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자유당은 19대 대선에서 홍준표 후보 지지 선언을 했다. 범기독교계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논란을 야기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2016년 총선에서 존재감을 반짝 드러냈던 기독자유당이 올해 19대 대선에서는 논란의 중심에 섰다. "기독자유당·범기독교계 1,200만 성도, 30만 목회자, 25만 장로는 홍준표 후보를 지지한다"는 기독자유당의 일방적 선언에 말 그대로 '범기독교계'가 들끓었다.

기독자유당이 보수 정당 후보를 지지한 이유로 교계가 뒤집힌 건 아니다. 개신교를 대표할 만한 단체와 인물도 없는 상황에서,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도 없이 기독자유당은 스스로 '대표'임을 자처했다.

기독자유당을 이끌어 온 전광훈 목사는 올해 4월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 발표회에서, 조용기 목사 등 교계 지도자들로부터 대선 후보 지지 선언과 관련한 위임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교계 지도자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설령 위임을 받았다고 해도 기독자유당이 교계를 대표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지지 선언 직후 소셜미디어에는 "누가 기독자유당에 대표 권한을 부여했느냐", "우리는 강간 모의를 한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 "총선에서 62만 표 얻은 기독자유당이 어떻게 기독교계를 대표하느냐"는 주장과 '#내가_범기독교다'라는 해시태그가 쏟아졌다. 논란이 일자 기독자유당 기자회견에 이름을 함께 올린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교회연합 등은 "지지 선언과 관련 없다"고 선을 그었다.

기독교 정당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대선 후보를 지지한 사례는 없었다. 더군다나 홍준표 후보는 강간 모의 사건으로 수세에 몰려 있던 상황이었다. 안철수 후보와 홍준표 후보를 놓고 저울질하던 기독자유당은 후자를 택했다. 전광훈 목사는 "동성애와 이슬람, 차별금지법 반대 등 기독교계의 요구를 홍 후보가 다 들어주기로 해 지지를 선언했다"고 했다.

홍준표 후보는 감사의 뜻을 전했다. 홍 후보는 "기억하기로 대선에서 기독교계가 지지 선언을 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 저희 당을 지지해 주면 반드시 친북 좌파 정권을 막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범기독교'라는 용어에 많은 사람이 발끈했지만, 전광훈 목사는 개의치 않았다. 전 목사는 "일대일로 1,200만 성도에게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지 다 물어야 하는가. 기독자유당이 곧 범기독교다"며 발언을 철회하지 않았다. 오히려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을 좌파로 규정하고 교계를 떠나라고 했다.

장미 대선은 각 후보 지지율의 큰 변화 없이 끝났다. 기독자유당의 범기독교 논란으로 교회는 또다시 사회에서 지탄을 받았지만, 내부적으로는 더 이상 극우 성향 목사들이 개신교를 대표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준 사건이었다.

한편, 전광훈 목사는 12월 2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홍준표 대표는 희망이 없다고 본다. 대한민국 전체를 설계하는 이해도가 부족하고, 역사관이 희박하고, 정치 역량도 한계가 있다. 당시에는 대안이 없었기 때문에 지지할 수밖에 없었다. 자유한국당은 교회를 대변하는 당으로 볼 수 없다. 박정희 군사정부는 교회를 대변했다. 심지어 김대중 대통령도 교회 편에 서 있었다.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 새로운 세력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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