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높은뜻숭의교회에서 분립한 교회 중 하나 높은뜻정의교회가 또다시 분립했다. 교회명은 높은뜻덕소교회. 경기 남양주 와부읍 도곡리에 있는 덕소고등학교에 터를 잡았다. 학교 뒷편에 있는 창고를 개조해 예배당과 사무 공간을 마련했다.

높은뜻덕소교회는 1월 7일 창립 예배를 열었다. 이후 이어진 주일예배에는 평균 700여 명이 참석했다. 높은뜻정의교회 교인 수가 3000여 명이었으니, 약 4분의 1에 달하는 교인이 나오는 셈이다.

높은뜻정의교회를 담임했던 오대식 목사가 10년 만에 다시 분립 개척 목사가 됐다. 오 목사는 "교인 수가 이전보다 줄어들어 기대하는 바가 있다. 교인들과 일대일로 깊이 관계 맺고, 한 사람 한 사람을 그리스도의 제자로 양육하는 데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대식 목사를 1월 26일 높은뜻덕소교회에서 만났다. 교회는 외관만 보고는 쉽게 찾기가 어려웠다. 덕소고 뒤편에 있는 천장이 낮은 돔 형태의 구식 창고에는 십자가도 현판도 없었다. 오 목사는 "거리도 멀어지고 시설도 이전보다 못하지만 교역자와 교인들이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목사에게 분립 개척을 하게 된 계기를 들을 수 있었다. 기성세대가 한국교회에 잘못된 문화를 만들었다고 반성했다. 오늘날 대부분 교회가 교인 수 증가와 교회 확장에만 몰두한다는 것이다. 교회가 커지면 그것을 성공이라고 여기고 유능하다고 인정하는 풍토도 지적했다. 그는 이번 분립 개척이 변질된 목회 문화를 바꾸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형 교회가 교인들의 자발적 참여로 분립했다는 것은 모범이 되는 일이지만, 덕소 지역에서는 높은뜻덕소교회 분립을 반기지 않는 교회도 있었다. 오 목사에게 당시 상황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오 목사와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높은뜻정의교회를 담임했던 오대식 목사가 10년 만에 다시 분립 개척 목사가 됐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기성세대가 잘못된 목회 문화 만들어
교회는 작아지고, 목사는 낮아져야"
교인들이 TF 꾸려 분립 개척 결정

- 두 번째 분립 개척이다. 전도와 성장을 강조해 온 일반적인 교회 모습과 다르다. 오늘날 한국교회를 대표했던 여러 대형 교회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무엇이 문제라고 생각하는가.

목회멘토링사역원(안진섭 원장)에서 이사로 활동하면서, 신학생과 후배 목사들에게 오늘날 교회가 변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한 젊은 목사가 울면서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자신은 소수의 교인에게 집중하며 사역하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그게 어렵다는 것이다. 동료 목사들은 그렇게 하면 먹고살기 힘들다고 그를 만류했다고 한다. 그는 스킬·프로그램 등으로 성장만을 강조하는 목회 문화에 분개했다. 한편으로는, 잘나가는 동료들을 보면서 자기는 세상 물정 모르는 실패한 목회자 같다고 했다.

그의 손을 붙잡고 미안하다고 했다. 우리 기성세대가 잘못된 기준과 문화를 만들었다고 사과했다. 교인 수를 늘리고 건물 크게 짓는 교회가 하나님이 쓰시는 곳이라는 왜곡된 시각이 한국교회 안에 자리 잡게 했다고 반성했다.

예수님은 한 사람, 한 생명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자신이 갖고 있는 기득권을 과감히 버리고 기꺼이 낮아졌다. 하지만 나를 비롯한 기성세대들은 그러지 않았다. 사역지를 정할 때 명성과 영향력이 있는 곳, 사역하기 편한 곳, 사례비 많이 주는 곳을 선호했다. 교인 수를 늘리고 교회를 크게 짓는 게 성공이라고 여겼다. 모든 사역 역량도 외적 성장에만 집중했다. 그 결과, 오늘날의 한국교회가 만들어졌다.

