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숲 회원들이 성탄절을 앞두고 교남소망의집을 찾았다. 그룹홈에 머무는 장애인들과 교제하고 있다. 사진 제공 유영춘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과일 공동체 '푸른숲비품과일'(푸른숲)을 세운 유영춘 목사가 목숨처럼 지키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맛없는 과일은 팔지 않고, 수익 10%는 무조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쓴다는 것이다. 이 수익의 십일조로, 명절이나 성탄절이 되면 장애인들을 찾아 선물을 주고 교제한다. 장애인이 맘껏 일할 수 있는 직장을 만들어 주는 것도 유 목사의 꿈이다.

2017년 성탄절을 이틀 앞둔 12월 23일 오후 4시 30분, 승합차 2대가 널찍한 교남소망의집(황규인 원장) 주차장에 들어섰다. 푸른숲 회원과 가족 20여 명은 수박, 딸기, 귤, 케이크, 초코파이, 라면 등을 한가득 싣고 이곳을 찾았다. 유영춘 목사는 "뜻깊은 날인 만큼 최상급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1982년 개원한 서울 화곡동 교남소망의집은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운영하는 장애인 복지시설이다. 발달 장애인의 재활과 자립을 돕고, 직업을 알선해 주고, 거주 공간 '그룹홈'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푸른숲은 3년째 성탄절마다 교남소망의집을 방문하고 있다.

푸른숲은 교남소망의집에 거주하는 장애인 100여 명을 위해 작은 행사도 마련했다. 푸른숲 회원 장애자 권사는 지난해 유 목사 권유로 교남소망의집을 찾았다. 당시에는 홀로 오카리나 공연을 했는데, 이번에는 출석하는 강서성결교회 교인 15명을 데리고 왔다.

이들은 크로마하프를 연주하며 아기 예수 탄생을 축하하는 찬양을 부르고 워십을 선보였다. 몇몇 장애인은 소리 높여 찬양을 함께 불렀다. 장 권사는 "푸른숲을 통해 교남소망의집이 있다는 걸 알았다. 선한 일은 여럿이서 하면 좋으니까 교회 팀을 끌고 왔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날 사회는 푸른숲 회원 윤두석 목사가 맡았다. 2,000년 전 아기 예수가 태어난 '마구간'은 오늘날로 치면 '가장 낮은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탄절이 되면 모든 교회가 행사를 하느라 바쁘다. 교회 안에서 성탄을 기념하는 것도 좋지만, 사회의 낮은 곳, 열악한 곳으로 시선을 돌리면 어떨까 생각한다. 예수님의 사랑을 기다리거나 필요로 하는 곳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푸른숲 회원 장애자 권사는 교회 팀을 이끌고 교남소망의집을 찾았다. 찬양과 워십을 선보였다. 사진 제공 유영춘

공연과 식사가 끝나고, 푸른숲 회원들은 장애인이 거주하는 그룹홈도 찾았다. 교남소망의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한 빌라에는 자립형 그룹홈이 7개 있다. 각 그룹홈에는 장애인 3~4명이 모여 산다. 대부분 각방을 사용하며 규율에 따라 지내고 있다. 이곳에 사는 장애인은 일정 정도 자립이 가능하고 직업도 가지고 있다. 카페나 식당에서 일하거나 박스와 봉투를 접는 일 등을 한다. 오전 9시까지 일터로 출근하며, 퇴근 후 그룹홈에 와서는 자유롭게 지낸다.

푸른숲 회원들은 준비해 온 선물을 들고, 삼삼오오 흩어져 각각 그룹홈을 찾았다. 3층에 있는 그룹홈에는 남자 장애인 4명이 모여 살고 있었다. 집은 매우 깔끔하고 쾌적했다. TV를 보고 있던 장애인들이 일어서서 푸른숲 일행을 반겼다. 먼저 손을 내밀거나 하이파이브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거실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아기 예수 탄생을 축하했다. 케이크에 촛불을 꽂고 불을 당겼다. 박수를 치면서 다 함께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성탄 축하합니다~ 성탄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예수님~ 성탄 축하합니다~" 촛불은 장애인들이 직접 껐다.

푸른숲 회원들과 그룹홈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의 만남 시간은 30분밖에 안 됐다. 장애인들이 힘들어할 수 있기 때문에 방문 시간을 최소화했다. 헤어지기 전 유영춘 목사가 대표로 기도했다. 교제할 수 있게 해 줘서 감사하고, 서로 의지해 가며 살아가게 해 달라고 간구했다.

그룹홈을 나온 유 목사는 "1년간 고생해 가며 일한 보람을 느낀다. 할 수만 있다면 20~30년간 장애인을 도우며 지내고 싶다"고 말했다.

교남소망의집은 여러 차례 장애인 복지시설 '우수 시설'로 선정된 바 있다. 장애인의 자립을 위해 애쓰고 있지만, 국가 지원만으로 힘에 부치는 상황이다. 황인규 원장은 "푸른숲처럼 많은 분이 도움을 줘서 감사할 따름이다. 장애인이 자립해 나가려면 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 성탄의 계절에, 우리 주위에 장애인이 함께 살아간다는 걸 기억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후원 문의: 02-2602-3880(교남소망의집)

그룹홈을 떠나기 전 장애인들과 함께 기도를 올렸다. 사진 제공 유영춘
푸른숲은 성탄절뿐만 아니라 수시로 물품을 전달해 오고 있다. 사진 제공 유영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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