "그동안 한국교회는 하나님이 여성을 지으신 뜻과 목적에 관심이 없었다. 여성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다. 각 교단 통계를 보면 교인 60% 이상이 여성인데, 젊은 여성들의 교회 이탈률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호숙 소장은 한국교회가 더 이상 여성들을 억압하는 현실을 묵과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대안으로 '성경적 페미니즘'을 언급했다. 성경적 페미니즘은 기독교 신앙을 가진 여성이 주체적으로 성경을 읽고, 그 안에 담긴 여성의 정체성과 역할을 스스로 규정하려는 시도다.

"그동안 한국교회 여성들은 여성 차별적 설교를 들으면서도 하나님의 말씀이라 학습했다. 이런 환경에서는 하나님이 나를 여성으로 만드신 이유나 성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다. 여성들이 꾸준히 자기 눈으로 성경을 읽어서 복음적 자존감을 회복해야 한다."

참석자들은 한국교회가 미래를 생각한다면 남성 중심 제도와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여수정 목사는 "나는 목사 안수를 받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교단을 옮겨야 했다. 교회 내 남성 리더십들이 스스로 여성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복음적이지 않다. 하나님은 남녀가 서로 사랑하고 협력하는 걸 원하신다. 더 복음주의적인 시각에서 서로를 낫게 여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호숙 소장은 여성 리더십이 한국교회 미래를 여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했다. 강 소장은 △여성 리더십 인식 변화와 처우 개선 △신학대학원에서 여성 리더십 관련 교육 과정 개설 △여성 리더 할당제 △젊은 교회 여성을 위한 성 평등 문화 실천 등을 제시했다.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는 2018년부터 여성 리더십 과목을 새롭게 개설한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한편, 한국교회 여성 리더십을 논하는 이번 컨퍼런스에서도 질문하는 이는 대부분 남성 목회자였다. 한 남성 목사는 강호숙 소장의 발제가 끝난 뒤, 강 소장이 페미니즘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며 몇 분간 설명했다. 어떤 남성 참석자는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거나 주제와 상관없는 질문으로 오랫동안 마이크를 잡고 있기도 했다.

결국 듣다 못한 여성 참석자가 나서 "항상 이런 컨퍼런스에 와 보면 남성 질문자가 주를 이룬다. 이 컨퍼런스가 한국교회 미래를 여성 리더십에서 찾아 보자는 취지로 열린 만큼, 남성분들은 '발화'보다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조금 더 귀 기울여 듣는 게 어떤지 조심스럽게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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