한국교회가 살길은 작아지는 데 있다. 목사들이 낮아져야 한다. 지난해 장로회신학대학교 봄 사경회에서 설교를 했다. 작은 교회, 사례비가 적은 교회에 가라고 학생들을 권면했다. 요즘처럼 목회 환경이 좋지 않을 때, 신학생에게는 미안한 부탁이었다. 그런데 다들 좋아했다. 그들을 보며 아직 한국교회가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기성세대 중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지 않기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

담임목사 중심으로 돌아가는 교회 시스템도 바뀌어야 한다. 담임이 교회 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다. 담임목사가 없어도 교인들이 스스로 교회를 이끌어 갈 수 있어야 한다. 목사들도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높은뜻덕소교회는 덕소고등학교 뒤편 창고(위 사진)를 예배당으로 쓰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 2015년부터 분립을 준비했다고 들었다. 분립을 결심한 이유가 무엇인가.

2015년부터 몇몇 교인에게 분립에 대한 고민을 꺼내기 시작했다. 당시 높은뜻정의교회는 교인 수가 많아지면서 예배 공간과 주차 공간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예배를 4부로 나눴는데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대책이 필요했다.

장로·권사·안수집사·청년 등 평신도 12명으로 교회중장기발전위원회TF팀을 꾸렸다. 이들에게 1)교회가 분립 개척할지 2)학교에 더 큰 강당을 신축할지 3)다른 곳으로 이전할지 등 3개 안을 제시하고, 1년간 연구해 달라고 했다.

2015년 말, 연구 결과를 들었다. TF팀은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는 큰 건물을 짓는 것보다, 교인을 나누고 사이즈를 줄이는 게 바람직할 것 같다며 분립을 결정했다. 개인적으로 분립을 염두했던 터라, 속으로 잘됐다고 생각했다.

- 몇몇 교회는 부목사가 중심이 되어 분립 개척에 나선다. 담임목사가 직접 개척 멤버가 된 이유는.

분립을 고민할 때부터 내가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른 교회에서는 부목사를 내보내기도 하지만, 나는 담임목사가 나가는 게 분립 취지에 맞다고 봤다. 그리고 담임이 나가야 교인들이 분립에 적극 참여하지 않을까 기대했다.

지금까지 매 예배에 평균 700명이 참석한다. 사전에 몇 명이 나올지 정하지 않았다. 교직원·장로만 누가 올지 정했다. 전 교인이 떠날지 남을지 고민하며 여러 모양으로 분립에 동참하길 바랐다. 높은뜻숭의교회도 4개로 분립할 때 이와 같은 방식을 사용했다.

- 남양주 덕소 일대는 최근 신도시로 떠오르는 지역이다.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2015년에 분립을 결정하고 나서, 이듬해 지역을 결정했다. 높은뜻숭의교회·높은뜻정의교회 모두 학교 건물을 빌려 사용했다. 높은뜻덕소교회를 개척할 때도 학교를 기준으로 장소를 물색했다. 처음부터 이곳에 올 계획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에 들어갈 뻔했다. 그런데 갑자기 무산됐다. 이후 덕소고등학교 교사인 교인 소개로 이곳에 올 수 있었다. 이사장·교장 모두 기독교인이라 교회가 들어오는 일에 긍정적이었다.

- 분립 계획을 발표하면서 학원 선교를 하겠다고 밝혔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사역을 할 계획인지 소개해 달라.

학교 교목실이 있기 때문에 교회가 마음대로 이렇게 하겠다 저렇게 하겠다 말하기 조심스럽다. 철저히 교목실 방침을 따르면서 학교가 필요로 하는 일을 적극 도울 계획이다. 학교 서클을 지원하는 방법도 있다. 다음 달 찬양 집회를 준비하고 있는 덕소고 찬양팀에 예배당을 빌려주기로 했다. 이들은 매년 지역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찬양 집회를 열었다. 이외에도 덕소고에는 학생 서클이 110개가 있다. 지도 교사를 둔 서클이 얼마 되지 않는데, 교인들이 각 서클의 멘토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오대식 목사는 자신을 포함한 기성세대 목회자들이 잘못된 목회 문화를 만들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지역 교회의 항의 공문
"일리 있는 지적, '높은뜻' 이름 뗄까 고민도"

- 높은뜻덕소교회 개척 소식이 알려지자, 덕소 지역 몇몇 교회가 반발했다고 들었다.

