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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중족발' 지키는 젊은 기독교인들

건물주 바뀌자 월세 네 배…옥바라지선교센터, 기도회 등으로 연대

박요셉 기자   기사승인 2018.01.03  14:5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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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서울 종로구 체부동 궁중족발 앞. 가게 앞에 설치된 소형 스피커로 찬송이 흘러나왔다. 건물 외벽에는 궁중족발 김우식 사장 사진이 붙어 있었다. 그 옆에는 "조물주 위 건물주!", "서촌이 뜨니 욕심이 납니까?", "평범한 상인의 삶이 임대인 탐욕으로 빼앗길 순 없지 않습니까?", "상생합시다!"라는 글씨가 적혀 있었다.

도시에서는 쫓겨나는 사람이 끊이지 않는다. 건물 한쪽을 빌려 장사하는 상인들은 건물주의 의지에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 을의 권리를 보호해 주는 법도 구멍이 많다. 계약 중에 건물주가 바뀌고, 바뀐 건물주가 터무니없이 보증금과 월세를 높여, 울며 겨자 먹기로 일터에서 쫓겨나는 상인이 많다.

궁중족발을 8년 가까이 운영한 김우식·윤경자 부부도 건물주가 바뀐 뒤 가게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신학교 학생들의 모임 '옥바라지선교센터'는 궁중족발 사연을 알게 된 후 기도회 등을 열면서 이들과 연대하고 있다. 1월 2일 기도회에는 김 씨 부부와 기독교인 27명이 모여, 돈과 힘이 없어 내쫓길 위기에 처한 이들을 위해 기도했다.

8년 동안 궁중족발을 운영한 김우식 사장은 건물주가 바뀐 뒤 가게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옥바라지선교센터는 지난해 11월 2차 강제집행 이후, 매주 화요일 저녁 궁중족발에서 기도회를 열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2016년 1월, 새 건물주는 김우식 씨에게 임대료를 올리겠다고 통보했다. 인상률이 터무니없이 높았다. 보증금 3000만 원에 월세 297만 원이었는데, 보증금 1억 원에 월세 1200만 원으로 올리겠다는 것이었다. 보증금 세 배에 월세 네 배… 김 씨에게는 '나가라'는 말로 들렸다.

궁중족발은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2번 출구를 나오면 바로 보이는 먹자골목 안에 있다. '서촌'으로 불리는 이곳은 몇 년 전부터 신흥 상권으로 부상한 지역이다. 김 씨 부부는 20여 년간 서촌에서 분식점·포장마차·당구장에 이어 지금의 족발집을 운영하며 두 아들을 키웠다.

윤경자 씨는 "족발집을 운영한 지 5년이 지날 때쯤 부동산 관계자들이 가게를 찾아왔다. 업자들이 주변 시세가 많이 올랐다며 권리금 1억 5000만에서 1억 8000만까지 받을 수 있으니 가게를 내놓으라고 했다. 고향과 같은 이곳을 떠날 수 없어 거절했다. 그런데 얼마 안 돼 건물주가 바뀌고 이런 일이 생겼다"고 말했다.

김우식 씨는 "서촌은 작은 동네였다. 인근 관공서에서 근무하는 이들을 상대로 영업하며 단골도 만들고 설비투자도 하며 가게를 키워 나갔다. 이제 겨우 손해 안 보며 장사하게 됐는데, 이렇게 임대료를 갑자기 올려 임차인을 내쫓는 건 부당한 일이다"고 했다.

김 씨는 갑작스러운 임대료 인상에 항의하며 버텼다. 그러자 건물주는 김 씨에게 명도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은 건물주가 이겼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최초 계약 기간을 포함해 전체 임대 기간이 5년을 넘긴 임차인은 계약 갱신 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나와 있기 때문이다(10조 2항).

김우식 사장(사진 왼쪽 두 번째)은 명도 소송에서 패소했다. 하지만 그는 가게 문을 닫을 수 없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김우식·윤경자 부부는 20여 년간 서촌에서 장사를 하며 두 아들을 키웠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김 씨 부부는 명도 소송에서 패소했지만 나갈 수 없었다. 이들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이름과 달리 임차인을 전혀 보호해 주지 못하고 있다며, 임차 상인이 겪는 어려움과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버티고 있다고 했다.

윤 씨는 "단골손님 하나 생기려면 적어도 3년 이상은 한곳에서 머물며 노력해야 한다. 그런 실정이 반영되지 않았다. 법대로라면 5년 이상 영업한 임차 상인은 건물주가 아무리 높은 임대료를 불러도 아무 말 못하고 나가야 한다"고 했다.

