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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적인 절차, 감시 없는 권력이 부른 광주 ㅍ교회 횡령

법원, 담임목사 9700만 원 횡령 인정…검찰과 목사 모두 항소

이용필 기자   기사승인 2018.01.04  14:4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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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ㅍ교회 이 아무개 목사가 유죄를 선고받았다. 법원 판결에 따르면, 이 목사는 9700만 원을 횡령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교회 헌금으로 아들 유학·결혼비 낸 목사 집행유예'
'아들 결혼식, 휴가 등에 교회 돈 쓴 목사 집행유예'
'교회 자금을 아들 결혼식과 유학비로 쓴 목사에 내려진 판결’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새해를 앞두고 광주 ㅍ교회 이 아무개 목사의 횡령 뉴스가 포털 사이트를 장식했다. 이 목사는 교회 재정을 횡령한 혐의가 인정돼 법원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200시간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이 목사가 사역비·도서비·강사비·안식년비·(아들)유학비 등 8억 원을 횡령한 것으로 봤다. 그러나 법원은 안식년비와 아들의 결혼비·유학비 횡령 부분만 인정했다.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이 목사의 횡령 금액은 총 9707만 원.

안식년비와 아들 유학비는 교회 재정으로 잡혀 있었다. 문제는 과다 지출에 있었다. 이 목사는 안식년비로 3000만 원을 받아야 했는데, 828만 원을 추가로 받았다. 자녀 교육비로 2000만 원 책정돼 있었는데, 4000만 원 넘게 지출하기도 했다. 아들 결혼식비는 아예 재정에 잡혀 있지 않았는데도 4200만 원을 교회 돈으로 사용했다.

법원은 "별다른 기준 없이 담임목사 요청에 따라 필요한 만큼 교회 재정이 지출된 것으로 보인다. 이 목사가 교회에서 상당한 지원을 받고 있으면서 교회 재산을 마치 사재처럼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 목사는 광주 ㅍ교회에서 적지 않은 혜택을 받아 왔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받은 사례비와 퇴직연금만 11억 6600만 원에 달했다. 여기에 사역비(교육 사역비, 목회 활동비, 심방 활동비, 교구 사역비, 정보 활동비 및 도서비)와 보험료, 의료비 명목으로 수억 원을 추가로 받았다.

이 목사 측은 자녀 유학비는 사후 승인을 받았고, 총액도 초과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결혼식 비용도 당회 결의에 따랐다고 했다. 그러나 법원은 "감사와 당회 결의, 공동의회 결의가 상당히 형식적으로 이루어졌고, 아들 유학비가 추인됐다고 볼 수 없다. 사후 승인됐어도 업무상횡령죄에 이른다"고 했다.

1심 판결 이후 검찰과 이 목사 양측 모두 항소했다. 이 목사 측은 1월 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감사부터 공동의회까지 절차를 밟았는데도 문제를 삼으니 당황스럽다. 결혼비와 유학비도 사후 보전했는데, 그것 자체도 횡령이라고 하니 할 말이 없다. 이 계기를 교훈 삼아 차제에는 더 완벽하게 재정을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 "감사·당회·공동의회 유명무실"
강문대 변호사 "예산 뭉뚱그리지 말고
낱낱이 공개해야"

법원은 목사의 일탈만 문제 삼지 않았다. 감시 기구가 없는 교회 구조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이번 판결에서 눈여겨볼 지점은 재판부가 ㅍ교회의 재정 관리 구조를 지적했다는 것이다. 법원은 담임목사의 횡령뿐 아니라 횡령이 용이했던 광주 ㅍ교회의 재정 구조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이 목사가 재정부장 이 아무개 장로와 공모해 교회 재산을 횡령했다고 봤는데, 교회에 두 사람을 감시할 수 있는 존재는 없었다. 감사위원(3명)이 있었지만 유명무실했다. 감사의 인사권도 이 목사에게 있었다.

재판부는 재정 보고 절차가 형식적이었던 점도 짚었다. ㅍ교회는 공동의회 때 프레젠테이션을 이용, 수입·지출 결산을 항목별로 공개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예산 항목이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지급·지출됐는지 알 수 없었다. 법원은 "ㅍ교회는 제직회도 열지 않았다. 감사부터 당회, 공동의회에 이르기까지 형식적으로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당회·제직회·공동의회 및 감사가 형식적이거나 재정 관리 권한이 담임목사를 비롯한 소수 장로에게 집중되어 있는 교회는 광주 ㅍ교회뿐만이 아니다. 명성교회도 수백억대 비자금의 존재를 교인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김삼환 목사와 몇몇 장로가 재정을 집행했다. 

<교회, 가이사의 법정에 서다>(뉴스앤조이) 저자 강문대 변호사는 1월 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예산을 뭉뚱그려 표기하기보다 교인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료를 제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감추려 하지 말고 투명하게 공개해 행정적으로 오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 재정 사고를 막을 수 있는 방법으로 감사 체계를 들었다. 강문대 변호사는 "담임목사와 당회도 감사 대상이 된다. 그렇다면 감사는 당회가 아닌 제직회에서 선임하도록 하는 게 나을 수 있다. 제직회도 재정에 관여할 자격이 있으니, 담임목사가 자발적으로 제직회에서 감사를 뽑도록 요청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 재정 문제가 계속해서 불거지다 보니 이전보다 재정을 체계화하는 교회가 늘고 있다. 문제가 있어도 덮는 게 은혜가 아니라, 교인들이 처음부터 적극 나서 문제를 막는 게 가장 은혜로운 방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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