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명성교회 A 장로는 12월 초, 2017년 결산 당회에 참석했다가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됐다. 교회가 이월금 재정으로 숭실사이버대학교에 65억 원을 지원했다는 내용이다. 당회에 불참한 적이 거의 없는데, 언제 승인된 걸까. 교회가 왜 그곳에 수십억 원을 지원하는 걸까. 왜 본재정이나 선교 재정이 아닌 이월금 재정으로 거액을 지출하는 걸까. 여러 의문이 들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알아보니 65억 원이 모두 대학교로 들어가지 않았다. 절반 이상이 사립 고등학교와 기업 재단에 발전 기금 형태로 들어갔다. A 장로는 재정장로에게, 지원금이 왜 대학교가 아닌 다른 곳으로 분산됐느냐고 물었다. "그런 요청이 있었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A 장로는 전했다.

"분명히 당회·제직회·공동의회에서는 교회가 이월금 재정에서 65억 원을 숭실사이버대에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 지원 내용은 이와 달랐다. 결국 교회가 교인들에게 거짓으로 보고한 것 아닌가."

김삼환 목사는 2014년 재정장로 자살 사건 이후 수백억대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을 받았다. 이후 명성교회는 이월금 재정 내역을 교인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불분명한 목적
불투명한 관리
부정확한 사용처

명성교회 이월금 재정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김삼환 목사와 소수의 장로만 알고 있었다. 2014년, 이월금을 담당하던 장로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김삼환 목사의 수백억대 비자금 논란이 불거졌다. 이후 명성교회는 이월금 사용 내역을 당회·제직회·공동의회에서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교인들은 이월금을 어디에 썼는지 간추린 정보만 들을 뿐, 교회가 수백억대 자금을 어떻게 관리하고 어떤 목적으로 쓰는지 여전히 알기 어렵다. A 장로처럼 교회 주요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당회원들도, 연말 결산 회의에서야 이월금 사용 내역과 잔액을 알 수 있다.

이월금 재정은 교회가 매년 남는 예산을 다음 해로 넘기면서 적립해 온 돈이다. 명성교회는 이월금 재정을 △건축 적립금 △임직 헌금 △당회비 적립금 △선교 적립금 등 네 가지 항목으로 구분해 운용하고 있다. 명성교회는 12월 제직회와 공동의회에서, 올해 이월금 재정에서 약 200억 원을 쓰고 285억 원을 남겼다고 발표했다(건축 적립금: 179억 8611만 원, 임직 헌금: 없음, 당회비 적립금: 3억 2,900만 원, 선교 적립금: 102억 2,531만 원).

명성교회 이 아무개 재정장로는 지난 김삼환 목사 비자금 관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월금 재정 목적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월금 재정 용도는 통일과 선교에 있다. 교회가 건축하거나 부지를 살 때 자금을 사용한다." 그러면서 그는 서울 문정동 법조타운 부지 매입, 하남 새노래명성교회 건축, 명성교회 구예배당 리모델링 등을 예로 들었다.

이 장로와 함께 증인으로 출석한 김 아무개 장로도 이월금 재정은 미래 발전을 위한 적립금으로, 큰 금액이 필요한 교회 건축, 병원 건립 등을 위해 마련한 기금이라고 증언했다.

그러나 실제 이월금 사용 내역을 살펴보면 목적이 불분명해 보인다. 명성교회는 12월 17일 공동의회에서 이월금 재정으로 숭실사이버대학교에 65억 원을 지원하고, 광성교회 가평 기도원을 51억 원에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통일·선교 사역을 위해 비축한 헌금을, 사립대학 지원금과 이웃 교회 분쟁 해결을 돕기 위한 기도원 인수 비용에 사용한 것이다.

A 장로는 "결산 당회에서 숭실사이버대학교 지원 내역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교회가 어떤 이유로 그 큰돈을 사립대학에 내놓는지 이해할 수 없다. 다 교인들 헌금 아닌가"라고 말했다. B 장로도 "교회가 자금을 출연할 때는 교인들이나 당회원들에게 그 목적과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야 하는데, 그런 과정이 없었다. 당회에서는 이렇게 정확한 목적이나 이유도 모른 채 안건이 통과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12월 17일 명성교회 공동의회. 뉴스앤조이 이용필

이월금 재정이 언제 어떻게 쓰이는지도 불투명하다. 명성교회 복수의 장로는 숭실사이버대학교 지원이나 광성교회 기도원 인수에 이월금 재정이 쓰인 사실을 결산 당회에서야 알았다고 했다. 당회에서는 지출 여부만 결의하고, 돈을 관리하는 소수의 장로만 실제로 돈이 어느 재정에서 언제 어떻게 나가는지 안다는 것이다.

