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성경을 교과서로 삼고 하나님의 사람을 양육한다'는 기독교계 대안 학교 남학생들 사이에서 강제 추행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광주광역시에 있는 ㄱ학교에서는 2016년 7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남학생들 사이에 빈번한 성 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ㄱ학교에 재학 중이던 A는 지난해 10월경, 그동안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부모에게 털어놨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남학생 11명이 A에게 자위행위 등을 해 달라고 요구하는 일이 빈번하게 있었다고 말했다.

적게는 4명에서 많게는 6명이 한방에서 생활하는 ㄱ학교. A의 증언에 따르면, 몇몇 상급생은 A의 몸을 만지거나 A에게 성행위를 하자고 요구했다. A는 관계가 어색해지거나 이상해질까 봐 형들이 해 달라고 하면 거부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일은, 개인 사정으로 학교를 떠나 있던 A가 부모에게 알리면서 드러났다. ㄱ학교는 그 전까지 이런 일을 인지하지 못했다.

A 부모는 학교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학교는 모든 일이 A 때문에 시작된 것으로 결론지었다. "진실을 알아야 한다"며 관련 학생들을 기독교 상담사와 일대일로 면담하게 한 뒤 내린 결론이었다.

졸지에 가해자로 지목된 A는, 관련 학생들 중 나이가 가장 어렸다. 가장 나이 어린 학생이 상급생들에게 먼저 성행위를 제안했고, 시작했다는 게 학교 주장이다. 납득하지 못한 A 부모는 관련 학생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광주지방경찰청은 현재 조사를 진행 중이다.

또 A 부모는 학교에 학비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부모는 "믿고 맡긴 학교가 오히려 자녀를 가해자로 만들었다. 학교는 우리 아이에게 원인이 있는 것처럼 결론을 지어 놓고 조사를 진행했다. 학비만 수천만 원이 들어갔다. 그걸 돌려 달라고 했는데 학교는 우리가 부당한 요구를 하는 것처럼 말했다"고 전했다.

광주광역시에 위치한 기독교 대안 학교에서 성 문제가 발생했다. 다음 로드뷰 갈무리

학교 측은 A 부모의 문제 제기를 받아들이지 않는 입장이다. 설립자 이 아무개 목사는 1월 1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만약 경찰에서 학교에 책임을 묻는다면 모든 책임을 달게 지겠다. 하지만 시작은 A가 먼저 했다. 학칙을 어긴 건 그 아이인데 그걸 왜 학교가 책임지느냐. 우리는 매주 전문 강사를 초빙해 건전한 성에 대해 교육한다. 지난해 5월에는 김지연 약사를 초청해 '동성연애'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들었다"고 말했다.

입학하면 성경 암송만 1년
교육청, 과거에도 폐쇄 명령

학생 간 성 문제로 구설에 오른 ㄱ학교는 이상한 점이 많다. ㄱ학교는 모든 학생에게 성경을 외우게 한다. 입학한 첫해에는 나이와 상관없이 모든 학생이 1년 동안 성경 말씀만 암송한다. 이 과정을 거쳐야 이듬해부터 학과 공부를 할 수 있다. 학교는 이 방법이 학생들의 지성과 영성을 동시에 키울 수 있는 비법이라 홍보한다. 학생들의 두발 길이도 단속한다.

기독교적 가치와 학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다는 ㄱ학교는 올해 1월에 이미 광주광역시교육청으로부터 학교 폐쇄를 명령받았다. 학교에서 발생한 성 문제 때문이 아니다. ㄱ학교가 초·중등교육법 65조를 위반했기 때문이다.

초·중등교육법 65조 2항은 "관할청은 학교 설립 인가를 받지 않고 학교의 명칭을 사용하거나 학생을 모집해, 시설을 사실상 학교의 형태로 운영하는 자에게 그가 설치·운영하는 시설의 폐쇄를 명할 수 있다"이다. ㄱ학교는 대안 학교를 운영하면서 교육청에 신고하지 않았다.

광주광역시교육청 관계자는 1월 1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학교는 같은 이유로 2011년에도 폐쇄 명령을 받고 학교를 폐쇄한 전력이 있다. ㄱ학교 연혁을 추적하니까 우리가 폐쇄를 명령한 뒤에는 폐쇄했다고 알려 왔지만, 학교 이름을 바꿔서 다시 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ㄱ학교는 과거에도 수차례 학교 이름을 변경했다. 설립자 이 아무개 목사는 이 같은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그때도 정식으로 폐쇄했다. 이 학교는 우리가 원해서 하는 게 아니다. 솔직히 (학생들) 돌려보내고 싶다. 우리 학교는 학교가 원해서 학생을 모집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하나님 앞에서, 믿음 안에서 신앙 가치관 세우기를 원하는 아이들을 부모가 위탁해서 우리가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입학을 원하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학교를 찾아온다는 이 목사의 주장과 달리, 학교는 그동안 전국 각지를 돌며 입학 설명회를 개최했다. 그뿐 아니라 재학생이 참여하는 정기 캠프를 통해 학교를 홍보해 왔다. A도 자신이 살고 있던 지역 교회에서 캠프가 열려 학교를 처음 알게 됐다. 이 아무개 목사는 "재학생들 다 데리고 가라는 공문을 (부모들에게) 보내려고 한다"고 했으나, 학교 측에 전화로 문의하자 2018년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다는 답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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