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통합 은목회가 명성교회 세습 반대 운동을 하는 신학생과 교수, 목회자들에게 '자중하라'는 취지의 성명을 발표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앞으로 우리 총회의 지도자가 될 학생들이 배우는 일에만 머물지 않고 교단 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전례도 그렇고 문제가 된다. 잘못된 것을 보았다면 자신들의 목양의 길에서 좌우명으로 삼아 올곧은 길로 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교수들도 이 점을 참작해 주길 바란다."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소속 전국은퇴목사회(은목회·윤두호 회장) 임원회가 최근 <한국기독공보>에 낸 성명 중 일부다. 명성교회 세습 반대와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이 교단 안팎으로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자중하라'는 취지의 성명이 나와 논란이다.

예장통합 은목회에는 은퇴목사, 원로목사 15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은목회 임원회는 명성교회, 서울동남노회, 총회를 향해 원론적 메시지를 던졌다. 명성교회를 향해서는 "김삼환 목사가 이룬 이 신화가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아름답게 기억되고 평가받을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서울동남노회에는 "현 임원은 책임을 통감하고 노회 수습에 전력을 다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총회에는 "누구든지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재판과 증경총회장들은 책임 있는 처신을 바란다"고 했다.

반면 신학생과 교수들, 목회자들에게 자중하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던졌다. 신학생과 교수를 향해서는 "비판도 역사적이고 신학적인 교훈이 되고 유익을 끼치는 방향에서 해야 한다. 집단화하여 비난하는 모습으로 보이는 건 유감이다"고 했다. 목회자들에게도 "세습은 정서적으로 동역자들을 힘 빠지게 하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입장 표명을 지나쳐 집단화하여 교회에 혼란을 주는 것은 안 된다"고 했다.

은목회 회장 윤두호 목사는 "자중하라는 의미에서 성명을 냈다"고 말했다. 윤 목사는 1월 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하나 목사에게는 아무 하자가 없다. 당회, 제직회, 공동의회에서 청빙했다. 사람들이 교회법을 몰라서 저렇게 행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명성교회가 총회 헌법을 무시하고 세습을 강행한 게 근본적인 문제가 아니냐는 질문에 윤 목사는 세습금지법을 결의한 총회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는 "교단이 깊은 생각 없이 (세습금지법을) 결의했다. 세습금지법에 대한 성서적 뒷받침도 없다. 교수들이 이 점을 문제 삼아야 하는데, 오히려 학생들과 으쌰으쌰 하고 있다. 명성교회 하나를 가지고 돌팔매질하는데, 그러면 안 된다. 노회와 총회가 있으니, (재판) 결과가 나온 다음에 행동에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은목회 임원회 성명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예장통합 소속 한 목사는 "마치 보수 정권이 여론을 호도하는 듯한 성명에 지나지 않는다. 명성교회를 향해서는 모호하게 '생각해 보라' 말하고, 신학생과 교수들을 향해서는 '유감이다'는 표현을 써 가며 지적하고 있다.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에 대한 책망은 없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이들에게 돌팔매질을 하고 있다. 무엇이 올바른 일인지 은목회 임원회가 '생각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명성교회 세습 철회를 촉구하는 운동은 새해에도 계속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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