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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인권조례, 자유한국당 X 보수 개신교 압박에 폐지 위기

조례안 폐지 입법 예고 "지역 교회 반발 심해"…"목사들이 다스리는 나라인가"

이은혜 기자   기사승인 2018.01.19  17:4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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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각종 '인권조례' 제정을 추진하면, 지역 개신교계가 반대 의견을 개진해 입법을 막는다. 최근 전국 여기저기서 발생하는 동일한 현상이다. 순천시·포항시·원주시, 경상남도 등지에서 모두 비슷한 문제를 겪었다.

위에 언급한 경우는 인권조례를 제정하기 전에 반대하는 경우다. 최근에는 이미 제정한 인권조례마저 폐지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충청남도의회 윤석우 의회장은 1월 15일 '충청남도 도민 인권 보호 및 증진에 관한 조례 폐지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

충남도의회 윤석우 의회장은 1월 15일 '충청남도 도민 인권 보호 및 증진에 관한 조례 폐지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 충남도의회 홈페이지 갈무리

폐지 조례는 2015년 10월 30일 시행된 충청남도 인권조례를 전면 폐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권조례가 인권 증진보다 도민들 간 갈등 관계를 지속하게 한다"는 이유다. 인권조례를 폐지하게 되면 조례 시행과 함께 시작한 모든 활동을 멈춰야 한다. 충청남도인권센터 설립, 충청남도인권위원회 구성 및 활동, 각 지역에서 시행하는 인권 교육 등이 해당한다.

"개신교 반발 심한 인권조례,
없어도 크게 문제 안 돼"

자유한국당 김종필 도의원(서산2)이 대표 발의한 이 폐지조례안에는 자유한국당 도의원 24명, 국민의당 도의원 1명이 동의했다. 재적 도의원 40명 중 25명이 발의안에 이름을 올렸다.

폐지조례안 발의에 서명한 충남 도의원들은, 2015년 충청남도 인권조례 재개정 때 찬성한 인사들이다. 자기가 만든 인권조례를 자기 손으로 폐지하려는 것이다. 대표 발의자 김종필 도의원은 1월 1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때와 지금 시대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17개 시도 지자체 중 네 곳에만 인권조례가 있다. 그렇다면 인권조례가 없는 다른 도시에서는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가. 충남에 인권조례가 있다고 해서 모두의 인권이 잘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이미 개별 법이 아동·청소년·노인·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보장한다"고 말했다.

김종필 도의원 말처럼 여러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개별 법은 존재한다. 장애인차별금지법·남녀고용평등법·아동복지법 등이 그 예다. 하지만 충청남도 개신교계가 가장 크게 반발하는 동성애, 즉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을 규제하는 법은 없다. 결국 보수 개신교 주장처럼 동성애 때문에 인권조례 폐지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다.

김종필 도의원도 이 같은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충남기독교총연합회 등 지역 개신교의 반발이 아주 심했다. 인권조례를 폐지하라는 데 8만 7000명이 서명해 지금 폐지 청구가 접수돼 있다. 또 동성애는 에이즈 발생 등 여러 문제가 많다. 이 조례가 없다 해도 우리 사회가 특별히 동성애자를 차별하는 일이 없는데, 인권조례 때문에 정책적으로 동성애를 옹호하는 듯 보인다"고 말했다. 

김종필 도의원(자유한국당)은 인권조례를 전면 재개정한 2015년과 현재 상황이 많이 다르다고 했다. 충남도의회 홈페이지 갈무리

지난해 충청남도에서는 인권조례 폐지를 주장하는 보수 개신교의 움직임이 있었다. 충청남도기독교총연합회(오종설 대표회장) 이름으로 '동성애 옹호하고 이슬람 조장하는 충남인권조례 폐지하라'는 현수막이 충남 지역 교회 곳곳에 걸렸다. 아산시기독교연합회(온재천 회장)는 지난해 8월 아산시 인권조례 폐기를 위해 아산시의회 의원들을 압박했고 인권조례는 폐지됐다.

아산시기독교연합회는 상위 행정구역 충청남도의 인권조례 폐지를 위해서도 움직였다. 지역에서 반동성애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목회자들 명의로 발송한 공지문에는, 충청남도 인권조례 폐지 조례안 입법 예고를 환영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들은 "충남도의회 윤석우 의장을 만나 폐지 조례안 상정을 약속받았다. 폐지 조례안에 서명한 의원들에게 힘을 실어 주자"며 1월 28일 오후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도의원들 발의, 도당에서 지지
자유한국당, 지방선거 앞두고 지지 세력 결속?

충남 개신교계는 2017년 한 해 인권조례 폐지를 위해 지속적으로 활동했다.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고, 인권조례 폐지를 촉구하는 서명을 여러 교회에서 받았다. 지역의 유명 교회들은 반동성애 강사들을 초청해 강연을 열었다.

충청남도인권위원회 우주형 위원장은 이런 개신교계 활동의 결과가 인권조례 폐지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1월 1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교회의 반대 운동이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얼마 전 자유한국당 성일종 의원이 충남도당위원장으로 취임했다. 취임 자리에서 인권조례 폐지 청구를 하신 분들이 발언 기회를 달라고 해 인권조례 폐지 필요성을 설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충남도당은 1월 18일, 폐지 조례안을 지지하는 보도 자료를 발표했다. 충남도당은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비뚤어진 것을 개선하기 위한 대승적 차원, 갈등과 분열을 치유하고자 하는 선제적 차원에서 이 조례 폐지에 나서게 됐음을 밝힌다.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을 존중하는 자유한국당은 언제나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고 충남도민들의 인권 증진과 보호에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교계 반동성애 운동가들은 성소수자 인권을 보호하다가 다수자가 '역차별'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아산시인권위원회 위원장 우삼열 목사는 자유한국당이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이런 일을 벌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도의원들이 발의하고 도당은 지지하는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자유한국당은 당 차원에서 전략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보수 개신교계가 정치 세력화하는 것과 함께 인권조례를 타깃으로 정했다. 지방선거에서 동성애가 최대 이슈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런 분위기를 이끄는 건 지역의 보수 개신교계다. 우삼열 목사는 동성애에 반대해 인권조례까지 폐지하려고 하는 목사들의 행동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 나라가 목사들이 다스리는 나라인가. 헌법과 법체계가 있는데 자신들의 가치와 맞지 않으니 법을 없애라는 건 심각한 행패다. 종교인들이 정치적 사안에 우려를 표할 수 있겠지만, 힘을 가진 자들과 연합해 의지를 관철하겠다는 건 민주주의사회에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충청남도 도의회는 1월 23일부터 2월 2일까지 301회 임시의회를 개최한다. 김종필 도의원은 "상임위원회에서 우선 폐지안을 심의하고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칠지 결정한다. 이미 입법 예고를 한 조례인데, 반대 의견도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검토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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