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1월 15일 궁중족발 3차 강제집행을 시행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임차 상인을 내쫓기 위해 건물주가 신청한 강제집행이 신학생·활동가의 연대로 무산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월 15일, 건물주 이 아무개 씨 요청으로 궁중족발 3차 강제집행을 시행했다. 이날 이른 아침부터 궁중족발 주변은 긴장감이 돌았다. 옥바라지선교센터·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맘상모) 등에서 90여 명이 강제집행 소식을 듣고 찾아와 새벽부터 궁중족발을 지켰다.

연대자들은 전원이 크게 쇠사슬을 두른 채, 가게 앞에서 강제집행 반대 집회를 열었다. 맘상모 회원들이 돌아가며 발언했다. 건물주가 임대료를 인상하고 각종 소송을 제기하는 바람에, 반평생 운영해 온 가게에서 쫓겨나거나 쫓겨날 뻔했던 이들이다.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에서 곱창 가게 우장창창을 운영하다, 새 건물주 가수 리쌍과 분쟁을 겪은 서윤수 씨는 "오랜 시간 길거리에서 싸운 끝에 지금은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거저 얻은 결과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많은 상인이 함께해 준 덕분이다. 이제는 우리가 궁중족발 사장에게 일상의 여유와 평온을 되돌려 주고 싶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서 족발집을 운영하다 건물주가 임대료를 대폭 올리는 바람에 쫓겨난 강용구 씨는 "오랜 시간 많은 노력과 돈을 쏟은 결과 연 매출 10억 원을 찍었다. 그런데 건물주의 탐욕 때문에 가게를 내놓고 나와야 했다. 낯선 지역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다. 부디 상인들이 마음 편히 장사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옥바라지선교센터 이종건 전도사(감리교신학대학교)도 이날 발언했다. 이 전도사는 "법 너머에 생존권이 있다. 우리는 새로운 법을 만들기 위해 싸우고 있다. 사람들의 삶을 함부로 여기는 이들에 대항하는 싸움이다. 연대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궁중족발을 지키기 위해 신학생·활동가·상인들이 새벽부터 모였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연대자들은 "강제집행 중단하라", "마음 편히 장사하자"고 외쳤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집행관은 오전 9시 30분, 건물주 이 아무개 씨와 법원 용역 15명을 대동하고 현장에 나타났다. 이들은 김우식 사장이 가게를 불법점유하고 있기 때문에 강제집행을 하겠다고 통보했다. 연대자들은 집행관과 법원 용역의 접근을 막으며 "강제집행 중단하라", "마음 편히 장사하자", "바꾸자 상가법, 내려라 임대료" 등의 구호를 외쳤다.

한 참석자는 "용역들은 강제로 사람을 끌어낼 수 없다. 이는 불법이다"고 했다. 경비업법에는 "경비원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타인에게 위력을 과시하거나 물리력을 행사하는 등 경비 업무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경비업법 15조의 2)"고 나와 있다.

집행관 측은 2차 때와 달리 이날 물리력을 행사하지 않았다. 집행관은 "지난번 강제집행에서 발생한 사고 때문에 폭력 집행이 논란이 되고 있다. 건물주도 이번에는 사설 용역을 고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2차 강제집행에서 궁중족발 김우식 사장은 자신을 강제로 끌어내는 사설 용역들에게 저항하다가 손가락 네 개가 부분 절단되는 사고를 입었다. 사고 이후, 언론은 궁중족발 사태를 집중 보도했고, 폭력적인 강제집행이 논란이 됐다. 당시 현장을 관리·감독했던 집행관은 이 사건으로 징계를 받고 과태료 200만 원을 물기도 했다.

집행관 측은 30분 동안 연대자들과 대치하다, 결국 집행 불능으로 판단하고 철수했다. 이들의 뒷모습을 보며 김우식 사장과 연대자들은 박수 치고 환호했다.

법원 측이 강제집행 시작을 통보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이번 3차 강제집행에서 용역들은 물리력을 행사하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궁중족발 김우식 사장은 현재 상가법이 임차 상인을 전혀 보호해 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건물주 이 아무개 씨는 계속해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명도 소송에서도 이기고, 법원이 김우식 사장의 점거를 불법점유로 판단했다. 그런데 저들은 사회질서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법을 어기고 있다. 저들을 내쫓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김우식 사장은 "우리가 법을 어기고 있다는 건물주의 지적은 어떻게 보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렇게 저항하는 건 실정법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목적이 크다. 사태가 이렇게 커진 상황에서 우리도 더 이상 이 건물에서 영업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투자한 비용이라도 회수할 수 있도록 건물주와 절충안을 찾을 계획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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