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오름교회가 세 번 시도 끝에 부자 세습을 완료했다. 해오름교회는 청빙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평일에 공동의회를 열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패턴이 점점 교묘해지고 있다." 부자 세습을 강행한 해오름교회(최낙중 목사)를 지켜본 김애희 사무국장(교회개혁실천연대)의 촌평이다. 교인들 반대로 잇따라 청빙이 무산됐지만, 최낙중 목사와 당회는 아들 최진수 목사 청빙을 계속 추진했다. 결국 세 번 시도 끝에 목적을 달성했다.

두 번의 부결이 뼈아픈 상처로 남아서였을까. 해오름교회는 평소와 다른 조건에서 공동의회를 진행했다. 최 목사와 당회는, 담임목사 청빙을 위한 공동의회를 1월 12일 금요 철야 예배 때 했다. 보통 다른 교회는 교인이 가장 많이 출석하는 주일예배 내지 주일 저녁 예배 시간에 공동의회를 한다. 세습을 반대하는 몇몇 교인은 "최낙중 목사가 아들을 청빙하기 위해 금요일로 잡았다. 꼼수를 부렸다"고 주장했다.

최 목사는 꼼수가 아니며, 법적으로도 하자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1월 12일 공동의회 시간 "어차피 주일에 (공동의회를) 하더라도 1~4부 시간 흩어져서 모인다. 주일 오후에도 (오늘처럼) 이렇게 많이 안 모인다. 어차피 관심 있는 사람만 모인다. 꼼수가 아니냐고 하는데, 그건 (그 사람들의) 생각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교인 297명이 참석한 공동의회 분위기는 좋았다. 담임목사 청빙 안건이 통과하기까지 채 30분이 걸리지 않았다. 최 목사는 "지난번 최진수 목사 담임목사 청빙안이 7표 모자라 떨어졌는데, 여러분이 좋은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원안대로 받자는 의견에 이어 동의·재청이 이어졌다.

최 목사는 "원안대로 받기로 원하면 '예' 하시고, 아니면 '아니오' 하시오"라고 말했다. 교인들은 일제히 '예'라고 답했다. 반대 의견이 없자 최 목사는 "'아니다'고 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그러면 만장일치로 가결됨을 선포한다"고 했다. 교인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예장대신 헌법을 보면, 담임목사 청빙은 무기명투표가 원칙이다. 2/3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한다고 나온다. 이를 의식한 듯 최낙중 목사는 "법에는 무기명 비밀투표로 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만장일치로 가결할 때에는 모든 법이 일시 중지되고, 만장일치가 상위법이 돼 통과된다"고 말했다.

최낙중 목사는 교인들에게 거듭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는 "너무너무 감사하다. 오늘 투표하려면 1~2시간 해야 한다. 너무너무 감사하다. 하나님께 영광의 박수를 올려 드리자. 시련과 연단이 우리 교회를 움직여 줬고, 기도하게 했고, 사랑하게 했고, 관심을 갖게 했다"고 말했다.

'만장일치'가 상위법?
총회 헌법에는 '무기명 비밀투표'
예장대신, 하루 전 세습 옹호 성명
최낙중 목사 "할렐루야, 감사하다"

해오름교회 일부 청년은 날치기로 안건이 통과됐다고 반발했다. 한 청년은 "투표도 없이 통과하는 경우가 어디에 있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최낙중 목사 주장처럼 '만장일치'가 상위법이 된다는 내용은 총회 헌법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대한예수교장로회 대신(예장대신·유충국 총회장) 총회 임원을 지낸 A 목사는 "(아들을 청빙하려고) 공동의회를 세 번씩이나 하고, 매우 이례적으로 금요 철야 예배 때 공동의회를 진행했다. 물론 헌법에 공동의회는 주일에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금요일 공동의회는 통상적이지 않다. 해오름교회도 그동안 주일에 공동의회를 해 오지 않았는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해오름교회 공동의회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A 목사는 "투표 절차에 따라 비밀투표를 해야 하는 게 맞는데, 의장이 가부를 물었을 때 모두가 찬성했다. 반대 의견이 없었다. 이 경우로 봤을 때 안건은 효력이 있을 것 같다. 만일 누군가가 '아니오'라고 말했다면, 뒤집힐 수 있었던 사안이다"고 말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부끄러운 일이 일어났다며 예장대신 총회도 문제가 있다고 했다. "현 총회 임원회도 문제가 있다. 하필 해오름교회 공동의회 하루 전 세습을 옹호하는 입장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예배당 광고판에는 세습을 옹호하는 예장대신 총회 임원회 입장문이 게재돼 있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예장대신 총회 임원회는 1월 11일, 청빙은 개교회 고유 권한이며 세습금지법은 목회자 자녀를 역차별한다는 내용을 담은 성명을 게재했다. 일각에서는 총회 임원회가 해오름교회 세습을 용인해 주려고 입장을 발표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유충국 총회장은 "명성교회 문제로 교계가 시끄럽다 보니 원론적인 차원에서 입장을 발표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총회 성명으로 해오름교회는 나름대로 명분을 얻었다. 예배당 게시판에는 총회 성명이 크게 붙어 있었다. 최 목사는 청빙안이 통과된 직후 "놀라운 사실이 하나 있다. 우리 교단이 어제 성명을 발표했는데, 세습이라는 말은 절대 쓰지 않기로 했다. 승계라는 말을 쓰기로 했다. 할렐루야, 감사하다"고 말했다.

투표도 하지 않고 담임목사를 청빙했다는 절차 문제가 있지만, 해오름교회에는 제동장치가 보이지 않는다. 김애희 사무국장은 "두 번의 공동의회를 거치면서, 교회 안에서도 나갈 사람은 다 나갔다. 반대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들을 후임으로 앉히기 위해 지지 교인은 결집하고, 반대 교인은 밖으로 내모는 교묘한 패턴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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