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세습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세습은 교단을 망라해 이뤄지고 있다. 세습을 강행한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가 김하나 목사에게 가운을 입혀 주고 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웬만한 교회는 아들 목사 모셔 오려고 한다. 왜? 잘되니까. 생각해 보라. 모르는 사람보다 가까운 형제나 자식이 물려받아서 하는 게 낫지 않겠나." - 이태희 목사(성복교회)

"청빙은 교회 자율에 맡겨야 한다. 아들 목사한테 하자가 없고, DNA가 좋으면 세워도 된다." - 최낙중 목사(해오름교회)

"'세습'이라는 말도 쓰고 싶지 않다. 하나님 앞에서 다수결로 결정했다. 그렇다면 하나님 뜻으로 받아 줘야 하지 않겠는가." - 이종래 목사(성문교회)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아들에게 담임목사직을 물려줬거나, 물려주려는 목사들이 직접 한 말이다. 교회 세습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지만, 이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목회 대물림은 교단을 망라해 진행 중이다.

아들에게 물려주는 가장 큰 이유는 '교회 안정화'다. 아들이 이어서 하는 교회 70~80%가 잘된다는 것이다. '잘된다'는 의미는 '교회 성장'이다. 정말 세습한 교회가 계속 성장하는지 구체적 데이터는 없지만,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주거나 이에 동조하는 교인들은 확신하듯 말한다.

<뉴스앤조이>는 실제로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준 김성길(시은소교회·예장합동)·김영진(원미동교회·예장통합)·조경대(종암중앙교회·예장개혁)·최성규(인천순복음교회·기하성) 원로목사에게 세습 이후 교회 상황에 대해 물었다. 아울러 논란을 빚고 있는 명성교회 세습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물었다.

김성길 목사는 2014년 4월, 김영진 목사는 2012년 12월, 조경대 목사는 2006년 7월, 최성규 목사는 2015년 11월에 각각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줬다. 네 목사는 세습 말고도 공통점이 더 있다. 모두 그 교회를 개척했고, 수천 명이 출석하는 교회로 성장시켰다는 점이다.

원로들과의 인터뷰는 대면, 전화통화로 진행했다. 이들은 마치 이런 질문을 기다렸다는 것처럼 자기주장을 설파했다. 인터뷰를 좌담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아들 이어서 하니, 교회 더 잘돼
교인 늘고, 말썽 없이 안정적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 아버지 닮아 잘할 것"

아들에게 담임목사직을 넘겨준 원로들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사진 좌측 상단에서 시계 방향으로, 최성규·김성길·김영진·조경대 목사.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 '잘된다'는 의미가 저마다 다르겠지만, 실제로 아들이 이어서 목회하면 교회가 더 잘되나.

김성길 / 아들이 이어서 목회하는 교회 중 80%가 잘된다. 물론 잘된다는 의미에 대한 생각은 각자 다를 것이다. 나는 영적으로나 재정적으로나 잘되고, 교회가 갈등이 없는 걸 잘된다고 생각한다. 시은소교회를 개척하고 43년간 목회했다. 만약 이 교회에 아무리 실력 있는 후임자가 왔어도 못 붙어 있었을 것이다. 새로운 목사는 교인들을 자기 코드에 맞추려고 할 텐데, 40년간 (나한테) 배운 사람들이 따라가겠는가. 전임자와 스타일이 가장 비슷한 아들이 하는 게 가장 안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아들을 무조건 뽑아서도 안 된다. 나는 청빙에 관여한 적이 없다. 만약 그런 사실이 있다면 지옥에 가겠다. 교단법에 따라 당회와 공동의회에서 무기명 비밀투표를 진행했고, 2/3 찬성으로 (아들이) 청빙됐다. 이게 바로 북한의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세습과 다른 점이다.

김영진 / 아들 목사가 후임이 돼서 교회가 안정적인 건 맞다. 부천에 있는 여러 교회가 아들에게 물려줬는데, 실제로 잘되고 있다. 원래 아들은 이 교회에 안 오려고 했다. 분당에서 목회를 잘하고 있었다. 교회를 개척한 지 40년이 넘자, 장로들이 후임으로 아들이 아니면 힘들겠다고 하더라. 목회도 열심히 잘하고 있으니 모셔 오자고 했다.

