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순천중앙교회(홍인식 목사) 2017년 12월 24일 성탄 예배 설교문(제목: 빛이 비취다 / 본문: 이사야 9장 2-7절)입니다. 홍인식 목사의 허락을 받아 전문 게재합니다. - 편집자 주

예수 나심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하나님의 은총과, 특별히 우리에게 오신 주님의 사랑이 충만하기를 기원합니다.

우리 신앙의 중요한 주제 중 하나가 예수 그리스도의 나심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나심에는 여러 의미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하나님이 하나님 자리를 버리시고 인간의 몸으로 오셨다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님이 인간의 몸으로 오셨다고 하는 것은 기존 종교의 신관을 송두리째 뒤바꾸는 일대 사건이었습니다. 하나님이 인간의 육체를 입는다는 것을 상상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예수님은 인간으로 오셨습니다. 그리고 우리와 똑같이 사셨습니다.

하나님이 인간의 몸으로 오신 성탄은 하나님과 우리들이 가까워졌다는 것을 보여 준 사건입니다. 하나님이 인간의 몸으로 오셨다고 하는 것은 인간의 일이 더 이상 인간만의 일이 아니라 하나님의 일이 되었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성탄절은 이처럼 지금까지 멀어져 있었고 별개의 것으로 여겨지던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를 밀접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탄절의 의미를 제대로 깨달을 때 우리는 하나님 사랑과 사람 사랑을 동일시했던 예수님의 가르침을 진정으로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올해는 또 다른 측면에서 주님 탄생의 의미를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혼란스러운 상황

주님의 탄생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2017년 우리 조국 상황은 여러 가지로 복잡합니다. 2017년은 '이게 나라냐'라는 질문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국정 농단 사건으로 대통령이 탄핵되고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는 등 어지러운 정국이 계속되었습니다. 아직도 적폐 세력은 기승을 부리고 있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발버둥 치고 있습니다.

국제 정세도 만만치 않습니다. 한반도의 갑작스러운 사드 배치로 시작된 중국과의 마찰은 1년 넘게 계속되고 있습니다. 북한 핵실험과 ICBM(대륙 간 탄도미사일, 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발사 등으로 촉발된 전쟁 위기는 지금도 한반도 평화를 크게 위협하고 있습니다.

종교적인 면에서도 우리는 혼란 가운데 있습니다. 명성교회 세습 문제로 발생한 혼란은 기독교의 사회적 신뢰를 땅에 떨어뜨렸습니다. 교회 사유화와 기업화 현상은 우리에게 과연 교회는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회의에 빠지게 만들었습니다.

더욱이 종교인 과세에 대해 기독교 기득권층이 보여 준 태도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종교적 노동으로 소득을 얻었으면 국민의 의무를 다해야 하는데도 여러 논리를 앞세워 과세를 거부하는 모습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결국 종교인 과세가 이루어지기는 했지만 핵심 내용이 빠지면서 과세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우리는 참으로 어려운 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언제 어려움이 해결될지 알 수 없는 시기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오늘 주님의 탄생을 기뻐하고 축하하고 있습니다.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주님의 탄생이 주시고자 하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희망이 없는 시대

오늘 본문에 귀를 기울여 봅시다. 이사야 본문은 당시 사회 상황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사야는 기원전 740년경부터 701년까지 약 40년 동안 남유다에서 예언자로 활동했습니다. 그는 기원전 722년에 북이스라엘이 아시리아에 멸망당하는 것을 목격합니다. 그리고 북이스라엘이 하나님을 배반했기 때문에 멸망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북이스라엘의 멸망은 남유다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당시 근동 강대국이었던 아시리아는 남유다를 계속적으로 위협했고 조공을 바칠 것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남유다는 이에 굴하지 않고 이집트 등과 연합해 아시리아에 대항합니다.

이사야는 이 대항을 반대했습니다. 남유다도 마찬가지로 북이스라엘처럼 하나님을 배반하고 불의하게 살아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사야는 죄를 회개하지 않고 다른 국가의 힘을 빌려서 위기를 모면하려는 행동은 더 큰 불행을 자초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던 것입니다. 결국 유다와 이집트 동맹은 실패하고, 기원전 701년 아시리아 왕 산헤립은 예루살렘까지 진격합니다.