김 씨는 "어떻게 보면 불복종 운동을 하고 있는 거다. 법에 잘못된 내용이 있으니, 이를 알리기 위한 운동이다. 궁중족발이 이대로 쫓겨나면 서촌에 다른 가게들도 우후죽순 밀려 나갈 것이다. 나중에 어떤 제재를 당할지 모르겠지만, 잘못된 건 잘못된 거라고 알리며 끝까지 버티려 한다"고 말했다.

김 씨가 가게를 비우지 않자, 지난해 말부터는 강제집행이 시작했다. 10월 10일, 건물주가 고용한 사설 용역 100여 명과 법원 용역 십수 명이 관광버스를 타고 궁중족발 앞에 집결했다. 윤 씨는 "검은 옷을 입은 젊은 남성들이 마치 군부대가 투입되듯 달려왔다. 그런 광경은 처음이었다"고 했다. 이날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맘상모) 회원들이 달려와 김 씨 부부를 도왔다. 4시간 대치 끝에 집행관은 집행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철수했다.

2차 집행은 기습적이었다. 11월 9일 오후 4시 30분쯤, 김 씨와 윤 씨가 영업을 준비하고 있을 때였다. 손님처럼 사복을 입고 들어온 사설 용역 서너 명이, 갑자기 윤 씨와 직원을 끌어냈다. 이어 주방에서 족발을 조리하고 있는 김 씨도 밖으로 끌어냈다. 김 씨는 끌려가지 않기 위해 주방 집기를 붙잡으며 버텼지만 장정 서너 명의 완력을 버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강제로 내쫓기는 과정에서 김 씨의 네 손가락이 날카로운 모서리에 베여 부분 절단됐다. 피 칠갑을 하는데도 집행관과 용역들은 강제집행을 멈추지 않았다.

윤 씨는 "법에는 사설 용역이 강제집행 과정에서 사람에게 손을 대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사고가 발생했다. 사람이 피를 철철 흘린 채 가게 밖으로 끌려가는데, 경찰들은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고 했다.

김 씨는 "당시에는 정신이 없어 손가락이 그렇게 된지도 몰랐다. 다른 손가락은 봉합 수술 후 회복 중인데, 새끼손가락은 재수술을 받아야 한다. 잘못되면 다시는 사용할 수 없다고 한다. 건물주는 '자해한 거 아니냐'며 전혀 미안한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날 이후 여론은 궁중족발에 집중했다. 여러 언론은 2차 강제집행에서 심하게 다친 김 씨 사례를 보도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11월 14일 병원에 입원한 김 씨를 찾아가 임차인이 다시는 부당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우식 사장은 2차 강제집행에서 네 손가락이 부분 절단되는 일을 당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2차 강제집행 이후, 궁중족발 문은 굳게 닫혀 있다. 손님들이 출입하던 유리문 앞에는 이중으로 철문을 덧댔다. 언제 다시 시작될지 모르는 강제집행에 대비한 조치다. 김우식·윤경자 씨를 포함해 신학생,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매일 돌아가며 궁중족발을 지킨다. 평일 저녁에는 이곳에서 기도회, 문화제, 영화 상영 등 여러 행사가 열린다.

옥바라지선교센터는 2차 강제집행 이후 매주 화요일 저녁 8시 '궁중족발을 지키기 위한 현장 기도회'를 열고 있다. 1월 2일 현장 기도회에서 설교를 맡은 김이슬기 전도사(한신대)는 말했다.

"궁중족발을 포함해 수많은 현장에서는 많은 사람이 인간의 욕심과 이기심 때문에 고통으로 내몰린다. 이들은 자신이 당한 부당한 일을 세상에 호소하지만, 대다수 시민은 자신과 무관한 일이라며 방관하거나 힘 있는 이들의 편을 들어 준다.

예수는 하나님나라가 작은 자에게서 시작한다고 가르쳤다. 예수의 가르침을 따라, 작고 보잘 것 없는 우리들이 이곳에 모여 풍성한 하나님나라를 이뤘으면 좋겠다. 우리가 궁중족발을 지키고 서로를 지키는 사람이 되자."

이들의 따뜻한 위로에 김우식 씨는 "인생에서 가장 힘든 상황을 겪고 있는데, 많이 가진 이보다 외롭지는 않은 것 같다"고 했다.

"내가 이렇게 힘든 상황에 처하자, 생전 몰랐던 이들이 몰려와 나를 위로하고 도와준다. 생활비까지 보태 준다. 이들을 보며 내가 그렇게 나쁜 일을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올바른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과정을 밟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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