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한국교회가 역사적 의미를 부여한 2017년은 종교개혁의 가르침과 정반대로 '세습'으로 얼룩진 채 마무리되고 있다. 한국교회는 실시간 검색어에 수차례 오른 명성교회 때문에 '족벌 경영', '북한식 세습'이라는 사회적 비난을 받아야 했다.

2017년 첫날이자 첫 주일이던 1월 1일부터 세습이 시작됐다. 안양 평촌 지역에서 1만 명 넘는 교인이 모이는 새중앙교회(박중식 목사)가 사위 세습을 감행했다. 4월에는 3,000명 규모의 수원 세한성결교회(주남석 목사)가 부자 세습을, 11월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장로교회라는 명성교회(김삼환 목사)와 2,000명 규모의 성복교회(이태희 목사)가 부자 세습을 완료했다. 12월에는 등록 교인 5,000명 규모의 부천 성문교회(이종래 목사)도 대열에 합류했다. <뉴스앤조이> 취재로 드러난 것만 이 정도다. 추세로 봤을 때 드러나지 않은 교회 세습은 더 많을 것이다.

교회 세습은 아버지 목사와 아들(사위) 목사, 그리고 교인들의 지지가 결합해 이루어졌다.

아버지 목사들은, '아들'이기 때문에 뽑은 건 아니라고 말했다. 아들 목사가 교회를 누구보다 잘 알고, 교인들이 따르며, 목회를 잘해서 뽑았다는 것이다. 아들(사위)이 아버지 뒤를 이어서 해야 교회가 '잘된다'는 말도 거리낌 없이 했다.

아들 목사들은 세습에 명시적으로 반대하지 않고 떠밀리는 모양새로 자리를 물려받았다. 이들은 대개 개교회에서 동역목사·지도목사 등의 직함으로 수석 부교역자 역할을 맡고 있다가, 담임(위임)목사로 청빙되는 절차를 밟았다. 황덕영 목사(새중앙교회), 주진 목사(세한성결교회), 이요셉 목사(성복교회), 이진호 목사(성문교회) 등이 모두 해당됐다. 2013년 "세습하지 않겠다"고 했던 명성교회 부목사 출신 김하나 목사는, 2014년 새노래명성교회에 부임할 때부터 변칙 세습(지교회)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교인들의 지지'다. 교인들은 유년기부터 부목사 시절까지 교회에서 성장한 아들 목사를 반대하지 않았다. 투표는 형식에 불과했다. 약력도 제대로 소개하지 않고 표결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세한성결교회 80%, 성복교회 86%, 명성교회·새중앙교회 74%, 성문교회 62% 등의 찬성표가 나왔다. 안건이 가결될 때마다 교인들은 박수로 환영했다. 반대 발언은 투표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허락되지 않았다.

전국 350개 교회 명단이 담긴 '우리 동네 교회 세습 지도'. 2017년에도 20개 넘는 교회가 세습을 감행했다.

박득훈 목사(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 손봉호 교수(고신대 석좌) 등은 세습이 '부의 대물림'이라고 지적했다. 너무 커진 대형 교회의 부와 권력을, 아들 외에는 믿고 맡길 수 없기 때문에 세습한다는 것이다. 홍인식 목사(순천중앙교회)는 "돈이 관련돼 있지 않다면 굳이 세습을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형 교회 세습이 신자유주의와 연결돼 있다고 했다.

이번에 명성교회 세습을 방치하면 다른 교회들도 한결 편하게 세습을 감행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감리회세습반대운동연대(감세반연) 홍성호 목사는 "단독범이면 부담이 크겠지만 (너도나도 세습하니) 다 공범처럼 되어 버렸다"고 지적했다.

실제 기회를 엿보던 대형 교회들은 대부분 조용히 세습을 완료하고 있다. 2013년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세반연)가 세습이 의심되는 대형 교회를 지목했는데, 연세중앙교회(윤석전 목사)를 제외하고 명성교회·새중앙교회(이상 2017년), 부천처음교회(현 주예수교회·윤대영 목사·2015년), 인천순복음교회(최성규 목사·2016년), 임마누엘교회(김국도 목사·2015년)가 모두 세습을 완료했다.

<뉴스앤조이>는 올해 세반연과 감세반연 자료, 독자 제보를 모아 총 350개 교회 데이터가 담긴 '우리 동네 세습 지도'를 공개했다. <뉴스앤조이>가 확인한, 올해 세습을 감행한 교회도 20곳이 넘는다. 지금도 어느 교회가 세습을 모의한다는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