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합동 총회장을 지낸 안명환 목사(사진 왼쪽)와 백남선 목사도 세습 대열에 합류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교회 세습이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세습은 교회 사유화이자 부의 대물림이라는 비판이 거세지만, 당사자들은 '절차'와 '교회 안정'을 이유로 세습을 강행하고 있다. 국내 최대 교단 총회장을 지낸 목사들도 절차를 강조하면서 세습을 진행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98회 총회장 안명환 목사(수원명성교회)의 후임으로 아들 안중훈 목사가 선임돼 목회를 하고 있다. 안중훈 목사는 2016년 2월, 수원명성교회 2대 담임목사로 청빙됐다. 1984년 수원명성교회를 개척한 안명환 목사는 원로목사가 됐다.

안명환 목사는 아들이 이어서 목회하니 교회가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안 목사는 1월 1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교인들이 나보다 (아들이) 목회를 잘한다고 말한다. 나는 목회와 총회 활동을 병행했는데, 아들은 목회에 전념하고 있다. 말씀 중심으로 교인들을 가르치고 있고, 어렸을 때 고생을 해서 그런지 가난한 사람을 위할 줄 안다"고 말했다.

교회 세습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것은 알고 있지만, 절차를 지키면 문제 될 게 없다고 했다. 안 목사가 말한 절차는 당회와 공동의회 결의다.

"담임목사 아들이라고 그냥 되는 게 아니다. 당회와 공동의회에서 (청빙안이) 통과돼야 한다. 2/3에서 한 표라도 부족하면 소용없다. 우리 교회는 오히려 장로들이 (아들을) 추천했고, 완벽한 절차를 밟았다. 아무리 담임목사가 자기 돈을 투자해 교회를 세웠다고 해도 절차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이게 바로 개혁신학의 철칙 아닌가."

안명환 목사에 이어 예장합동 99회 총회장을 지낸 백남선 목사(광주 미문교회)도 최근 아들을 후임으로 청빙했다. 미문교회는 지난해 12월 공동의회에서 만장일치로 백 목사의 아들 백성철 목사를 청빙하기로 결의했다. 현재 목포사랑의교회(백동조 목사) 부교역자인 백성철 목사는 올해 연말 미문교회 담임으로 부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백남선 목사는 이것을 세습으로 보면 안 된다고 말했다. 백 목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재산을 물려주는 게 세습이지, 목회는 다르다. 후임 목사 청빙은 교인들의 권한이다. 만약 편법을 동원해 청빙했다면 잘못된 거다. 하지만 공동의회를 열어 정당하게 청빙했다면 누구든지 올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백 목사는 "교단법적으로나 성경적으로나 아들이 이어 목회하는 건 상관없다. 세상이 괜히 이 문제로 교회를 폄하하니까, 교회 내 진보적인 사람도 덩달아 문제 삼는 거다. 절차를 안 밟고 무리해서 자기 아들을 세우려 한다면 문제겠지만, 교인이 원해서 할 경우 문제 삼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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