대신 나는 조건을 내걸었다. 100% 찬성 아니면 받지 않겠다고. 당회에서 100% 찬성으로 통과됐고, 공동의회에서도 단 한 명도 반대하지 않았다. 알기로는 우리 교단에서 이런 교회가 없다.

아들은 가르치는 은사가 있다. 교인들이 굉장히 좋아한다. 내가 있을 때보다 알차게 부흥하고 성장하고 있다. 나는 한 달 한 번 오후 예배 설교만 한다.

조경대 / 아들이 이어서 한 지 10년 정도 됐는데, 목회도 잘하고 설교도 잘한다. 아버지가 목회를 잘하면 아들도 잘할 수밖에 없다. 부전자전이다.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도 아버지를 닮아서 잘할 거다. 우리 아들은 미국 유학도 다녀오고 목회 감각도 뛰어나다. 옛날 목사들은 무릎과 기도로 목회했다면, 요즘 젊은 목사들은 철저하게 배워서 한다. 교회 운영도 칼같이 하고 재정도 아주 깨끗하게 운영한다. 절대 함부로 안 한다. 옛날과 다르다.

아들이 이어서 하는 교회 중 말썽 있는 교회는 하나도 없다. 아버지보다 훨씬 깨끗하게 한다. 배운 사람들이다 보니 절대로 부정하게 쓰거나 하지 않는다. 목사도 배우고 좋은 대학 나온 사람이 해야 한다.

최성규 / "아들이 이어서 하면 잘된다"는 말에 아주 동감한다. 나는 요새 아주 잘 삐친다. 교인들이 (아들을) 너무 좋아하니까. 만약 남을 후임으로 세웠다면, 그 후임은 내 체면을 보거나 눈치를 봐서라도 나한테 잘하는 척 할 거다. 한데 아들놈은 내 눈치를 안 본다. 교인들이 좋고 교회가 좋으니까 그냥 앞으로 나아가는 거다.

내가 목회할 때 사회문제에 열심히 참여했는데, 아들은 다르다. 미국에서 공부를 오래하고 왔는데, 오히려 더 보수적이다. 또 지방회나 총회 행사에 안 나간다. 교회 재정 아끼려고 방송 설교도 안 한다. 심방도 철저하게 하고. 교인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다. 최성규와 전혀 다르다. 우리 교회 정도 사이즈면, 좋은 차를 타고 운전기사도 둘 수 있는데 아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이만큼 검소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나는 지금도 섭섭하다. 남들이 봤을 때 배부르다고 할 수 있는데, 우리 아들은 교회 생각밖에 안 한다. 자기 아버지 생각 안 한다.

"명성교회 문제, 이래라저래라 하면 안 돼
세습 반대 시위 때문에 전도 안 돼
반대 말고 1년만 기다려 주자"

세습 반대 시위 때문에 '전도 문'이 막힌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장신대 신학생들은 11월 14일 명성교회 세습 반대 기도회를 열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 명성교회 세습으로 교계와 사회 모두 시끄럽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성길 / 우리 교단(예장합동)은 '세습'이라는 말도 못 쓰게 돼 있는데, 예장통합은 세습을 금지하도록 결의했다. 결의를 안 했다면 한결 나았을 텐데… 명성교회가 교단 결의를 뒤집은 건 맞는데, 일단 그 문제는 교단에서 알아서 할 일이다. 밖에서 이래라저래라 하면 안 된다.

김영진 / 글쎄, 그건 내가 뭐라 말하기 어렵다. 우리 교회는 교단 결의 전에 진행했다. 통합 교단에서 은퇴했는데, 내가 뭐라고 이야기하겠는가. 일선에서 물러난 지 오래고, 교계 일에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가 좀 그렇다. 거기 있는 분들이 알아서 하실 거라고 생각한다.

조경대 / 신학생들이 왜 명성교회 문제로 데모하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잘되게 기도해야지, 데모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저러다가 김삼환 목사가 공동의회 열어서 예장통합 탈퇴할 수도 있다. 그러면 안 된다.

