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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바뀌어도 그대로…속 타는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들

[인터뷰] 허영주·허경주 공동대표 "기업의 욕심과 정부의 무능이 부른 사고"

박요셉 기자   기사승인 2017.12.23  14:5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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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경주·허영주 공동대표는 스텔라데이지호 선원 허재용 이등항해사의 누나다. 이들은 9개월째 생업을 포기하고 가족을 찾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출산을 앞두고 있는 허경주 공동대표(스텔라데이지호가족대책위)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만삭의 몸을 이끌고 국회를 제집처럼 다녔다. 스텔라데이지호가 가라앉은 우루과이 앞바다에 심해 수색 장비를 투입하기 위해서다. 외교통일위원회·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회의원 대다수는 예산을 마련하는 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12월 6일 최종 통과된 내년 정부 예산안에는 심해 수색 장비 투입을 위한 예산이 누락돼 있었다. 예상 밖의 결과였다. 분통이 났지만 화만 낼 수도 없는 상황. 지금도 허경주 공동대표는 언니 허영주 공동대표와 함께 국회와 정부 부처를 돌며 대책을 찾고 있다.

"내년 예산안 예비비를 쓸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12월 12일, 외교부와 해수부 관계자들을 만났다. 가족대책위는 두 기관이 기획재정부에 심해 수색 장비 예산을 예비비에 반영할 수 있도록 신청해 달라고 요청했다. 예비비는 각 부처가 기획재정부에 신청해서 국무회의 승인을 받으면 사용할 수 있다."

허경주·허영주 공동대표를 12월 21일 광화문광장에서 만났다. 두 자매는 스텔라데이지호 선원 허재용 이등항해사의 누나다. 올해 3월 31일 스텔라데이지호가 침몰한 후, 9개월째 생업을 포기하고 가족을 찾기 위해 대책을 세우고 있다.

이들은 사고 초기, 정부와 선사가 제대로 조치했다면 수색이 이렇게까지 장기화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했다. 정부가 사고에 안일하게 대처하고, 스텔라데이지호 선사 폴라리스쉬핑이 사고를 덮으려고만 했다고 말했다.

기대했던 새 정부가 들어섰지만 가족들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스텔라데이지호 사고에 관심을 갖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는 신뢰하지만, 가족들이 직접 만나고 상대하는 외교부·해수부 관료들의 소극적인 태도는 좀처럼 달라진 게 없다.

가족들은 여러 차례 서울역과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농성하며 수색 재개를 요청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포기하지 않는 이유
발견되지 않는 구명벌 2척

스텔라데이지호가족대책위는 12월 19일, 미국 정부를 상대로 정보 공개를 청구했다. 사고 초기 4월 9일부터 13일까지 미군 초계기가 우루과이 해상을 수색했을 때 입수한 영상과 사진을 얻기 위해서다.

미군 초계기는 4월 9일 사고 해역에서 구명벌로 추정되는 주황색 물체를 발견했다. 외교부는 4월 11일까지 미군 초계기가 촬영한 사진을 확보해 가족들에게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어떤 자료도 내놓지 않고 있다.

허영주 대표는 미군 초계기가 촬영한 사진이나 영상 자료를 보내 달라고 외교부에 여러 차례 요청해 왔다. 그럴 때마다 외교부에서 돌아온 대답은 "미국 측에서 공유할 만한 사진이 없다"는 말뿐이었다. 결국 가족들이 직접 미국 정부에 정보 공개를 청구해야 했다.

"사진은 수색에 있어 매우 중요한 단서다. 구명벌인지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아직 구명벌 2척을 찾지 못한 상태다. 선원들이 구명벌에서 생존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정부는 구명벌을 다 찾지 못한 상황에서 수색을 종결했다. 미군 초계기 사진을 입수하면 수색 상황이 어떻게 달라질지 모른다."