B 장로는 "장로들이 당회에서 어디에 얼마를 주자고 결정하면, 이를 본재정에서 지출할지 이월금 재정에서 지출할지는 몇몇 장로가 결정한다. 당회는 절차상 문제가 없도록 거수기 역할만 한다"고 말했다. A 장로는 "자금을 먼저 지출하고 사후 승인을 받는 일도 다반사다"라고 했다.

이월금 재정을 관리하고 있는 이 아무개 장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각 재정 담당자가 상황에 따라 어느 재정으로 지불할지 상의하는 것일 뿐 관리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모든 재정은 당회 결의 없이는 누구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이월금은 보통 거액이 필요한 경우에 사용한다. 돈 있는 통장에서 줘야지 빈 통장에서 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명성교회 청년부·대학부 출신 교인 416명은 12월 5일 기자회견을 열어 김삼환 부자 세습을 비판했다. 아울러 이들은 교회가 재정 운용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명성교회가 교인들에게 밝힌 이월금 재정 사용 내역이 부정확한 경우도 있었다. 명성교회는 교인들에게 숭실사이버대학교에 65억 원을 지원했다고 설명했지만, 실제 지출 내역은 이와 달랐다.

숭실사이버대학교 측은 명성교회로부터 65억 원을 받지 않았다고 했다. 학교법인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65억 원은 금시초문이다. 올해 초, 명성교회 장로들이 법인이사로 선임되면서 발전 기금 형태로 30억 원을 받은 게 전부다"라고 말했다.

나머지는 경기외국어고등학교에 23억 7,600만 원을, 대교문화재단에 5억 4,000만 원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외고 이사장과 대교문화재단 설립자는 대교그룹 강영중 회장으로, 숭실사이버대학교 전 이사다.

명성교회 몇몇 장로가 어떻게 된 거냐며 문제 삼자, 이월금 재정 담당 장로는 그런 지시가 있어 지원금을 나눠 전달했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B 장로는 "교인들에게는 대학교에 지원금을 줬다고 하고, 실제로는 엉뚱한 고등학교와 재단에 돈이 들어갔다. 이는 누가 봐도 비정상적인 절차다"라고 말했다.

명성교회가 숭실사이버대학교에 지원금을 건넨 이후, 명성교회 측 인사들이 숭실사이버대학교 이사진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1월 김성태 수석장로가 이사로 선임되고, 김하나 목사(2월), 김재복 장로(3월), 김충환 장로(5월)가 연이어 이사가 됐다. 명성교회 설교목사 노영상 교수(전 호남신대 총장)는 올해 1월 숭실사이버대학교 이사장에 취임했다. 명성교회 내부에서는 교회가 숭실사이버대학교를 인수한 것 아니냐는 말이 돌기도 했다.

학교법인 관계자는 "학교는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인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부인했다. 그는 "노영상 목사는 호남신학대학교 총장을 역임한 경험이 있어 이사장에 선임될 수 있었다. 노영상 목사가 명성교회와 관계가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그쪽 관계자들이 이사로 선임된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명성교회 당회실. 일부 장로는 김삼환 목사가 은퇴 이후에도 당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김삼환 목사, 은퇴 이후에도 당회 참석
"외부 공격에서 교회 지키겠다"

명성교회 일부 장로는 김삼환 원로목사가 여전히 재정 관리에 관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목사가 은퇴 이후에도 당회에 나와 재정 지출 관련 안건을 설명한다는 것이다.

B 장로는 "올해 초, 당회가 광성교회 가평 기도원을 인수하기로 결정했을 때도 김삼환 목사가 직접 나와 설명했다. 같은 노회에 있는 광성교회가 상대 측 교인들에게 보상금을 주기 위해 기도원을 내놓았다며 우리 교회가 이를 매입해 줘야 한다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C 장로는 "당회가 결의하는 안건 중 대다수가 재정과 관련한 것들이다. 김삼환 목사는 왜 교회가 돈을 지출해야 하는지 당위성 등을 주로 설명한다"고 했다. 이외에도 그는 김 목사가 장로들에게 장로로서 지녀야 할 마음 자세와 행동, 교회를 외부 세력으로부터 지켜야 한다는 말을 여러 차례 강조한다고 말했다.

A 장로는 김삼환 목사가 실제 회의를 주재하고 김하나 목사는 당회원 결의를 받아 내는 사회자 역할만 한다고 했다. 그는 "12월 23일 당회에도 김삼환 목사가 참석했다. 자기가 없으면 외부 공격을 막을 수 없다며, 앞으로도 계속 당회에 나오겠다고 말했다. 이는 결국 상왕 노릇을 하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명성교회 김 아무개 장로는 기존 사역에 대한 보충 설명이 필요하기 때문에 김삼환 목사가 당회에 참석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김하나 목사가 사역 배경에 대해 모를 수 있기 때문에 당분간 당회가 열리기 전 김삼환 목사가 사전 설명을 하는 것이다. 실제 당회를 주재하는 이는 김하나 목사다. 김삼환 목사는 설명을 마치면 자리를 비켜 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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