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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통일 위해 씨앗을 뿌리는 교회

[그림으로 만나는 한국교회] 철원제일감리교회

이근복   기사승인 2018.01.12  16: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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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이 상기되던 지난해 6월, 미군기 폭격으로 잔해만 남은 교회 옛터와 새로 복원한 예배당을 그렸습니다. 최근 남북한은 고위급 회담에서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와 군사 당국 회담 개최에 합의해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한 걸음을 내딛게 됐습니다. 여전히 북한과 미국의 대치 양상이 어떻게 비화할지 모르는 엄중한 국면이지만, 분단의 상처를 딛고 기도하며 평화통일을 준비하는 철원제일감리교회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꿈꿀 수 있다고 생각해 이 교회 그림을 새해에 첫 번째로 올립니다.

철원제일감리교회 잔해와 복원 예배당. 이근복 그림

하늘이 눈부시게 푸른 날, 백마고지 유적지와 골조만 앙상하게 남은 철원노동당사를 지나 철원제일감리교회 옛 예배당 터에 올랐습니다. 1937년에 봉헌된 석조 예배당은 이화학당을 건축한 윌리엄 메렐 보리스(William Merrell Vories, 1880~1964)가 설계한 것이었습니다. 격조 높고 웅장한 건물이었지만 지금은 사진으로만 볼 수 있습니다. 삭막한 옛터에는 전쟁의 상처를 달래듯 진달래꽃이 만발해 있었습니다. '이 광경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매주 목요일 이곳에서 열리고 있는 '통일 기도회'에 북한 정권에 대한 원한이 많을 연로하신 분들도 힘겹게 찾아오셔서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절로 숙연해졌습니다. 기도회 후, 매번 그렇듯 교회 식당에서 다 함께 국수를 먹었습니다. 이번에도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그날 일산에서 자가용으로 동행한 후배 목사는 심장병이 악화하여 교회를 사임했는데도 호흡을 돕는 기계장치를 들고 참석했습니다. 철원 지역은 물론, 멀리서 평화를 갈망하며 찾아온 목회자들과 교우들의 절실한 기도가 분명 용서와 화해, 평화의 역사를 열어 갈 것입니다.

철원제일감리교회는 1905년 장로교회로 개척됐지만 2년 후 선교지 분할 정책 때문에 감리교회로 이관했습니다. 그때는 교계에 질서가 있었습니다. 1919년에는 박연서 목사와 교회 청년들이 주축이 되어 3·1 만세 운동을 주도하는 등 항일운동을 활발하게 펼쳤습니다. 1942년 4월, 강종근 목사는 신사참배 반대 운동을 주도해 향년 42세로 우리나라 첫 순교자가 됐습니다. 해방 후 공산 치하에서는 교회 종소리가 시끄럽다는 빌미로 인민군에게 종을 뺏기고 예배당을 점령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아픔도 잠시, 한국전쟁 시기 아름다운 예배당이 미군기의 무차별적 폭격에 전파全破되고 만 것입니다.

옛 교회의 고귀한 정신을 회복하자는 운동이 벌어져 2013년 10월 29일에야 복원 기념 예배당이 봉헌될 수 있었습니다. 다시 태어난 철원제일감리교회에는 네 가지 정신을 계승·발전시키고자 하는 다짐이 들어갔는데, 그중 두 번째가 '평화와 화해의 장'이 되는 것입니다. 이 교회를 섬겼던 이복희 전도사 장남 김천욱 교우는 갖은 고초를 겪으며 교회를 지켰던 분입니다. 그날 이렇게 고백하셨습니다.

"건물의 복원은 철원제일교회가 현재화한 것이요, 이 교회가 목적하는 일들은 미래를 꿈꾸며 나아갈 것이다."

'평화통일'이라는 말만 꺼내도 탄압받던 군사정권 시절,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힘겹게 준비해 1988년 2월 채택한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 기독교회 선언'은 통일 운동의 물꼬를 트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습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세계 교회가 기도하게 했을 뿐 아니라 1991년 노태우 정권에서 발표한 남북 기본 합의서에도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평가합니다. 지금은 민족 통일에 대한 한국교회의 관심이 많이 떨어졌지만, 철원제일감리교회가 눈물을 흘리며 뿌리는 평화의 씨앗은 마침내 아름답게 결실할 것입니다.

정면에서 본 복원 예배당. 이근복 그림

*'그림으로 만나는 한국교회'은 매월 2차례 업데이트됩니다.

이근복 / 목사, 성균관대학교와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영등포산업선교회 총무, 새민족교회 담임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육훈련원장을 거쳐 현재 크리스챤아카데미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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