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최승현 기자] 종교인 과세 논의로 개신교가 사회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국교회연합 등 보수 개신교 단체로 구성된 종교인과세TF가 계속해서 시행령의 문제점을 따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목회 활동비 비과세 방침을 수정한다면 "순교적 각오로 저항", "양심적 납세 거부 운동"을 벌이겠다고까지 이야기했다.

이들은 단지 돈을 많이 내기 싫어서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목회 활동비까지 과세하면 정부가 활동비 내역까지 들여다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목회자 입장에서 불편할 수 있지만 아쉽게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시민들은 활동비가 바르게 사용되었다면 들여다보든 말든 문제가 없을 것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

개신교 전체가 종교인과세TF처럼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진보적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나 한국기독교장로회의 경우, 이미 예전부터 '근로소득세'를 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등 개신교·가톨릭·불교·원불교 4대 종교 단체는 12월 21일 국회 정론관에서 "성직자들은 종교인에게 부여된 사회적 책임에 근거해야 한다. 형평성 있는 납세 체계를 수용하고, 스스로 비과세 항목을 줄여 신고해 국민의 신뢰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지금 종교인과세TF가 주장해 비판받고 있는 것들은 한국교회 대다수를 차지하는 작은 교회 목회자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다. 대부분 면세점免稅點 미만에 해당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종교인소득 신고를 해야 한다는 행정적 절차는 생겼지만 경제 부담이나 정부의 간섭 가능성 등은 지금과 별 차이가 없다.

국회예산처
"목사 83%, 연소득 3,000만 이하"
주요 교단, 평균 3곳 중 1곳 미자립

한국 개신교 목회자들의 경제 상황이 어떤지 정확하게 조사된 자료는 없지만, 여러 통계를 종합해 추측해 볼 수 있다. 종교인 과세가 논의되기 시작한 2013년, 국회예산정책처는 종교인 과세가 불러올 세수 효과를 분석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개신교 목회자 중 연간 소득 3,000만 원 이하가 83%다.

2017년 12월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부설 21세기교회연구소(정재영 소장)와 한국교회탐구센터(송인규 소장)가 교인 수 100명 미만 소형 교회 목회자 2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연간 수입 2,000만 원 미만 목회자가 42%, 2,000~4,000만 원 목회자가 47.5%로 나타났다. 연간 수입이 4,000만 원 미만인 목회자가 89.5%다.

여기에 각 교단 미자립 교회 통계도 한국교회 목회자들 형편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최기학 총회장) 교회동반성장위원회가 1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교단 소속 8,700여 교회 중 2,200개 교회(25%)가 '자립 대상 교회'로 분류돼, 매월 평균 60만 원 정도를 후원받는 실정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전계헌 총회장) 2015년 통계 자료를 보면, 교단 교회 중 37.5%가 미자립 교회로 분류된다. 이들의 연평균 예산은 1,400만 원대다. 연간 경상비 3,500만 원 이하를 미자립 교회로 분류하는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전명구 감독회장)도 2015년 기준으로 6,300개 교회 중 48%가 미자립 교회였다.

류상태 목사(종교자유정책연구원 대표)가 지난 5월, 종교인 과세에 특혜는 안 된다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내년부터 시행될 종교인소득세 기준, 미성년자 자녀가 1명 있는 가구의 면세점(4인 가구)은 월 소득 220만 원 수준이다. 미성년 자녀가 2명(6인 가구)이면 월 260만 원을 받아도 낼 세금이 없다. 위 상황에 비교해 보면, 한국교회 목회자 80% 이상은 실제 세금이 발생하지 않는다.

몇 년 전 서울 강동 지역에 개척한 한 목사는 "개척 교회는 출석 교인 50명 만드는 것도 아주 힘든 일이다. 하지만 50명이 돼도, 목회자가 월 200만 원 사례비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에서 개척 교회를 담임하는 한 목사는 연간 교회 결산이 3,000만 원이다. 그는 교회 월세와 차량 유지비, 그리고 교육전도사 사례비를 주고 나면 250만 원 정도가 지출된다고 밝혔다. 교회에서 자신이 받는 돈은 하나도 없다. 종교인소득이 '0'인 셈이다.