오늘 본문은 이러한 사회적 배경에서 외친 말씀입니다. 이사야는 아시리아에게 공격당하기 직전의 혼란한 유대 사회를 향해 오늘 말씀을 외쳤던 것입니다. 위기에 처한 당시 유다, 온통 어둠이 사회를 뒤덮고 있어서 백성이 아무 희망도 가질 수 없었던 시대에 오늘의 말씀을 외쳤습니다.

희망의 빛

이사야는 암울한 현실에 희망을 던져 주고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어두움 속에서 헤매던 백성이 큰 빛을 보았고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땅에 사는 사람들에게 빛이 비쳤다."(사 9:2)

이사야는 하나님을 배반하고 불의를 행한 것으로 온 백성이 어둠을 헤매고 있었지만 이제 하나님의 개입으로 희망이 보이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빛을 보여 주신다는 것입니다.

그 빛은 하나님의 사람의 등장입니다. 하나님을 배반하지 않고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사람이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사람의 등장은 어둠을 몰아내는 빛의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아무리 어둠이 짙게 깔려 있더라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할지라도, 조그마한 빛 하나만 있으면 우리는 앞을 내다볼 수 있습니다. 빛의 힘은 이렇게 강력합니다. 이사야는 하나님의 사람의 등장에서 희망을 보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사람은 누구입니까. 교회는 이것을 예수 그리스도라고 해석해 왔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어둠을 몰아내는 빛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렇습니다. 2017년 성탄절의 의미는 무엇보다도 예수님의 탄생에서 빛과 희망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여러 삶의 위기에서 어찌할 바 모르는 우리에게 예수님은 빛과 희망이 되고 있습니다.

당시 유대 사람들에게 이사야는 호소했던 것입니다. "이집트와의 동맹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려 하지 말라. 다 일시적인 방법일 뿐이다. 이제 한 아기가 우리에게 태어날 것인데, 그 아기는 하나님의 뜻을 그대로 수행하는 자이다"라고 외치면서 하나님께 돌아오라고 호소했던 것입니다.

우리 가운데 태어나신 예수님은 진정 하나님이십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탄생을 기념하고 축하하면서 다시금 우리 삶의 위기가 다른 어떤 것보다 예수님이라는 빛을 통해 극복될 수 있다고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오늘 우리에게 빛이 비쳤습니다. 예수님의 빛이 비쳤습니다. 아무리 우리 상황이 어렵고 암울해도 예수님의 빛을 통해 우리 삶의 어둠은 물러갈 것입니다.

여러 사람이 이런저런 위기 극복 방법을 말하고는 합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그러한 방법은 다 일시적입니다. 남유다가 이집트 힘을 빌려서 아시리아의 공격을 막아 보려 했다가 더 큰 화를 당하고 황폐하게 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의 사람답게 살아야

오늘 대한민국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 지도자가, 그리고 기독교인이 눈앞에 보이는 손쉬운 해결책 찾기에 급급하지 말고 무엇이 근본적으로 잘못되어 왔는가 성찰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우리는 우리 삶의 위기를 통해 빛으로 오신 예수님을 발견하고 그분에게서 진정한 근본 해결책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수님께 돌아가 예수님의 빛을 받은 '하나님의 사람'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주님은 우리에게 분명한 빛으로 오시는데, 그 빛을 발견하지 못하고 그 빛에 의지하지 않고 살아간다면 얼마나 불행한 일입니까. 하나님은 우리에게 빛을 보내 주셨습니다. 우리에게 "한 아기가 탄생하도록 해 주셨습니다."

그 아기는 우리의 통치자가 될 것입니다. 그의 이름은 '놀라우신 조언자', '전능하신 하나님', '영존하시는 아버지', '평화의 왕'이라고 불릴 것입니다. 그 왕권은 점점 커지고 나라의 평화도 끝없이 이어질 것입니다. 그가 이제부터 영원히, 공평과 정의로 그 나라를 굳게 세울 것입니다.

2017년 성탄절에 오시는 예수님에게서 희망을 갖고 힘차게 새해를 맞이하시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오늘도 주님은 우리에게 큰 빛으로 다가오고 계십니다. 예수님이 오심으로 우리 모두의 삶에 희망이 생기고, 예수님을 통해 오늘의 삶의 위기가 극복되는 성탄절을 맞이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성탄을 축하드립니다.

홍인식 / 순천중앙교회 담임목사,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연합신학대학교(ISEDET)에서 해방신학을 전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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