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오름교회가 세습을 위한 공동의회를 개최한다. 공동의회는 일요일이 아닌 금요일 밤에 열린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공동의회에서 두 번이나 부결된 세습을 관철하기 위해 해오름교회 최낙중 목사와 당회가 세 번째 공동의회를 소집했다. 이번에는 기필코 아들을 담임으로 세운다는 방침이다. 

최 목사와 당회는 관례를 깨고, 공동의회를 일요일이 아닌 금요일(1월 12일)로 정했다. 공동의회 안건도, 주보나 예배 광고로 하지 않고, 셀 리더를 통해 교인들에게 전달했다.

달라진 절차에 교인들은 낯설어하는 분위기다. 교회는 앞서 두 번의 공동의회를 모두 일요일에 했고, 안건 내용도 1주일 전에 모든 교인에게 공유했다. 세습을 반대하는 교인들은, 아들 목사를 담임으로 세우기 위한 최낙중 목사와 당회의 작전으로 보고 있다.

교인 A는 "1월 5일 금요 철야 예배에서 1주일 뒤 공동의회를 한다고 발표했다. 철야 예배에는 주로 연세 있는 교인이 나온다. 아무래도 담임목사를 따르는 분이 많이 나오니까, 그때 투표해서 통과시키려는 계산 아니냐"고 말했다. B는 "아무리 봐도 꼼수로밖에 안 보인다. 주보에 공동의회 안건 내용이 제대로 기재돼 있지 않다. 세습을 반대하는 교인의 참여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했다.

해오름교회는 공동의회 안건을 구체적으로 공지하지 않았다. 교인들은 셀 리더를 통해 공동의회에서 후임 목사 청빙을 위한 투표를 한다고 전달받았다.

이전과 달라진 상황, 절차 문제는 없을까. 해오름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 대신(구 백석) 소속이다. 교단 헌법을 보면, 공동의회를 일요일에 해야 한다는 내용은 들어 있지 않지만, 공동의회 안건은 주보에 게재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예장대신 홍호수 사무총장은 "안건 내용을 구두로 전달하는 경우도 많다. 그게 문제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1월 9일 해오름교회에서 만난 최낙중 목사도 비슷한 취지로 말했다. 최 목사는 "꼭 일요일에 공동의회를 하라는 법은 없다. 담임목사와 당회가 결정하기 나름이다. 주보에 공동의회를 한다고 알렸고, 후임 목사 청빙 건은 셀 리더를 통해 전달했으니 문제 될 게 없다"고 말했다.

중요한 사안인 만큼 교인들이 가장 많이 출석하는 일요일에 공동의회를 하는 게 적절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최 목사는 "어차피 주일에 공동의회를 해도 오는 사람은 오고 안 오는 사람은 안 온다. 금요 철야 예배에 교인이 많이 참석한다. 그래서 금요일로 정했다. 금요 철야 예배에 나오는 교인은 십일조도 잘 내고 교회를 사랑한다"고 했다.

해오름교회 1층 광고판에 걸려 있는 한 교계 신문. 최낙중 목사는 세습이 아니라 목회 승계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아들 목사의 청빙안은 공동의회에서 이미 두 번이나 부결된 바 있다. 이번에도 부결되면 어떻게 할 계획인지 물었다. 최 목사는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선거에 떨어져도 다음에 또 나올 수 있다. 안 되면 또 하면 된다. 우리 교회에는 반대하는 사람보다 후임 목사를 좋아하는 사람이 더 많다. 찬성하는 사람을 역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습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교회 안팎으로 거세지만 최낙중 목사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승계한 교회가 오히려 더 안정적으로 잘된다. 세상이 세습을 반대한다고 교회가 따라가서는 안 된다. 세상은 선교와 전도의 대상이다. 그들이 원하는 대로 가면 교회가 세속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낙중 목사는 지난 12월 기자를 만났을 때, 명성교회 세습으로 교계가 어지럽다며 당분간 청빙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새해 벽두부터 청빙을 시도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그는 외부 세력을 탓했다. 교회 앞에서 세습 반대 시위가 열린다는 이야기를 들은 장로들이 청빙 작업을 빨리 진행하자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최 목사가 말한 외부 세력은 '교회개혁평신도행동연대'다. 교회개혁평신도행동연대는 1월 14일 해오름교회 앞에서 세습 반대 집회를 예고했다. 해오름교회 세습 반대 집회를 준비 중인 정상규 집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세습하지 말라고 반대 집회를 하는 건데 이걸 빌미로 세습을 앞당기려 한다. 어처구니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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