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한국교회와 교우에게 아픔을 준 일을 공식 사과한다고 발표한 명성교회 장로들이, 이번에는 자신들이 상처를 입었다며 세습을 반대한 목사 교회에 찾아가 항의했다.

서울 성북구에 있는 정릉교회(박은호 목사)는 1월 17일 아침부터 뜻하지 않은 소란을 겪었다. 명성교회 장로 27명이 무작정 교회를 찾아와 박은호 목사를 만나겠다고 한 것이다. 직원들이 어떤 일 때문에 왔느냐고 묻자, 장로들은 사전에 담임목사와 약속했다며 목회실로 안내하라고 했다.

명성교회 장로들이 세습 비판에 항의하기 위해 정릉교회를 찾았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명성교회 장로들이 정릉교회를 찾은 건, 박은호 목사가 회장을 맡고 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전국노회장협의회가 지난해 12월 성명을 발표해 명성교회 세습을 비판했기 때문이다. 전국노회장협의회는 명성교회 세습의 본질이 맘몬 숭배 영성, 번영신학과 기복신앙에 있다며 김하나 목사가 명성교회 위임목사직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릉교회 1층 로비에서 만난 이종순 수석장로(명성교회)는 "성명서 내용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 왔다. 우리도 편한 마음으로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장로는 "전국노회장협의회 회장이 무슨 자격으로 그런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느냐. 일개 노회장이 전 총회장(김삼환 목사)이 시무하는 교회를 비판할 수 있느냐"고 했다. 김하나 목사가 보냈느냐는 질문에는, "독단적으로 결정해서 왔다", "보고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박은호 목사는 장로들의 면담 요구를 거절했다. 교회 측은 박 목사가 이종순 수석장로만 만나는 걸로 알고 있고, 이렇게 몰려오는 건 약속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통보했다.

정릉교회 측이 거부하자, 장로들은 막무가내로 면담을 요구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장로들은 막무가내였다. 계속해서 담임목사 면담을 요구했다. 이종순 장로는 "다수가 올 거라고 분명히 얘기했는데, 왜 일대일 면담만 원하나. 담임목사가 나올 때까지 계속 버티겠다"고 했다. 다른 장로들은 "손님이 왔는데 왜 만나지 못하느냐. 예를 갖춰 말씀만 전하고 가겠다", "이러지 말고 그냥 다 들어가자"고 했다. 정릉교회 부목사와 행정실 직원이 제지하자, 한 장로는 "다음에는 10만 명이 올 수 있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명성교회 장로의 "손님이 왔는데 왜 만나지 못하는가"라는 말은 전형적인 아전인수다. 지난해 11월 28일, 예장통합목회자연대 목사들이 김삼환·김하나 목사를 면담하러 명성교회를 찾았을 때, 명성교회 장로들은 그 길을 막았다.

명성교회 장로들과 정릉교회 교직원은 새가족부실에서 30분간 실랑이를 벌였다. 결국 4명이 면담 허가를 받고 목회실로 들어갔다. 면담은 30분간 비공개로 진행됐다.

장로들은 박은호 목사에게, 명성교회 교인들이 전국노회장협의회 성명으로 큰 상처를 입었기 때문에 사과문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성명에서 교회가 맘몬을 숭배한다는 표현은 올바른 표현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면담이 끝나고 이종순 장로는 다른 장로들에게 면담 내용을 보고했다. 이들은 서로 수고했다고 격려하며 박수를 치고 교회를 떠났다.

박은호 목사는 기자에게 "교단 법을 어긴 이들이 무엇이 그렇게 당당한지 모르겠다. 대화하기 위해 왔다고 하지만, 내 말은 도무지 들으려 하지 않았다. 일단 1월 말 열리는 전국노회장협의회 임원회에 명성교회 입장을 그대로 전달해 어떻게 조치할지 논의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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