실제로 적지 않은 목회자가 '이중직' 또는 '비즈니스 목회' 모델을 선택하고 있다. 선교적 가치를 실현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평일에는 상담 센터를, 주말에는 목회를 하고 있는 한 목사도 상담 센터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생계와 교회를 꾸려 간다. 이런 경우는 상담 센터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사업소득으로 잡히게 되어, 이미 세금을 내고 있는 상태다.

부교역자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국교회는 현재 담임목회자보다 부교역자가 더 많은 상황이다. 일례로 예장통합 교단 관계자는 "교회는 8,800여 개인데 목회자는 1만 8,000여 명이다. 목사 중 1만 명은 부목사인 셈"이라고 했다. 다른 교단도 상황은 비슷하다.

일부 초대형 교회를 제외하고, 형편이 제법 되는 중대형 교회 부교역자들도 월 평균 200만 원 내외의 사례비를 받는다. 수도권 한 중형 교회 부목사는 "일반적으로 부목사의 사례비는 평균 200만 원 언저리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식 1명만 있어도 세금이 없다. 이번 종교인 과세 논란에서 사실 부목사들은 비껴간다"고 말했다.

대다수 목회자들은 '목회비' 걱정이 아니라 생계 걱정을 해야 할 처지다. 목회자들은 목회 이외의 일을 병행하기도 한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뉴스앤조이 이용필

"목회 활동비에 목숨?
결국 대형 교회 때문 아니냐"

지금 교계와 사회를 달구는 목회 활동비 비과세 혜택은 한국교회 대다수 목회자의 관심사가 아니다. 목회 활동비라고 할 만한 금액이 없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소득을 신고했을 때, 정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는지가 차라리 현실적인 관심사다.

서울의 자립 교회 한 목회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목회 활동비에 목숨 거는 건 결국 억대 판공비를 받는 대형 교회 목사들의 이야기 아니냐"고 말했다. 교회를 위해 쓴다면 법인 카드를 쓰면 될 일이고, 사례비로 받는 성격이었다면 본봉을 더 받으면 된다는 것이다. 법인 카드 사용을 꺼리는 것은 결국 회계를 불투명하게 하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위에서 살펴봤듯이, 대다수 목회자는 오히려 지원금을 받아야 할 처지다. 연간 소득이 낮으면 최대 230만 원을 지급하는 근로 장려금, 부양 자녀 1명당 최대 50만 원을 지급하는 자녀 장려금 등 근로 장려 세제(EITC)를 받을 수 있다. 국회예산정책처 2013년 조사에 따르면, 개신교 성직자에게만 737억 원 규모의 근로 장려금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추산된다.

경남에 거주하는 한 목회자는 "근로소득으로 신고한 이후 차상위 계층으로 지정돼 각종 복지 혜택을 입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 국민과 같은 방식으로 납세하면서, 복지 사각지대에서 벗어나 사회 안전망에 들어오게 되는 효과도 있는 것이다.

EITC는 근로소득세 납부자만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였지만 이제는 종교인들도 EITC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종교인소득으로 신고해도 EITC와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해 달라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김진표 의원 대표 발의)이 12월 5일 국회에서 통과됐기 때문이다. 목회자들은 경제적으로 좋아질 수 있겠으나, 이기적인 집단이라는 비판은 면치 못할 것이다.

상식적으로 보자면, 종교인 과세 시행 국면에서 면세점 이하 한국교회 대다수 목회자를 어떻게 구제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맞다. 하지만 지금은 이들을 대표하지도 못하는 엉뚱한 집단이 개신교를 대표하는 것처럼 되어 버렸고, 논의는 엉뚱한 방향으로 흘렀다. 이런 분위기라면, 목회자들은 내년부터 세금을 내면서도 욕을 먹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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