이왕 (김하나 목사가) 들어갔으니 잘하도록 응원하고 지도해 줘야지. 전부 데모하면서 전도 문 가로막고 있다. 기독교는 사랑의 종교 아닌가. 감싸 줘도 모자랄 판에 저렇게 까불고 하니까, 피해가 우리한테 온다. 명성교회 (세습) 반대 데모 때문에 전도가 안 된다.

교단 헌법에 대물림 금지법이 있다 해도, 밖에서 저러면 안 된다. 오히려 교인들이 가만히 있지 않은가. 왜? 문제가 없으니까. 만약 교인이 들고일어나면 문제가 큰데, 아니잖아. 아무리 바깥에서 그래 봤자 소용없다. 교회는 법보다 교인이 우선이다.

최성규 / 명성교회에 아픔이 얼마나 많겠는가. 지금 상황을 돌리기는 너무 어려울 것 같다. 나는 언론과 (세습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한 1년만 기다려 줬으면 한다.

나는 김하나 목사가 불쌍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축복해 주고 싶지 않다. 거기 있는다고 쌀을 밥으로 해 먹지, 금으로 해 먹겠는가. 거기 있는다고 하루에 밥 세 끼 먹지, 네 끼 먹겠는가. 훌륭한 목사이기 전에 '착한 사람', '여린 사람'이라고 본다. 아버지가 너무 큰 거다. 솔직히 5,000~1만 명 되는 교회였으면 사람들이 저렇게 반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아버지가 했던 걸 안 받을 수 없고… 김삼환 목사도 그렇고 다 괴로울 것이다. 아들이 후임 되는 걸 왜 반대할까. 아버지가 뒤에서 다 조종할까 봐, 권세를 더 누릴까 봐 그런 거다. 그렇다면 한 1년 기다려 달라 이거다. 김삼환 목사가 모든 걸 내려놓고 아들에게 맡기고 간섭하지 않는지, 아들 목사가 농땡이 부리지 않고, 생명 바쳐 목회에 전념하는지 지켜보자는 거다.

나는 2년 전에 아들에게 물려줬다. 차라리 김삼환 목사도 그때 나처럼 밀고 나갔으면 어땠을까 싶다. 반대하는 사람들도 명성교회가 무너지는 걸 원치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한 1년만 기다리고 지켜봤으면 한다.

- 어찌 됐든 명성교회 세습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은 건 사실이다. 세습은 성경적이지 않으며, 설령 세습한 교회는 잘될지 몰라도 한국교회 전체적으로 봤을 때 공교회성을 무너뜨린다는 지적이 있다.

김성길 / 교회 밖에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건 자유지만, 공교회성을 무너뜨린다는 주장은 궤변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리 개신교가 천주교, 불교를 향해 이래라저래라 해도 되는가. 각 종교만의, 교단만의, 개교회만의 특유의 정서가 있다. 명성교회 세례교인도 아니면서, 문제에 관여하는 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김영진 / 내가 답변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조경대 / 아니, 성경에 아들을 후임자로 세우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는가? 없다. 목사는 공무원이 아니다. 삯꾼도 아니다. 성직자다. 우리 개혁 총회에서는 목사가 종신직이다. 목사 은퇴 제도가 만들어지면서, 한국교회가 전부 난리가 났다. 왜 정년제를 만들어서 이러는지 모르겠다. 명성교회도 70세 정년제가 없었으면, 이런 난리가 안 났을 거다. 안타깝다.

최성규 / 그러면 애당초 노회가 명성교회의 김하나 목사 청빙안을 받아 주지 말았어야 한다. 노회는 개교회를 관할한다. 해당 노회가 처리했으면, 다른 노회나 총회는 상관하면 안 된다. 얼마나 고민하고 해 줬겠는가.

우리는 교회를 살리려고 해야 한다. 죽이려고 하면 안 된다. 명성교회 무너지면 안 된다. 아들이 이어받아 하는 교회가 말썽은 있을지 몰라도, 1~2년 후에는 90%가 잘됐다. 그런 차원에서 명성교회도 1년 정도 기다려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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