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지난해 10월,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이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폭력을 공개 고발했다. 이들의 잇따른 고발은 #MeToo 운동의 시발점이 됐다. MeToo 운동은 정치계·영화계·연예계·언론계·스포츠계 등 각계각층에서 지속됐고, <타임>은 MeToo 운동에 참여한 여성들을 2017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교회라고 예외일까. MeToo 운동은 교회로도 뻗어 나갔다. 가장 먼저 학생들이 나섰다. 보수적인 복음주의 가정에서 자라 무디성경신학교에 재학 중인 해나 패쉬(Hannah Paasch)와 에밀리 조이(Emily Joy)는 지난해 11월 20일 '#ChurchToo'라는 해시태그를 만들어 트위터에 올렸다.

각계각층에서 시작된 #MeToo 운동은 교회로 이어져 #Churchtoo 운동이 됐다.

목회자·선교사 자녀인 두 사람은 교회 내 성폭력이 어떤 맥락에서 발생하는지, 발생한 뒤 이를 무마하기 위해 교회와 교인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이들은 교회에서 발생한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이 #ChurchToo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공개적으로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이를 통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하기 위해 이 운동을 시작했다.

에밀리 조이는 <아메리카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공개된 장소에서라야 교회 내 성폭력을 더 잘 얘기할 수 있다. 교회는 그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학대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이야기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각종 소셜미디어에서 #ChurchToo라는 해시태그를 단 글을 볼 수 있다. 가장 많은 예는 청소년기에 장년 사역자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은 경우다. 얼마 전 자신의 '성적 사건'을 인정하고 교회를 사임한 앤디 새비지 목사처럼, 장년 사역자들은 미성년 여성과의 성관계를 "합의됐기 때문에 괜찮은 줄 알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ChurchToo 운동을 시작한 에밀리 조이는 "장년 사역자와 청소년 교인 사이에는 이미 영적 권력의 불균형이 존재한다. 교회 사역자들은 '합의됐기 때문에 괜찮다'고 할 게 아니라 아예 미성년자와는 성관계를 하면 안 된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1월 13일 자신의 트위터에 썼다.

"여성 향한 폭력은
하나님 향한 폭력과 같다"

개신교인 학생 두 명이 시작한 교회 내 성폭력 고발 운동에 미국 교계 여성 리더십도 가세했다. 레이첼 헬드 에반스(Rachael Held Evans), 젠 햇메이커(Jen Hatmaker) 등 개신교계 작가들과 윌로우크릭교회 설립자 린 하이벨스(Lynne Hybels) 등 여성 목회자·신학자 140명은 지난해 12월 10일 '#silenceisnotspiritual'(침묵은 영적이지 않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하며 운동을 시작했다.

여성 목회자·신학자·작가 140명이 모여 #silenceisnotspiritual 운동을 시작했다. #silenceisnotspiritual 홈페이지 갈무리

이들은 성명서에서, 여성을 향한 폭력은 하나님을 향한 폭력과 같다고 했다. 창세기 1장 26절에 나오듯, 여성 역시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사람이며, 이들을 향한 모든 종류의 학대는 인간 존엄성과 하나님 형상을 파괴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교회 내 성폭력을 공론화하는 일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고 언급했다. "성폭력 피해 생존자와 연대하는 게 필요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지만, 여전히 믿음의 공동체에는 이런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일이 적다. 대신 교회 내 성폭력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일이 교회와 공동체를 마비시킬 것이라 보는 사람이 여전히 다수"라고 했다.

#silenceisnotspiritual 운동은 교회가 더 이상 지금 그대로 있으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한 아무것도 바꾸지 못할 것이라 했다. 교계 여성 리더십 140명은 성명서 발표와 동시에 교회 공동체에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는 안전한 장소를 만들 것 △교회 내 성폭력을 덮어 왔던 모습을 회개하고 성폭력 피해 생존자 편에 설 것을 요구했다. 이 운동은 4월 1일 부활절까지 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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