미군 초계기가 발견한 구명벌 추정 물체를 기름띠로 단정 보도한 언론들도 문제다. 폴라리스쉬핑 관계자는 4월 10일 부산의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미군 초계기가 발견한 물체는 기름띠로 확인됐다며, 이는 선사 공식 발표라고 했다. 그러자 다른 언론들도 이를 그대로 받아썼다. 정부 역시 이를 근거로 집중 수색을 종료하는 쪽으로 방향을 접었다.

허영주 대표는 "선사는 스텔라데이지호의 분명한 가해자다. 어째서 언론이 한쪽 입장만 듣고 일방적으로 보도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당시 이 보도 때문에 외교부가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고 들었다. 수색 작업도 힘이 빠졌다"고 했다.

"바다에서 조난당해 1년 넘게 생존한 기록이 있다. 살바도르라는 엘살바도르 어부가 낚시하러 나갔다가 표류해, 438일 만에 혼자 귀환했다. 스텔라데이지호가 침몰한 지 약 9개월이 지났다. 선원들은 모두 전문 교육을 받은 베테랑에다가, 구명벌에는 낚시 키트가 있다. 어떤 이는 생존 가능성이 있겠냐며 회의적으로 말하지만, 우리 가족들은 충분히 생존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스텔라데이지호 선원 가족들은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 올해 5월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부와 당시 대선 후보들에게 이 같은 참사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해 줄 것을 촉구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축구장 3개 크기 선박이 30분 만에 침몰
사고 원인은 지금도 불명

스텔라데이지호는 길이 311.89m, 선폭 58m, 적재 중량 26만 6,141톤의 초대형 화물선이다. 63빌딩보다 더 크다. 그 큰 배가 30분 만에 갑자기 두 동강이 나서 침몰했다. 침몰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시사IN> 보도에 따르면, 사고 해역 인근 우루과이·브라질 현지 어민들은 이 사고를 '스텔라 미스테리'라고 부른다고 한다.

가족들은 사고 해역에 심해 수색 장비를 투입해 블랙박스를 수거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배를 수색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허경주 대표는 말했다.

"선박이나 비행기 침몰 시 심해 수색 장비를 투입해 블랙박스를 회수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절차다. 그러나 해수부는 우리나라에 그런 선례가 없고 심해 수색 장비 타당성이 검토되지 않았다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스텔라데이지호처럼 20년 이상 된 유조선을 화물선으로 개조해서 운용하고 있는 노후 선박이 국내 27척이나 된다. 이 선박들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침몰할지 모른다. 다시는 이와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게 하려면, 스텔라데이지호가 왜 가라앉았는지 먼저 규명해야 한다."

스텔라데이지호가족대책위는 20년 이상 된 유조선을 화물선으로 개조한 선박을 전수조사해 정밀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고 해수부에 요구했다. 하지만 해수부는 1척만 조사하는 데 그쳤다. 허경주 대표는 "해수부는 다른 노후 선박을 조사하거나 검사 규정을 개정하는 등 재발 방지를 위한 어떠한 조치도 시행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허영주 대표(사진 왼쪽)는 스텔라데이지호가 제2의 세월호와 같다고 말했다. 기업의 욕심과 관리 시스템 부재가 낳은 참사이기 때문이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스텔라데이지호는 제2의 세월호
"기업의 욕심과 관리 시스템 부재가 낳은 참사"

사람들은 스텔라데이지호 사건을 제2의 세월호 참사라고 부른다. 올해 여름에는 세월호 가족들이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가족들을 찾아가 함께 기도회를 열기도 했다. 허영주 대표는 스텔라데이지호가 제2의 세월호라고 불리는 건 단순히 해상 사고라는 공통점 때문만은 아니라고 했다.

"스텔라데이지호나 세월호 사건은 기업의 부도덕한 욕심, 정부 관리·감독 시스템의 부재 등이 낳은 참사다. 기업은 노후 선박을 무리하게 운용하고, 이를 규제해야 할 정부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세월호가 가라앉은 지 3년이 지났지만, 사회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던 것이다.

스텔라데이지호 사건을 정부가 어떻게 처리하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정부가 사고를 제대로 규명하지 않고 관련자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이와 같은 사고는 대한민국 언제 어디에서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 이번 정부가 이를 인식하고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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