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종교개혁 500주년에 명성교회는 부자(父子) 세습을 완료했다. 1970년대 작은 상가 교회에서 출발해 재적 교인 10만 명을 웃도는 세계 최대 장로교회로 성장한 명성교회는 한국교회 부흥을 상징했다. 그러나 지금은 비리와 불법의 이미지로 교계뿐 아니라 일반 언론에도 오르내리고 있다.

명성교회 세습이 지난 대형 교회들 세습보다 더 비판받는 것은, 교단에 '세습금지법'이 있는데도 이를 강행했기 때문이다. 올해 3월 명성교회는 새노래명성교회와 합병하고 김하나 목사를 위임목사로 청빙하기로 결의했다. '합병'이라는 구실로 직계 세습 금지라는 법망을 피해 보려 한 것이다. 

그러나 10월 서울동남노회 정기회에서 합병도 아닌 바로 김하나 목사 청빙을 밀어붙였다. 세습금지법이 교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총회 헌법위원회(당시 고백인 위원장) 의견을 등에 업고, 명성교회는 노회를 파행시키면서까지 김하나 목사 청빙을 강행했다. 

김삼환 목사를 비롯한 명성교회 장로들과 교인들은 총회 헌법위의 유권해석에 따라 김하나 목사 청빙은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명성교회가 청빙을 강행하기 전, 예장통합 최기학 총회장이나 총회 헌법위도 "세습금지법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선언했다. 교단장 말도, 교단이 헌법 해석의 권한을 부여한 기구의 결론도 명성교회는 싸그리 무시한 것이다. 

법과 규칙은 유명무실했다. 같은 교단 은퇴 목회자이자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 공동대표 김동호 목사는, 명성교회가 세습할 기미를 보일 때부터 이를 강도 높게 비판해 왔다. 그의 논리는 자명했다. 총회가 정한 법이 있는데 명성교회가 법을 무시했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총회가 명성교회를 내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명성교회가 세습을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에서 가장 큰 교단 중 하나인 예장통합이 법과 원칙대로 굴러가고 있는가 하는 존재 근거에 대한 문제다. 아무리 크고 유명한 교회여도 법 앞에서는 동등하다는 원칙이 깨지냐 아니냐의 문제다. 

그러나 총회는 이런 근원적 문제에 미지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올해 3월부터 가시화한 명성교회 세습 시도에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 11월 김하나 목사 명성교회 위임식까지 열렸는데, 교단 원로라는 자가 설교를 하고 노회 임원들이 순서를 맡았다. 이런 상황에 누구보다 먼저 들고일어나야 할 총회는 가만히 있다. 

<뉴스앤조이>는 그동안 최기학 총회장을 비롯해 총회 임원들에게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대부분 연락을 받지 않았고 그나마 통화가 된 사람은 "총회 재판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식으로 말할 뿐이었다. 명성교회가 법을 어겼다거나 어떠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자세한 언급은 없었다. 하나같이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며 명확한 대답을 회피했다. 

최기학 총회장은 12월 3일 목회 서신에서 명성교회 세습 사태를 처음으로 언급했다. 그는 "(명성교회에) 납득할 만한 책임 있는 자세와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총회는 정한 절차에 따라서 법과 원칙을 준수하겠다"고 했다. 이 서신에는 세습의 'ㅅ' 자도 나오지 않았다. 

명성교회는 세습금지법을 위반하고 세습을 감행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사태를 지켜보는 교계 안팎의 사람들은, 총회와 노회가 명성교회의 돈 앞에 굴복했다고 비판한다. 실제 명성교회가 교단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은 막강하다. 매년 총회 각종 행사와 사업에 거액을 출연하고, 서울동남노회에 상회비 4억여 원을 납입한다. 노회 예산 70%에 가까운 금액이다. 교단 소속 노회·교회·기관 수십여 곳을 지원하기도 한다. 상급 기관인 총회와 노회가 명성교회 눈치를 본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어물쩡대는 사이, 김하나 목사는 버젓이 명성교회 담임으로 행세하고 있다. 명성교회와 김삼환·김하나 목사는 여전히 예장통합 소속이며, 최근에는 노회 미자립 교회를 위해 1억 8,000만 원을 쾌척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