지난해 교회가 받은 공문 횟수가 8건이다. 지역 기독교 연합회와 일부 교회 등이 보낸 항의 공문이다. 모두 높은뜻덕소교회를 개척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대형 교회 분점이 들어오면 지역 내 작은 교회들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내용도 있었다.

우리 때문에 마음 아파하는 교회가 없었으면 했다. 죄송한 마음이 크다. 몇십 년 동안 지역에서 사역한 분들에게는 달가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도 있다. 오늘날 어느 지역을 가도 교회가 없는 곳을 찾기 어렵다.

나중에 이분들이 교회가 들어오는 것을 승낙해 줬다. '높은뜻'이라는 이름을 떼겠다고도 했는데, 오히려 그러지 말라며 함께 지역 선교에 힘쓰자고 했다. 지금 생각해도 죄송하고 감사하다.

- 높은뜻연합선교회에는 높은뜻덕소교회를 포함해 9개 교회가 소속해 있다. 일부는 '높은뜻'이라는 브랜드 파워을 믿고 분립 개척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사람들 우려가 일리 있다고 생각한다. 내부에서도 교회 개척 당시 이 부분을 놓고 고민했다. 다양한 직분으로 구성된 운영위원 19명이 '높은뜻'이라는 이름을 계속 쓸지 논의했는데, 계속 사용하자는 결론이 나왔다. 높은뜻이라는 이름으로 어떤 덕을 보려는 건 아니다. '높은뜻'은 우리가 건강한 교회를 세우겠다는 중요한 신앙고백 중 하나다. 이를 계속 상기하기 위해 높은뜻을 교회 이름에 넣은 것이다.

'높은뜻연합선교회가 소속 교회를 모두 통제하고 김동호 목사가 컨트롤 타워 아니냐'는 오해를 받곤 한다. 각 교회는 철저히 분리되어 있다. 재정, 인사 모두 각 교회가 알아서 하고, 높은뜻연합선교회나 김동호 목사가 전혀 개입할 수 없다. 각 교회가 용납하지도 않을 거다.

높은뜻정의교회 청빙 과정이 대표적인 예다. 내가 사임한 이후, 높은뜻정의교회가 후임 담임목사를 청빙했다. 높은뜻연합선교회와 전혀 관련이 없는 목사님이 왔다. 내심 기대했던 높은뜻연합선교회 소속 교회 목사들이 아쉬워했다. 김동호 목사도 소셜미디어에 서운하다는 글을 남겼다. 하지만 다들 그게 맞다는 것을 안다. 높은뜻정의교회 교인들이 어디에도 간섭받지 않고 자신들끼리 후임 목사를 세웠기 때문이다.

- 높은뜻정의교회에 있을 때, 2016년부터 매달 헌금 없는 주일을 지정해, 교인들이 헌금 대신 어려운 분들을 직접 돕게 한다고 들었다. 높은뜻덕소교회에서도 시행하고 있나.

높은뜻덕소교회에서도 지난주 처음 시행했다. 높은뜻정의교회에서 했던 것처럼 매달 셋째 주 일요일을 헌금 없는 주일로 정했다. 교회가 구제 사역을 하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교인들이 이웃들 중 누가 도움을 필요로 하는지 찾고 직접 돕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이것을 '정의 헌금'이라고 부른다.

정의 헌금 실천 사례는 각양각색이다. 어느 부부는 경남 양산 아파트 외벽 작업 중 주민이 밧줄을 절단해 인부가 목숨을 잃었다는 뉴스를 보고, 그분의 아내에게 지원금을 전달했다. 복지 재단에 정기 후원을 시작한 교인도 있고, 동네 개척 교회에 헌금하거나, 폐지 줍는 할머니에게 지원금을 전달한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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