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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과학은 과학과 종교 혼합한 '괴물'"

층위 다른 두 분야를 한 분야로 만들면서 문제 시작

이은혜 기자   기사승인 2018.01.07  13: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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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2017년은 한국 사회에서 '창조과학'이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고스란히 드러난 해였다. 문재인 정부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장관으로 임명한 박성진 교수(포항공대)는 한국창조과학회 활동이 논란이 돼 낙마했다. 여론은 과학계 정설을 부정하면서까지 창조과학을 신봉하는 이에게 장관 자격이 없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대체로 보수적인 개신교인이 믿는 창조과학은 한국 사회에서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하지만 교회에서만큼은 창조과학이 '정설'이다. 한국창조과학회는 그동안 몇몇 대형 교회의 재정 지원을 바탕으로 한국교회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했고 여전히 그 위력을 떨치는 중이다.

창조과학이 한국교회의 주류 '과학'으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을 짚어 보는 행사가 열렸다. 한국종교사회학회(전성표 회장)는 1월 6일 경희대학교에서 '과학과 종교, 그리고 공공성: 개신교와 창조과학'이라는 주제로 학술 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창조과학이 지닌 여러 문제점을 지적하는 발언이 나왔다.

"'창조과학' 단어 자체가 모순"

발표자로 나선 조덕영 교수(김천대·평택대 겸임)는 과거 한국창조과학회 대표간사로 있으면서 <창조> 편집인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창조과학이 하나의 이데올로기가 돼 가는 과정에 문제의식을 느껴 창조과학회를 떠나 '창조신학연구소'를 설립해 활동하고 있다.

그는 창조과학이라는 단어에 '과학'이 들어갔지만 '창조'와 '과학'은 동등한 선상에 놓을 수 없는 단어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창조과학이라는 말 차체가 스스로 언어 모순을 보여 주고 있다. 과학적 방증이 불가능한 '창조'와 방증 가능한 '과학'이라는, 서로 충돌하고 있는 두 단어가 결합해 늘 딜레마에 빠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덕영 교수는 창조과학자들이 더 전문성을 띠어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신학적 이해가 부재한 탓에 비교 불가능한 두 영역을 묶어 놓는다고, 조덕영 교수는 설명했다. 한국의 창조과학자들은 성경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려는 데 몰두하기 때문에 신학적 접근이 부족하다고 했다. 창조과학은 과학에 의존한 신앙 '운동'에 불과한데, 이 운동에 열심인 창조과학자들이 신학을 경시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문제가 발생한다고 했다.

"기독교의 신앙은 해석학이다. 성경이 이 세상을 창조한 하나님의 계시인 건 사실이다. 이 계시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겠지 문제다. 성서해석학이라는 학문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 창조과학자들은 해석학을 모르는 사람들이다. 이런 데서 참사가 벌어진다."

조덕영 교수는 한국창조과학회가 지금처럼 활동하면 한국 사회에서 더 고립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교수는 "창조'과학'이라는 말을 고수하려면 정통 지질학자, 천문학자를 섭외해 학회에 논문을 기고하는 등 정면으로 논쟁해야 한다. 회피해서 되는 시대가 아니다. 한국에서는 40년도 안 된 운동인데 이 운동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면 이제 정면 돌파해야 할 시기가 왔다. 그런 기로에 와 있다"고 말했다.

반지성주의 극복 위해 시작했지만
반지성주의 대변인으로 전락

김현준 연구원(연구집단 CAIROS)은 한국교회 복음주의 지식인 사이에서 창조과학이 자리 잡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이를 '기독교 세계관'과 연관 지어 이야기했다. '기독교 세계관'은 기독교 또는 성경의 관점으로 일반 학문을 변혁하고 설명할 수 있다고 보는 개신교 내 복음주의 지성 담론이다.

보수 색채를 띠는 대형 교회 지식인을 중심으로, 기독교 세계관에 기초해 과학을 설명하고 성경이 묘사하는 창조 서사를 증명하려는 움직임이 '창조과학 운동'이다.

창조과학자들은 기독교 세계관에 입각해 과학을 설명한다. 과학을 종교의 영역으로 본다. 과학적인 방법으로 종교를 증명하려 하지만, 과학과 종교가 충돌할 때는 과학을 신앙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한다. 김현준 연구원은 "창조과학 지지자들은 이런 태도로 과학을 바라본다. 진화론을 '과학적 사실'이 아니라 신앙의 문제로 보는 이유도 여기 있다. 진화론은 무신론·유물론이기 때문에 기독교 신앙과 양립하거나 조화할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층위가 다른 '신앙'과 '과학'이라는 주제를 다루기 때문에 이들의 행동과 말은 모순적일 수밖에 없다. 창조과학자들이 모든 사안을 과학적으로 증명 가능한 것처럼 말하다가도 문제에 부딪히면 결국 신앙의 문제, 종교적 가치가 다르다는 식으로 치부하는 것도 창조과학이 '과학'이 아닌 '신앙'의 영역이라는 점을 보여 준다.

김현준 연구원은 반지성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창조과학 운동이 오히려 과학을 등한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창조과학 지지자들이 창조과학을 과학이 아닌 신앙의 문제로 환원하는 현상은 또 다른 병폐를 낳는다. 김현준 연구원은 "이들은 자연주의·진화론의 방법론을 세속주의·무신론·유물론으로 치부한다. 따라서 자신들의 활동을 무신론적 세계관에 대항하는 '기독교적 과학'이라고 여긴다. 창조과학자들은 자신들이 수세에 몰린 상황을 과학의 부족함이 아니라 '문화 전쟁' 혹은 '영적 전쟁'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훈 교수(숙명여대 기초교양학부) 역시 창조과학자들이 과학을 문화·종교 전쟁으로 환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학의 영역을 과학의 언어로 설명하지 않기 때문에 창조과학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평했다.

과학과 종교의 대화로
창조과학 문제 풀 수 있을까

우종학 교수(서울대 물리천문학부)는 창조과학을 '괴물'이라고 봤다. 그는 "과학과 종교를 바라보는 방식이 다른데, 창조과학은 이 둘을 섞어 탄생한 괴물"이라고 설명했다.

창조과학의 문제점을 △과학 전문성 부재 △신학의 부재 △음모론으로 정리한 우 교수는, 이 중 과학 전문성 부재가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과학계가 연구해 이론으로 정립한 사실을 부정하고, 교회를 통해 자신들의 주장을 아이들에게 교육하는 창조과학자 혹은 지지자들의 행동이 문제라고 했다.

"과학은 공공재다. 현대과학은 개인이 돈을 투자해서 할 수 있는 학문이 아니다. 과학계가 정설로 받아들이는 이론을 발견하기까지 개인 한 사람의 노력만 들어간 게 아니다. 그런데 지구 나이 6000년설을 믿는 창조과학은 이런 공공재로서의 과학을 해칠 수 있다는 면에서 조명이 필요하다."

우종학 교수는 종교학자 카렌 암스트롱이 리처드 도킨스와 창조과학자를 쌍둥이로 표현한 것을 언급하며 과학의 종교화, 종교의 과학화 양쪽 다 문제라고 했다. 그는 "우리 사회 다양한 층위가 있는데 과학의 잣대로 모든 것을 재단해서 그에 해당하지 않는 것을 버리면 문제가 시작된다. 과학과 종교의 독립성을 인정하고 각각이 보는 결과를 종합해서 이야기하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 즉 과학과 종교의 대화가 가장 건강한 시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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